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의 '달콤한 반란'] 백화점의 새 '효자 매장' 디저트존..여성의류보다 매출 많아

유승호 2014. 8. 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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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4만2000원 빙수 먹으러 번호표 받고 줄서 기다려 유학경험 많은 30대 주고객 "단맛에 스트레스·피로 잊어" 불황속 작은 사치 '립스틱 효과'

[ 유승호 기자 ]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층의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 1일 점심시간, 한 직원이 입구에서 손님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디저트인 애플망고빙수다. 한 그릇(2인분)에 4만2000원(세금·봉사료 포함)으로 웬만한 한정식이나 중식 코스요리에 맞먹는 고가지만 점심시간엔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이처럼 소문난 디저트 음식점에는 밥값보다 비싼 값을 내고라도 맛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백화점, 옷보다 디저트

디저트 열풍은 백화점 매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디저트 매출은 지난해 8.6% 증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소비 침체로 백화점 매출 신장이 정체된 가운데서도 디저트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 있는 디저트 매장 매출은 어지간한 의류 매장을 앞선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본점에 만든 디저트 존에서 월평균 2억~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 본점 내 여성의류 브랜드의 한 달 평균 매출은 2억원에 못 미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있는 벨기에 수제 초콜릿 고디바도 월매출이 3억원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지난해 8월 들어온 롤케이크 전문점 '몽슈슈'는 오후 2시면 모든 상품이 품절된다. 각 매장에서 하루 800개가 다 팔리는 데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디저트를 먹으러 온 소비자가 옷과 화장품까지 사는 '분수효과'도 크다.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디저트의 연관구매율은 68.1%로 전 상품군 중 가장 높았다. 디저트를 산 고객은 의류 잡화 등 다른 상품까지 구매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소비 침체 속 '립스틱 효과'

디저트는 케이크 초콜릿 마카롱 파이 아이스크림 등이다. 대부분 맛이 달고 칼로리가 높다. 건강을 중시하고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한편으론 고열량의 디저트를 찾는다.

업계에서는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디저트 열풍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식습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김병한 현대백화점 공산품팀 과장은 "디저트 고객의 40%가 30대"라며 "이들은 어학연수와 유학 등을 통해 외국에서 디저트를 먹은 경험이 많은 세대"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립스틱 효과라는 해석도 있다. 립스틱 효과란 립스틱처럼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소비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소비심리가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조창희 신세계 식품생활담당 바이어는 "고급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은 밥값보다 비싸지만 명품 가방이나 옷보다는 매우 저렴하다"며 "고급 디저트를 먹으면서 만족을 얻으려는 심리가 디저트의 인기 배경"이라고 말했다.

단맛을 통해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려는 심리도 있다.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지식창출연구단장은 "단 음식을 먹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돼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피곤할 때 단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것도 체내 당 농도가 낮아져 당분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너들까지 나선 유치 경쟁

백화점 간에는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초 재일동포 3세가 오사카에서 시작한 롤케이크 전문점 몽슈슈와 접촉했다. 두 백화점과 몽슈슈 간 입점 협상이 진행 중이던 작년 3월 신세계백화점이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가장 몫이 좋은 자리를 내주고 조리시설 설치와 관련된 규제 문제까지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 등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신세계는 롯데백화점을 제치고 현대백화점과 함께 지난해 8월 몽슈슈를 입점시켰다.

몽슈슈 유치에 성공한 신세계백화점은 떡카페 '합' 유치전에서는 현대백화점에 고배를 마셨다. 정용진 부회장까지 나서 합 입점에 공을 들였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초 디저트를 담당하는 생활사업부 임직원과 유명 요리사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식품개발위원회를 만들었다. 어떤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빨리 파악해 남보다 먼저 입점시키기 위해서다. '마약쿠키'로 불리는 홍콩 '제니베이커리'와 프랑스 정통 마카롱 전문점 '피에르에르메'가 식품개발위원회를 통해 입점시킨 대표적인 디저트 브랜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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