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의 '허상'

조빛나 입력 2015. 3. 17. 23:34 수정 2015. 3. 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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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식 시장에서 '집밥'이 대세이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 몇가지로 밥상을 차려내는 '밥집'이 속속 생겨나고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인 한식뷔페는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건강'을 따지는 소비자의 요구를 외식업계가 충족시킨 것이다.

정부도 '건강'을 따지는 세계인들을 사로잡기 위한 소재로 '한식'을 선택했다.

한식 세계화사업은 2009년부터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가사업이다. 올해는 11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건강한 한식을 알리겠다던 한식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을까?

● 건강한 한식, 대표주자가 떡볶이?

2009년 5월, 한식 세계화를 선도할 대표 품목 4가지가 발표됐다.

떡볶이와 비빔밥, 전통주, 김치였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은 떡볶이였다. 정부는 5년 동안 140억원을 투입해 떡볶이 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국내외에서 떡볶이 관련 이벤트가 열렸고 정부가 떡볶이 책자도 펴냈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떡볶이 개발도 시작됐다.

하지만 떡볶이 연구소는 1년 만에 연구를 중단했고 떡볶이 띄우기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떡볶이를 내세워 한식 세계화를 하겠다고 한 정부는 정책 결정 전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전 한식 세계화 추진단 위원은 "나라 밖에서 갖는 호감도를 먼저 조사하고 적합한 것을 내보냈어야 되는데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결과를 내야 됐기 때문이었다"라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한 떡볶이 업체의 임원은 "해외로 진출하려고 했더니 모두 너무나 현실을 몰랐다. 해외에서 정말 먹을 수 있을지 고민을 안했다" 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해외 홍보 사업의 실체는?

한식세계화사업에서 중요한 축은 해외 홍보였다.

해외에서 이뤄진 홍보 사업은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취재진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한식 홍보를 했던 미국 뉴욕을 찾았다. 홍보관계자와 한식당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 해외 홍보의 실태를 취재했다.

특히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로 18개국에서 제작된 '우수 한식당 가이드북'을 검증했다.

특히,뉴욕판은 8천부를 제작하는 데 4억 원을 들였지만 책을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 한식이 건강하지 않다?

뉴욕의 한식당을 찾는 미국인들은 5년전보다 확실히 늘었다. 현지 언론에서도 한식의 인기를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정부가 열심히 홍보했던 떡볶이도, 비빔밥도 아니었다.

뉴욕타임즈 음식전문기자는 "한식이 건강식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한식을 평했다.

취재진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미국인들의 한식에 대한 평가를 취재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5년 전 한 논문에서 나타난 '맵다' '달다' 라는 이미지 결과와 다를바 없었다.

● 한식 정책이 나아갈 길은?

일본요리와 일본 전통 식문화를 아우르는 '와쇼쿠(和食)'는 2년 전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에 등재됐다.

일본 음식은 이제 스시를 넘어 가정식과 사찰 요리 등 다양한 형태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 스시가 세계화되기까지 50여 년,

일본 정부는 1960년대부터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일식의 세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음식 뿐 아니라 식재료와 식문화,요리법,요리장인 등 일본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파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일본의 일식 세계화 전략을 벤치마킹해서 추진됐지만,아직도 중장기 로드맵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3월 17일 KBS 1TV 밤 10시에 방송될 시사기획 창 '한식 세계화의 허상'에서는 지난 6년간 천2백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진행된 한식 세계화 사업의 졸속 추진 과정과 현 실태, 그리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진단한다.

조빛나기자 (hym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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