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병신'이라 했다고 징계? 사실을 얘기한 것뿐인데.."

2014. 6. 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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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권우성 기자]

< 뉴스타파 > 최승호 PD.

ⓒ 권우성

벌써 2년이 흘렀다. 최승호 < 뉴스타파 > PD는 2년 전인 2012년 6월 MBC에서 해고됐다. 당시 노조 파업에 참여했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해고 사유다. 그가 당시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던 < PD수첩 > PD인 점도 고려됐을 터다.

MBC 구성원들은 당시 회사를 떠나는 최승호 PD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최승호 PD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 뉴스타파 >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 < 뉴스타파 > 에서 하고 싶은 취재를 하고 방송할 수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MBC 안에 있는 후배나 동료들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 뉴스타파 > 는 망가진 공영방송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MBC는 그 영향력을 잃은 지 오래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루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언행과 정부의 구조 활동을 부각하고 정부 비판 목소리는 소홀히 다뤘다. 박상후 전국부장이 유가족을 폄훼하는 리포트를 내놓았지만 파문조차 낳지 못했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승호 PD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MBC 보도를 두고 "'일베'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MBC는 그동안 영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최근 < 뉴스데스크 > 광고가 크게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뉴스데스크 > 에서 '일베'스럽거나 '꼴통'스러운 뉴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MBC 구성원들은 자사의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자화자찬했다. 결국 권성민 예능본부 PD가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엠병신의 PD"라고 표현했다. 그는 해사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최 PD는 "법원에서 무효화가 될 무리한 징계"라면서 "경영진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잃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권 PD가 쓴 '엠병신'이라는 표현을 두고 "실제로 그렇게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한 것"이라면서 "경영진이야말로 MBC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징계 남발에 대해 "경영진은 자신들이 충정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도 그런 경영진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PD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에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언론인 출신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두고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진정성이 없다"면서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에도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다, 국민들이 KBS 내부 구성원들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승호 PD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MBC, 공영방송으로 용인하기 힘들 정도로 맛이 갔다"

"MBC는 종편의 하나 정도로 취급받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용인하기 힘들 정도로 '맛이 갔다'고 본다."

ⓒ 권우성

- MBC 세월호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사실 MBC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보면,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지난달 7일 < 뉴스데스크 > 에 출연해 일부 세월호 유가족의 조급증 탓에 민간잠수사가 사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때 중국·일본 국민들은 차분하게 대응했는데, 우리 국민들은 왜 그렇게 대응을 못 했느냐면서 유족을 폄훼했다. 참 '일베'스럽다."

- 박상후 전국부장의 리포트는 논란으로 확산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결국 큰 파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족들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 KBS에서 그런 보도가 나가면 파급력이 큰 만큼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MBC는 종편의 하나 정도로 취급받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용인하기 힘들 정도로 '맛이 갔다'고 본다. MBC 노조에 따르면, MBC의 정부 비판 보도는 KBS와 SBS의 1/3수준이었다. 그럼에도 MBC 보도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다. MBC 구성원들이 절망하는 이유다."

- MBC 영향력은 왜 하락했다고 보나.

"영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행태를 보였다. 시청자들이 굳이 MBC를 볼 필요가 없다. 예전에 MBC는 KBS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채널이었다. 시청률이 안 나와도 광고주에게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 뉴스데스크 > 광고가 크게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뉴스데스크 > 에서 '일베'스럽거나 '꼴통'스러운 뉴스가 나온다. 어떤 광고주가 꼴통들이 보는 매체에 광고하겠나."

- 경영진의 인식은 다르다. 안광한 MBC 사장은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MBC가 세월호 사고 보도로 자신감을 회복했다"면서 자화자찬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사태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안광한 사장이 그런 얘기를 한 직후 MBC < 뉴스데스크 > 시청률은 JTBC < 뉴스9 > 에 뒤집힐 뻔했다. 안 사장은 나중에 부끄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진숙 보도본부장·김장겸 보도국장이 잘못된 평가를 내놓으면, 안 사장은 이를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기자나 PD의 목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 예능본부 권성민 PD는 지난 5월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엠병신 PD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3년 차 예능 PD는 MBC가 얼마나 부끄럽고 안타까웠으면 그런 글을 올렸겠나. (누리꾼들에게) MBC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MBC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회사에서 징계 하더라도 근신 며칠 정도로 생각했다. 정직 6개월은 해고 다음의 중징계다. 경영진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잃어 버렸다. 2010년 '김재철 체제' 이후 무리한 징계는 모두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이번 징계도 법원에서 무효화할 것 같다."

- 회사는 '엠병신'이라는 표현을 해사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한 거다. 권 PD의 글에는 MBC에 대한 충정이 뚝뚝 묻어난다. 이 글을 해사행위라고 생각하는 경영진이야말로 MBC를 망가뜨리고 있다."

- 보도본부 신지영 기자는 사내 동기 카카오톡 채팅창에 박상후 전국부장의 리포트 내용을 방송 전에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사적인 공간에서 나눈 얘기는, 알았어도 모른 척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징계 역시 법원에서 무효화될 것이다. 법원은 무리한 징계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리는데, MBC는 사법부를 멸시하고 능멸해가면서 계속 무리한 징계를 내린다. 경영진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경영진, 자신들의 충정 보이기 위해 징계 남발"

"시용기자들을 많이 뽑는 것은 MBC라는 유기체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시용기자들 중에는 무능하고 이념적으로 치우친 기자들이 많다."

ⓒ 권우성

- 회사가 징계를 남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경영진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자신들이 충정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권위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폭력적인 징계로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급증도 있을 것이다.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나 뒤엎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도 그런 MBC 경영진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징계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KBS와 달리 MBC 노조 등 구성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파업과 같은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2012년 파업 이후 징계 등 많은 어려움을 당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 중에 정상적으로 출입처에 나가는 기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뉴스가 될 만한 곳에는 시용기자들이 많다.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해도, 뉴스가 정상적으로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의 효과가 회의적이다."

- 노조 파업 때 대체인력으로 뽑기 시작한 시용기자는 김재철 전 사장의 유산이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파업과 같은 행동에 나설 때, 경영진이 그를 빌미로 시용기자를 많이 뽑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이 남겨 놓은 불행한 유산이다. 시용기자들을 많이 뽑는 것은 MBC라는 유기체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시용기자들 중에는 무능하고 이념적으로 치우친 기자들이 많다. 이번 경력기자 면접에서 '다음 대통령은 누가 돼야 하느냐' 등의 질문이 나왔다. 경영진은 보도국의 피를 바꿔 버리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을 내쫓았다. 간부들의 보직 사퇴가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MBC 사정은 그와 다른 것 같다.

"KBS 간부들에게는 겨자씨만한 아주 작은 자존심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간부들은 지금껏 편파보도를 한 당사자들 아닌가. 이러한 간부들은 KBS에 길환영 사장이 버티고 있으면, MBC처럼 망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MBC 간부들은 부끄러움이 없다. 회사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문제의식이 없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KBS에 항의방문을 갔을 때 긴장하다가 MBC에는 오지 않자 희희낙락했다는 기가 막힌 얘기를 듣기도 했다."

- 앞으로 MBC 내부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보나.

"MBC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MBC 구성원들이 참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언론 출신 인사 등용... 언론 길들이려는 의도"

- KBS는 앞으로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고 보나?

"KBS가 '일본의 식민지배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 이를 계기로 KBS 이사회에서 후임 사장을 임명 제청할 때,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국민들이 이를 감시하고, KBS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다. KBS 이사회의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이 7:4 아닌가."

-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YTN 정치부장 시절 여당 편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을 청와대 홍보수석에 임명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박 대통령이 가진 홍보에 대한 관점이 잘 드러난다. 공영방송 등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잘 전달되도록 찍어 누르고, 조중동과 같은 언론은 구워 삶아야 한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윤두현 홍보수석이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9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 당시 녹취록을 보면,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돈으로 언론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 언론관을 가진 김기춘 실장이 윤 수석을 선택한 것 아니겠나."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 중앙일보 > 출신이다.

" < 중앙일보 > 는 자사 출신의 총리 후보자를 지면에서 적극 옹호했다. 결국 언론 출신 인사를 관직에 앉히는 것은 언론을 순치 시키려는(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겠나. 언론인 중에 관직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한테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방송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나.

"진정성이 전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MBC 노조 파업 때 김재철 사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노조와 약속했지만, 결국 노조 뒤통수를 쳤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 와중에 청와대 관계자가 사사건건 KBS에 전화해서 통제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가 있지 않았나. < 뉴스타파 > 는 방송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KBS에는 그런 보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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