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팔사품, 명나라 황제가 하사한 것 아니다"

이정봉 2014. 11. 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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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희 교수 "중국 전각 전문가 확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엄을 상징하는 보물 제440호 '팔사품(八賜品)'. 그 유래는 400년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경남 통영 충렬사에 있는 팔사품은 도독인(都督印)·영패(令牌) 등 여덟 가지 물건을 가리킨다. 임진왜란(1592~1598)이 끝날 즈음 명(明)의 황제 신종(神宗)이 이순신의 무공을 치하하며 명의 도독(군통수권자)으로 임명하기 위해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조선·명의 실록에 신종이 직접 내렸다는 내용이 없는 탓에 조선에 파견된 명의 장수 진린(陳璘·1543~1607)이 이순신에게 준 선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400년 묵은 미스터리의 실체가 유물 고증을 통해 처음 밝혀졌다. 장경희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의 논문 '팔사품 연구'를 통해서다. 장 교수는 "팔사품은 명 황제가 내린 하사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선시대부터 현재를 통틀어 팔사품의 유래를 고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독인, 공식 인장 아니다=신종이 이순신을 도독에 임명하려고 도독인을 내렸다는 설은 1650년께 쓰인 김육(金堉·1580~1658·대동법 시행을 주장한 유학자)의 '신도비명(神道碑銘)'에 처음 나온다. 이순신의 공적을 칭송하는 내용인데, 출처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후 이순신 관련 책들이 이를 인용하면서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장 교수가 도독인에 새겨진 글자를 중국 학자와 함께 분석한 결과 명의 공식 인장에는 없는 특징이 다수 발견됐다. 중국고적문화연구소 쑨창옌(孫菖延) 연구원 등 중국 전각 전문가들은 "공식 인장인 관인(官印)은 글자 사이의 분할이 명확한 반면 팔사품 도독인은 글자 구분이 힘들다. 또 관인에 쓰이지 않는 '馬' '長' 등의 글자가 있는 것으로 봐 개인적으로 판 사인(私印)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도독인의 손잡이는 넓적한 데다 끝 부분이 둥글지만, 명대 관인은 모두 손잡이가 막대형이라는 것도 다른 점이다. 장 교수는 "황제가 하사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순신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오랜 기간 숭상돼 왔으므로 보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후대에 새로 만들어진 유물도 있어=팔사품 중 일부는 임진왜란 당시의 유물이 아니라 이후 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처음 밝혀졌다. 영패를 넣는 주머니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안쪽에 쓰인 글씨가 발견된 것이다.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표시하는 '辛酉三月日(신유삼월일·신유년 3월 어느 날)' '申等新備(신등신비·신관호 등이 새로 갖춤)'라는 글자가 먹으로 써 있었다. 신유년은 1861년이고 신관호(申觀浩)가 187대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했던 때다. 장 교수는 "영패는 당대의 유물이지만, 이를 넣는 주머니는 이후 새로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조 때인 1795년에 편찬한 『이충무공전서』의 기록과 현재 남겨진 독전기(督戰旗)·홍소령기(紅小令旗)·남소령기(藍小令旗)의 형태가 달라 이 역시 후대에 갖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팔사품 크기 잘못 기록=팔사품의 실제 크기가 문화재청의 공식 기록과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재청이 작성한 '보물지정서' 등 공식 기록에서 도독인 길이와 폭은 각각 15.1㎝, 7.8㎝다. 하지만 장 교수가 세 차례 실측한 결과 길이·폭은 10㎝, 5.6㎝였다. 영패·귀도(鬼刀)·참도(斬刀) 등 다른 유물의 크기는 최대 1m까지 차이 났다. 문화재청은 보물 지정 당시인 1966년 이후 2001년 보존 처리를 위해, 2011년 정기 조사에서 팔사품 실물을 확인했지만 수치를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 주체인 문화재청이 보물의 실제 크기를 반세기 동안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오류가 있다면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논문은 오는 30일 발행하는 학술지 '역사민속학' 46호에 실린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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