미술관이 딱딱해? 즐길 준비된 곳입니다

김미리 기자 입력 2015. 3. 31. 03:04 수정 2015. 3.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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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10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열리는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미술관 안은 20~30대 관객으로 북적였다. 비틀스의 '렛잇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젊은 커플이 작품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진행 요원의 제재는 전혀 없다. 되레 입구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외친다. "반갑습니다. 대림미술관입니다!" 떠들면 혼날 것 같은 여느 미술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30일 현재 이 전시를 본 관람객은 24만명. 지난 하반기부터 열린 주요 전시 중 최다 관객 수다. 이 중 20~30대 젊은 관람객 비율이 93%. 우리 사회 주 문화 소비층이 20~30대란 사실을 감안해도 젊은 관객의 유별난 '편애'다. 주택을 개조한 서촌의 이 작은 미술관이 젊은 세대의 문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랩 설명'까지… 근엄한 미술관은 가라!

"우리 또래에선 대림미술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멋 좀 아는 애'로 통해요." 대학생 신혜조(24)씨의 얘기처럼 SNS에선 대림미술관 인증샷이 수두룩하다.

젊은 관객을 흡인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세대 취향에 적중하는 전시 주제다. 아파트 건설기업인 대림산업이 설립한 대림미술관은 사진, 디자인, 건축,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로 특화한 미술관이다. '이미지 세대'인 요즘 젊은층 구미에 딱 맞는 분야다.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2011년·12만명 관람), 가구 디자이너 핀 율(2012년·13만명)전에 이어 지난해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19만명)이 연달아 대박을 터뜨린 동력이다.

그러나 진짜 젊은층이 환호하는 건 콘텐츠 자체보다도 틀을 깬 마케팅이다. 20~30대 관람객을 끌기 위해 홍대 일대에서나 접할 수 있는 '파티' 문화와 '인디 밴드'를 파격적으로 부대 행사에 접목했다. DJ가 '랩 도슨트(전시 설명)'를 선보이기도 한다. '구색 갖추기용'으로 인식되는 이벤트가 더 인기 있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사진 촬영에 제한을 두는 기존 미술관과는 역으로 '마음껏 사진 찍을 수 있는 미술관'을 표방한다. 이 사진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지면서 자연스레 입소문을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인증샷'을 찍어 보이면 무료 재입장도 가능하다. 이정은 총괄실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늘 '즐길 준비'가 돼 있는데 미술관은 너무 딱딱하다. 근엄한 얼굴을 벗고 '재미있는 미술관'을 만드는 게 최대 목표"라고 설명했다.

◇'2030 미술관' 이미지, 장점이자 걸림돌

지난해 연 관람객 수는 40만명.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작년 한 해 관람객 수(51만명), 대표 사립 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의 최고 인기전 '서도호 전'(2012년·10만명)과 견줄만한 수치다.

사실 디자인에 주력하는 대림미술관은 순수예술에 편중된 주류 미술계에선 비켜 있는 미술관이다. 그러나 젊은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자 미술계에서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일부 국공립 미술관에선 대림미술관을 벤치마킹해 파티나 음악 공연을 부대 이벤트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은 "대림미술관이 이름만 들어도 잘될 전시만 해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판도 있지만, 젊은 세대의 바뀐 미(美) 의식과 취향을 잘 포착한 건 분명히 다른 미술관들이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객층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걸림돌이다. 관객 분포를 보면 20대 75.4%, 30대 18%인 반면 40대 이상은 3%밖에 되지 않는다. '관객층 확산'. 올 10월 한남동에 'D 뮤지엄'을 열고 새 도전에 나서는 대림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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