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투명물막이 무산되나
'부결'에 버금가는 문화재위 심의보류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물속으로 자맥질을 반복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건져내고자 범정부 차원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카이네틱 댐)이 암초를 만났다.
문화재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문화재위 건축문화재분과(위원장 김동욱)는 16일 회의에서 울산시(울주군)가 제안한 투명 물막이 시설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심의 보류는 문맥 그대로는 나중에 다시 심의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류하는 이유로 문화재위가 내세운 조건을 보면 실상 '부결'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울산시는 암각화 전면에다가 길이 55m, 폭 16~20m, 높이 16m 규모인 투명 물막이 시설을 올해 10월까지 설치 완료하겠다는 계획서를 문화재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위는 "가칭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은 한시적인 시설물이어야 하므로 한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제출할 것", "동 건에 대한 안전성 및 시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전 검증 계획을 제출할 것" 등 두 가지를 조건을 내걸면서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쉽게 말해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까지 추진하는 암각화 주변 경관을 훼손하니 어떤 경우에도 영구적이어서는 안 되므로 그것이 한시적이라는 구체적인 약속이 있어야 하며, 더구나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물막이 시설이 암각화와 주변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근거를 대라는 것이다.
이런 결정 내용을 전하면서 김동욱 위원장은 "반구대 암각화 앞에 영구시설로 설치되는 데 대해서는 건축분과위원회에서는 지배적인 반대 의견"이라는 말을 부연했다.
이에 "그렇다면 문화재위(건축분과)는 수위 조절 외의 보존 대안은 없다는 뜻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수위 조절이란 반구대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원인이 되는 사연댐 수위를 낮춤으로써 암각화를 상시로 수면 위로 노출시킴으로써 보존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수위조절론은 지난 20년가량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견지한 보존방법론과 한치의 어긋남도 없다.
이는 결국 암각화 보존방식을 둘러싼 논의의 방향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투명 물막이 시설 제안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날 문화재위는 심의를 '보류'했을 뿐, '부결'을 한 것은 아니므로 투명 물막이 시설은 문화재위가 요구한 보완 사항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언제건 추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보존방식은 이미 제안과 입안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사회 갈등 해소라는 성과에만 급급해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논란 또한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혹 보완책을 마련해 다시 문화재위에 상정된다 해도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추진한 국무총리실과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문화재청과 울산시 어느 곳도 투명 물막이 시설이 언제건 철거 가능한 임시 시설임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그 '임시'가 대강 어느 정도 기간인지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것이 철거되는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들 기관은 한결같이 "사연댐을 대체하는 근본적인 대체 수원 확보" 시점을 거론하지만, 그것이 언제 가능한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투명 물막이 시설은 오늘 세우고도 당장 내일 없앨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체 수원이 확보되지 않는 한 항구적으로 존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가변형 임시 물막이 시설이라고 해도, 모식도 혹은 개념도를 통해 제시된 광경은 물막이가 반구대 암각화를 우리 안에 가두고 옥죄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문화재위 통과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케 한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계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대체 수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이런 가변형 물막이 시설을 무리하게 추진할 바에는 차라리 울산시가 몇 년 전에 제안했다가 문화재위원회에서 거부당한 생태제방 축조를 통한 보존방식을 주변 경관에 맞게 변경해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 문화유산 사정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런 물막이 시설을 무리하게 추진한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당국, 특히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반구대를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외침으로써 결국 이런 사태를 초래하고만 문화재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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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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