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인 전 동성애를 혐오하지 않습니다

2013. 7. 2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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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동수 기자]

동성애.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처럼 동성결혼을 허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차별금지법도 통과되기 어려운데 동성결혼은 어쩌면 꿈조차 꾸기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의원님의 아이들이 동성연애로 결혼한다면 과연 허락하실까요? 의원님 남편도 마찬가지구요. 제발 인권 이전에 윤리가 무너져 이 사회가 엉망이 되었는데 국민을 대표해 나라일을 잘 돌보시라 뽑았더니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까지 가렵니까? 제발 하늘을 두려워하십시오. 무엇이 참된 국민들을 위함인지 위원장님은 분별하시리라 믿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기억에 남는 정치인이 되시길 빕니다."

지난 4월 '차별금지법' 논란이 한창일 때 국회 누리집 '소통광장'에 한 누리꾼이 쓴 글입니다. 당시 보수적인 한국 개신교는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펼쳤습니다. 입법 예고 마지막 날인 같은 달 9일 국회 누리집 소통광장에는 10만여 건이, 법무부 자유 게시판에는 11만여 건의 차별금지법 반대 댓글이 달렸습니다. 결국 차별금지법은 발의 의원들이 법안을 철회하면서 무산됐습니다.

저 역시 보수개신교 목사이기에 동성애에 대한 기본인식은 성경 내용과 같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 않고, 동성애자들을 정죄할 생각과 자격도 없습니다. 이유 중 하나가 개인적인 경험 때문입니다.

"전도사님, OOO 형제가 동성애자인 것 아세요?"

영화 <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 동성애 커플.

ⓒ 청년필름

제가 그를 만난 건 20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19년 전입니다. 당시 전 학교가 있는 수원과 진주를 오갔는데, 진주에선 10여 명과 공동체 생활을 했습니다. 월요일은 진주에서 수원, 금요일은 수원에서 진주. 3년을 이렇게 다녔습니다.10여 명 중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명 '귀신 들린' 젊은 여성도 있었고, 동성애자인 젊은 남성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동성애자인지 몰랐습니다. 아주 살가운 사람이었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네다섯 살은 어렸기 때문에 저를 잘 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누군가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도사님, OOO 형제가 동성애자인 것 아세요?"

"예? 동성애자라구요? 정말요?"

"예. 함께 기도하기로 했어요?""기도를 왜요?""동성애 죄악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아 예. 그래야죠. 하루 빨리 동성애 죄악에서 벗어나죠."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더럽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동생처럼 여기고, 함께 놀고, 밥먹고, 샤워도 같이 했던 그를 저주받고, 정죄받는 마귀 자식으로 여겼습니다.

"하나님. OOO 형제를 저주에서 건져 주십시오. 구해주십시오. 마귀의 올무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수원에서 돌아오면 이같은 기도를 했습니다. 말로는 저주에서 구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그가 옆에 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항상 함께 잠을 잤기 때문에 그의 옆에서 자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수원으로 가면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유는 동성애자인 그와 함께 같은 밥을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면 마음이 왠지 꺼림칙했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OOO 형제 조금 나아졌어요?"

"일주일 새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렇지요. 하루아침에 나아질 리가 없죠."

"빨리 마귀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죠."

이런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금요일 밤, 공동체 온 식구가 그를 가운데 놓고 철야기도를 했습니다. 기도하는 모습이 상상이 갈 것입니다.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목이 터져라 기도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간절함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는 마귀자식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친구는 우리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저주하거나 정죄하면서 "하나님, 이들을 마귀 올무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저들을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라는 기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더 따랐고 함께 있기를 바랐습니다. '동성애'가 아니라. 그냥 좋은 형으로 말입니다. 형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따랐고, 함께 있으면 좋다고 했습니다.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기도를 잘못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정죄와 저주 받을 마귀자식이 아니라 그냥 나와 같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OOO 형제 같이 놀러갈까요?"

"난 전도사님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원 가는 것이 싫어요. 혼자 있으면 심심해요.""혼자가 아니잖아요. 다른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물론 그분들도 재미있지만, 전도사님이 더 재미있어요. 그리고 성경을 읽다가 궁금하고,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잖아요."

"그래요. 앞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주 물어보세요."

솔직히 동성애자와 저는 하나님 앞에서 똑같은 죄인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를 저주하고 있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뿌리깊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19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지만, 한국 개신교는 아직도 동성애자를 향한 증오와 정죄를 아주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정죄해야만 오히려 자신이 더 의롭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죄하지 않으면 비슷한 취급을 합니다.

지난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동성애조장 교과서문제 대책위원회' 소속 단체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청소년은 윤리와 도덕의 기준을 세우고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해당 교과서는 비윤리적인 동성애가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하고 있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동성애 관련 내용을 수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동성애=비정상'이라는 등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과연 동성애를 비정상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습니다. 동성애에는 그렇게 분노하면서,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은 침묵합니다. 동성애는 그렇게 정죄하면서, 교회를 당당하게 물려주는 것에는 아무런 죄의식이 없습니다.

저는 그들을 혐오하지도 정죄하지도 않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4월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와 평등이란 헌법의 양대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일부 세력의 반대를 이유로 법안을 철회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 감독(앞줄 오른쪽)이 생각에 잠겨있다.

ⓒ 박소희

지난 4월 차별금지법 논란이 한창일 때 3세대그리스도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CBS와 한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은 하나님이 부여한 인간의 권리를 법률이 존중해주자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의 기본 취지마저 한국교회가 반대하는 것은 이웃을 돌봐야 하는 기독교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개신교계의 편협한 시각이 더 문제"라는 말입니다.갑자기 그가 생각납니다. 그는 지금 같은 하늘 아래 있지 않습니다. 저를 잘 따랐고 살가웠는데, 홀연히 떠났습니다. 자신을 향한 이상한 눈초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완전한 자유를 위해 육신을 내던졌는지도 모릅니다. 알고 보니 그는 개신교가 가장 정죄하고 혐오하는 두 가지 죄를 다 범했습니다. 동성애와 자살.

그가 떠난 후 알았습니다. 두 가지 모두 정죄 받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면서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살았음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저는 정죄하지 않습니다. 혐오하지 않습니다. 동성애를 정죄하시는 분들, 하나님 앞에서 섰을 때 과연 그들보다 더 거룩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 모두를 사랑할 의무만 있지, 정죄할 권리는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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