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몰래 매각' 무궁화 위성..우주영토까지 넘어가나

김수형 기자 입력 2014. 10. 18. 14:45 수정 2014. 10. 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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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래 매각' 무궁화 3호, 대한민국 우주역사 희대의 사기극

무궁화 3호 위성을 얘기하려면 지난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얘기로 거슬러 올라가야합니다. 당시 밝혀진 사실 가운데 하나는 KT가 정부 몰래 전략물자인 무궁화 위성 1,2,3호를 고철 값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홍콩의 ABS라는 위성업체에 매각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KT가 자신들이 위성을 쓰는 것처럼 정부를 속여 무궁화 3호 위성의 주파수를 재할당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1호는 최종적으로 폐기됐고, 2호는 현재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는 동경 75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궁화 3호는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궤도인 동경 116도에 떠 있고, 그 대역에서 KT가 몰래 받아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여전히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겁니다. 몰래 판 것도 황당하지만, 정부를 속여 주파수까지 받아낸 대한민국 우주역사에서 희대의 사기극으로 기록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국감장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주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즉각 주파수 재할당을 취소하고 계약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미래부 장관은 지난해 국감장에서야 매각 사실을 실토하더니 부랴부랴 청문회를 열고 KT를 뒤늦게 매타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니들이 정부를 속였으니 원상복귀하라는 겁니다. KT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무궁화 3호같은 경우는 위성체를 5억 3천만 원을 받고 팔았는데, 이미 돈벌이가 쏠쏠한 ABS가 다시 이 가격에 위성을 돌려줄 이유가 만무합니다. 돈을 얹어주고라도 되찾아오고는 싶지만, 협상 가격이 문제입니다. 협상가로 ABS가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불렀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만 무성합니다. 어쨌든 가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재매입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 동경 116도 '대한민국 우주영토' 위성 궤도를 둘러싼 도발

일 년이 지난 뒤 무궁화 위성의 상황을 확인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매입 협상이 잘되기는커녕, 대한민국의 우주영토라고 할 수 있는 위성 궤도까지 국제 분쟁에 휘말린 겁니다. ABS는 무궁화 3호 위성의 위치를 원래 있던 동경 116도에서 116.1도로 0.1도 살짝 옮겼습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파푸아뉴기니가 지난해 12월 18일 동경 116.1도에 대한 위성망 국제등록 신청을 제출했습니다. 파푸아뉴기니는 더 나가 대한민국의 국제등록 위성망 116도가 원래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며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ITU에 위성망 국제등록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마치 우리 땅 독도를 두고 일본이 해코지를 하는 것처럼 우리 위성 궤도 동경 116도를 놓고 파푸아뉴기니가 궤도 도발을 한 겁니다.

그렇다면 동경 116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KT와 미래부는 궤도 자원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일단 같은 궤도에 우리 위성인 무궁화 6호가 떠 있고, 재매입 협상이 잘 안 될 거를 대비해서 오는 2016년에 무궁화 7호 위성을 기존 무궁화 3호가 있던 자리에 똑같이 올려놓을 거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궤도 도발 자체는 기분 나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점을 국제기구인 ITU에 잘 설명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궤도 문제없으니 안심하라"는 미래부와 KT,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현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ABS가 우리 궤도 116도 삭제와 동시에 동경 116.1도 등록을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116.1도가 등록이 되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동경 116.1도의 주인이 ABS 소유인 무궁화 3호가 되기 때문에 바로 옆 동경 116도에 위성을 올리려면 허락을 맡아야한다는 겁니다. 만약에 허락을 안 해주기라도 하면 위성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또 궤도 소유권과는 별도로 이미 무궁화 위성 3호가 116.1도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무궁화 7호가 제 역할을 못할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동경 0.1도 차이는 위성 사이 간격으로는 매우 좁은 간격이라고 합니다. 마치 좁은 주차장에 거의 공간 없이 차를 대놓은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 안테나 등이 겹쳐서 전파 간섭 현상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무궁화 7호로 중계하는 위성방송은 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초기 무궁화 위성 제작 과정을 지휘했던 정선종 전 에트리 원장은 위성 사이 0.1도 차이를 두고 서비스를 하게 되면 간섭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천억 원을 들인 새 위성이 다른 나라 국적이 된 무궁화 3호 때문에 제 구실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궤도 분쟁의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파푸아뉴기니가 궤도 도발을 했다는 사실을 그동안 철저하게 숨겼습니다. 외교부와 국제 공조를 통해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시켜야할 사항일 수 있는 중요한 일을 담당 과에서만 대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 상황에서라도 ITU가 동경 116도가 신청한대로 쓰이지 않는다며 삭제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래부는 KT를 앞세우고는 느긋한 모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은 근본적인 원인은 미래부라며, 업체 간의 분쟁으로만 보고 뒷짐만 질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국내에서 관제한다던 무궁화 3호, 뒤늦게 드러난 거짓말

지난해 무궁화 3호 위성을 5억 3천만 원이라는 고철 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았다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KT는 위성 관제는 자신들이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위성체는 싸게 판 것 같아도 관제 서비스를 국내에서 하는 대가로 200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무궁화 3호는 ABS가 필리핀에서 관제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국정감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서 규명돼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관제 시설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함부로 복사를 해갈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필리핀에 지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 부분은 무궁화 위성의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직접 지어줬다는 설부터, ABS가 록히드마틴의 기술자를 스카웃해서 만들었다는 설까지 확인되지 않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우리 정부가 지난해 무궁화 위성 매각 계약 무효를 선언하면서 이를 국제 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 미래부의 밀실 정책, 국민들이 믿을 수 있나

무궁화 위성 매각 사건은 이미 KT라는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정부가 계약 무효를 선언했고, 자신들의 잘못이 있다고 시인했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래부는 여전히 KT의 말에만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매입 협상이 잘 안 된다는 말만 듣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거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궤도 분쟁에 있어서는 "잘 되고 있으니 기다려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궤도 분쟁은 간단히 넘어갈 사항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우주 영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부에 대한 확인 국정감사에서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되기를 기대합니다.

8뉴스 다시보기 ▶ [단독] 몰래 판 무궁화 위성, 궤도도 무용지물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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