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 김영오씨 "둘째야, 살아만 있어 다오"

입력 2014. 11. 25. 14:45 수정 2014. 11. 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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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아빠' 출간

'못난 아빠' 출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요즘 유나한테 살아만 있어 달라고 말합니다. 공부고 뭐고 그저 살아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하고 싶은 대로 살고, 건강하게만 살라고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김유민 학생 아빠 김영오 씨는 요즘 유민이 동생한테 "살아만 있어 달라"고 말한다. 그래야 사고 싶다는 거 사줄 수 있고, 먹고 싶다는 거 먹여줄 수 있고, 가고 싶다는 곳 데려갈 수 있으니까….

김 씨는 최근 펴낸 책 '못난 아빠'(부엔리브로)에서 사랑하는 큰딸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못난 아비이고 못난 시민이었던가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제야 철이 드는 못난 아비입니다'란 부제도 그런 뜻이다.

그는 그동안 빚에만 매달려 살다가 자신의 안전과 아이의 안전이 뿌리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 힘들다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감고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김 씨는 유나가 안전한 나라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비로서, 어른으로서, 시민으로서 자기 몫을 다하겠다고 마음먹는다.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해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게 시민의 권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부실한 대응과 유족들의 진상규명 촉구 활동,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다.

참사 5일째 자정 무렵. 유족 200여 명은 진도체육관을 나와 청와대를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일이 뭔가 아주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틀이 지나서야 보게 된 방송 뉴스에서 전해지는 내용은 참사 현장의 실제 모습과 크게 달랐다. "세상에 구조가 진행 중이라니! 뭐야, 제대로 보도가 안 되고 있잖아. 밖에서는 실상을 잘 모르고 있는 거 아냐?"

현장의 기자들이 다 아는 사실을 방송은 사실대로 내보내지 않는 걸 보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한다.

지난 8월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찾아왔다. 유민이, 유나보다도 어린 열네 살 때 위안부로 끌려간 김 할머니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았는데도 참으로 의연한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굶지 말고 싸워라. 나 봐라, 이놈아. 내가 얼마나 싸운지 알아? 배불러야 싸우는 거야. 먹어가면서 싸우라고."

유족들은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뒤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고, 얼마나 애가 탔었는지요. 뭔가 성취를 했다는 기분이었지요. 그래도 가슴 한구석은 서글펐습니다. 우리 일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김 씨는 "이제는 저희와 같이 행동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겹다', '그만하라'는 말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힘내라는 응원만 해주시면 모든 국민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저희 유가족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고 당부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재발 방지책이 나와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 확신이 들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서둘러 꽃을 심는다고 꽃밭이 되지 않습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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