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족이 커피빈 콧대 꺾었다

김진주 입력 2015. 3. 11. 20:36 수정 2015. 3. 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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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 2030] 삼포세대 자린고비 열전

와이파이 설치 안하고 나무의자

매출 급감하자 우대 정책 선회

"비용은 아끼면서 작은 사치"

홈메이드ㆍ편의점 디저트도 인기

장사하는 곳에서 '엉덩이' 무거운 손님을 좋아할 리 없다. 회전율이 빨라야 본전을 뽑고 수익을 남길 텐데 값싼 것 하나 사고 몇 시간을 명당(조용한 구석)자리에서 버틴다면 좋아할 주인이 누가 있을까.

지금까지는 이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빈대족'을 되레 우대하는 상점들이 늘고 있다. 마케팅에 일대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인데, 콧대 높았던 커피전문점 '커피빈'이 대표적인 예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무료 인터넷을 일체 설치하지 않았고 의자도 소파 대신 딱딱한 나무 의자를 뒀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매출 참패. 2012년 매출(1,380억원)이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커피빈은 부랴부랴 다음해부터 신촌 대학로 등 대학가와 상업 지역 중심으로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신규 매장엔 콘센트도 달았다.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점과 마찬가지로 돈 없는 젊은이들이 오랫동안 쉬고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이후 매출도 개선돼 2013년엔 1,430억원, 영업이익도 전년도 52억원에서 2013년 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커피빈 관계자는 "손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무료 인터넷 관련 시설 설치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올 상반기에는 환경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하는 홈메이드 디저트기나 편의점 디저트의 인기도 솟구치고 있다. AK몰에 따르면 지난해(12월 제외) 요거트 기계, 아이스크림 제조기, 과일빙수 등 디저트 조리기구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출시한 딸기 아이스크림 마카롱은 일주일 만에 3만개 이상 팔리며 아이스크림 판매 1위에 올랐다. 고급 디저트에 속하는 마카롱을 일반 마카롱보다 두 배 큰 사이즈(지름 7㎝)로 만들고 가격은 20% 가량 저렴한 2,000원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돈이 없어 못 쓰는 사람들이나 있어도 잘 안 쓰는 사람들에게 작은 사치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셈"이라며 "비용은 아끼면서도 제 스스로를 초라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흩어져 있던 혜택을 하나로 모아 볼 수 있는'플랫폼'형태의 어플리케이션도 알뜰족의 필수 아이템.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인 '시럽' '할인의 달인''스마트월렛''쿠폰모아'등이 대표적. 이들은 영화, 통신사, 항공사 등 다양한 가맹점과의 제휴를 통해 어플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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