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곳곳에 전시되는 자살특공대 전투기 제로센

2014. 8.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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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제로센이라는 애칭으로 친근하다", "맞붙어 싸우는 성능과 항속력은 세계 최강을 자랑했다."

야스쿠니(靖國)신사의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은 2차 대전 때 자살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젊은 목숨을 희생시키고 "천황"을 위한 죽음으로 미화하는 데 사용된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에 이런 설명을 달아놓았다.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유슈칸을 찾은 일본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제로센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제로센이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작년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분다'의 영향이 커 보였다.

유슈칸에서 제로센을 살펴본 관람객은 가미카제(神風) 자살 특공대보다는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1903∼1982)의 꿈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영화를 많이 언급하는 듯했다.

전쟁 때 특공대로 출격해 사망한 조부의 인생 역정을 추적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영원의 제로'(2006)는 제로센을 둘러싼 참혹한 역사를 미화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로센은 유슈칸처럼 대놓고 전쟁을 미화하는 군사박물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쿄도(東京都) 다이토(台東)구에 있는 국립과학박물관은 항공기술의 발전을 소개하며 제로센을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태평양에서 건져 올린 제로센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닌 비행기'였다고 규정한다.

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전체 인구의 80% 차지하는 등 전쟁이 역사 속의 이야기가 된 일본에서는 제로센이 일본 과학기술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

전쟁 참상을 알린다며 제로센을 들여놓은 곳도 있지만 '실제로 보니 멋지다'는 반응과 함께 전쟁 미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朝日)신문은 제로센의 실물이나 모형이 전국 11개 주요 박물관·역사관 등에 전시돼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제로센이 방문객의 발길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세대에게 전쟁 실상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 때 제로센 조종사로 적 항공기 19대를 격추한 하라다 가나메(原田要·98) 씨는 걸프전 때 다국적군의 공격 장면을 젊은이들이 마치 불꽃놀이 같다고 표현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전쟁의 죄악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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