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사회 비판 "일본인 모두 전쟁·원전 책임 회피"

손병호 기자 2014. 11. 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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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은 분노하고 있는데 전쟁 가해자 인식 갈수록 희석"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5·사진)가 일본 사회의 '자기 책임 회피' 경향을 따끔하게 비판했다. 그는 3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공통적으로 자기 책임 회피가 있다"면서 "태평양전쟁 문제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 대해 정말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전쟁의 경우 군벌이 잘못일 뿐 일왕도 국민도 모두 피해자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인과 중국인은 분노하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였다는 인식이 점점 희석되고 있고, 그런 (책임 회피) 경향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 사고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마치 전쟁 문제를 대하듯 이번에는 지진과 해일이 가해자이고 나머지는 다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세계가 의지할 축을 상실한 뒤 내 소설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며 "유럽에서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 미국에서는 9·11테러가 발생한 뒤 내 소설이 읽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의지할) 가설의 축을 제공해나가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1960년대 후반에는 세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일종의 이상주의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의 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하지만 내 생각에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낙관적으로 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신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에 대해 "고립과 절망이 주제"라면서 "젊을 때의 외로움은 회복할 수 있지만 어느 이상의 나이가 되면 고독은 절망에 가까워진다는 그런 풍경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관에 대해 "소설은 일단 재밌어야 한다"며 "독자가 다음이 궁금해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들어야지 어디서 막혀버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독자가 막히지 않게 쉬운 말을 써서 복잡하고 깊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게 나의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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