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지금으로 부터 18000여년 전의 후기 구석기시대 유물 1만5000여점이 무더기로 충북 단양에서 발굴됐다.

특히 출토 유물 중에는 눈금을 정교하게 새긴 돌 제품도 국내 최초로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모은다.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은 "단양 수중보 건설지역인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의 남한강 강변 '수양개 6지구' 유적 발굴조사에서 1만5000여점에 이르는 후기 구석기시대 관련 유물들을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발굴조사단 측은 "몸돌과 격지, 망치 등 석기 제작 관련 유물은 물론 주먹도끼, 찍개, 찌르개, 슴베찌르개, 밀개, 뚜르개 등 각종 연모,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가진 망치돌 등이 대규모로 출토됐다"며 "짝이 맞는 몸돌과 격지 등이 발견돼 이 지역에서 석기 제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굴조사에서는 또 3개 문화층별로 석기 제작기법을 복원할 수 있을 정도의 석기제작소가 확인돼 시기 변화에 따른 석기 변화 등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용도가 의문에 쌓인 눈금을 새긴 돌 제품은 길쭉한 규질사암 자갈돌로 길이 20.6㎝, 너비 8.1㎝, 두께 4.2㎝ 크기다. 돌에는 22개의 눈금이 0.4㎝ 간격으로 새겨져 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동아시아에서도 확인된 적이 없는 유물로 당시 구석기인들이 숫자 개념을 기호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해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굴조사단 측은 "국내 후기 구석기시대의 대표 유적인 '수양개 1지구 유적'(사적 제398호)의 출토 유물과 유사한 면이 있어 양 유적의 관계 연구도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17일 오후 2시 발굴조사 현장에서 유물 검토와 추가 조사 여부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회의, 현장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