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미디어비평] '한국의 디바' 이선희 콘서트, 30년이 흐른 시간의 흔적은 없었다

2014. 4. 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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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이선희 30th' …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앳된 얼굴의 잔주름은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드러냈을 뿐이다. 'J에게' 마음을 빼앗긴 중년의 소녀가수는 30년 전 그대로 2~3개 옥타브를 변함없이 오르내렸다. 젊은 가슴을 꿰뚫는 듯한 감성적 음색에 폭발적 가창력은 말 그대로 '한국의 디바'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노래하는 이선희 30th' 콘서트가 열린 4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부터 3층까지 빼곡히 청중이 들어찬 대강당은 2시간 50여분간 시종 '아이돌 스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대중가요 가수에게 좀처럼 공연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선희의 심적 부담이 컸다. 게다가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콘서트 취소여부를 며칠간 고민해야했다. 그런만큼 숙연한 분위기에서 콘서트는 어렵게 시작됐다.

오프닝 사회자로 무대에 나온 탤런트 이서진 역시 진도 여객선 참사로 고민하다 여러 사정으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며 숙연한 분위기에서도 '가수 이선희' 진정성를 선사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시작된 '노래하는 이선희 30th' 콘서트의 첫 작품은 'J에게'였다. 지난 1984년 제5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 곡은 1980년대 '이선희 신드롬'까지 낳았다. 5共 군사정권 당시 암울하고 억눌렸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J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는 탈출구였고 청춘의 청량함마저 던져주는 노래였다.

암울했던 1984년, 초심으로 응답한 'J에게'

촌스럽기 그지없는 아줌마 퍼머 머리에다 얼굴을 뒤덮는 잠자리안경, 게다가 치마까지 입고 잔뜩 긴장한 가냘픈 한 여대생의 폭발적 가창력은 젊은이들을 넘어 중년층의 가슴까지 뒤흔들었다. 당시 결성된 이선희 팬클럽은 이날도 어김없이 '아이돌 가수'를 능가하는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이선희 데뷔 당시 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이었던 팬클럽 회원들도 이제 40~50대 중년이 되었다. '엄마'들이 미친 듯 열광하며 야광봉을 흔들고 'J에게' 노래에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선희는 이날 'J에게'로 공연을 시작해서 'J에게'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J에게'는 이선희 그 자체다. 이선희는 공연 중간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간 가수로서 고민을 이 노래에 녹여넣였다고 소개했다. 노래를 하게 된 동기부터 수많은 히트곡을 내던 지난날의 모습들이 무대 뒤편 영상물에 고스란히 담겼다,

스트라이잰드,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을 닮고픈 소녀가수

이선희는 어린 시절 3명의 디바를 존경하며 닮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1970년대 바브라 스트라이잰드를 비롯해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특히 바브라 스트라이잰드의 'Woman in love'는 '노래하는 이선희'를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롤모델이 되었다고 했다.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에 바친다'며 'I will always love you'를 불렀다. 이선희는 '그동안 감히 부르지 못했는데 30년이 지난 오늘 처음 이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선희는 3명의 디바 중 마돈나를 흉내낼 수 없었다고 했다. 가수 김완선 민혜경과 댄스로 맞설 수 없어 결국 노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J에게'를 부르던 초심이 지난 30년간 '이선희'를 관통하는 가수로서의 진정성이었고, 지금 그녀의 경쟁력의 원천이다.

폭발적 가창력은 어디에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콘서트 2부. 빅마우스 밴드로 갈아탄 이선희는 내재된 끼를 정열적으로 내뿜는 '한국의 마돈나'를 연출했다. 무대를 오가는 여전히 어설픈 퍼포먼스지만 가창력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30년전 가졌던 똑같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이선희도 그러한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들이 보기에 '참함'과 '잠재적 에너지'가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해있다는 것. 두 가지는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인생과 어느 중간점을 끊임없이 오가며 시기마다 다르게 노래에 담겨있다고 했다. 'J에게'가 그녀가 부르는 시점마다 제각기 다른 맛을 내는 이유다. 그래서 이선희를 '완벽한 악기'라고 한다.

노래하고 싶어 노래를 하다보니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해금과 가야금,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인연'은 동서양의 만남을 넘어 누구든 빠져들 애잔한 선율을 만들어냈다. 그런 탓일까. 최근 빌보드 K팝 차트 100곡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름아닌 '그중에 그대를 만나'였다. 최근 매스컴에서는 '디바 여왕의 귀환'이란 칭송까지 던졌다.

이선희는 이날 자신을 OST가수로 아는 젊은층이 많다고 소개했다. 영화 '왕의 남자'의 OST '인연'과 TV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OST '여우비' 영향일 것이다. 구미호 주인공이었던 톱스타 이승기가 이날 찬조출연을 했다. 얼굴은 잘 모르지만 이선희 음색은 젊은층에도 어필하는 모양이다. 이선희 노래는 중독성 강한 호소력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30년 가수인생의 결산…글로벌 가수로서 출정식

'노래하는 이선희 30th'는 그저 이선희가 30년이란 한 세대를 결산하는 콘서트였다. 대참사와 공교롭게 맞물려 곤욕을 치렀지만 가수 30년을 결산하는 콘서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 옛날이여' '나 항상 그대를' '그중에 그대를 만나' 등 20여곡을 열정적으로 부른 이선희. 이날은 가수 30년을 마무리하기 보단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출정식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글로벌 가수, '제2의 이선희' 한류를 기대한다. 어처구니없는 진도 여객선 참사로 패배주의와 우울증에 빠진 지금의 한국사회에 앞으로 청량함과 시원함을 주는 제2의 'J에게'를 통해 글로벌 디바로 거듭 나길 바란다. 공연 개최 논란속에 어렵사리 개최된 3일간의 '노래하는 이선희 30th'는 그녀의 글로벌 가수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충분히 드러내주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kyung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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