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이 의외로 괜찮다? 세탁비누가 된 종편

2013. 7. 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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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의 문화비빔밥] '다줄 각오' 발언 보다 더 나쁜 것… 인지적 구두쇠 현상에 영합, 민주주의의 수치

[미디어오늘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누군가 사람은 '인지적 구두쇠'라는 말을 했다. 사람은 최대한 적은 정보로 많은 내용을 알려한다는 것. 즉 인지측면에서 사람은 구두쇠다. 따라서 어떤 사소한 단서나 실마리, 정보의 조각으로 전체나 구조를 판단하려 한다. 사람들이 정보를 탐색하고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지적 구두쇠가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지 행위 자체는 에너지를 투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에 수없이 노출되는 현대인일수록 오히려 정보에 둔감하거나 약호나 간략화 하여 처리하려한다. 다양화된 미디어는 이를 촉진한다,

사람을 판단할 때도 그의 말 하나에 따라 전체 인성과 능력을 재단해 버린다. 흔히 사람들은 직관에 의존해 절대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직관은 맞는 것만 크게 느껴지고 매우 불확실할 때만 간혹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블랙 스완은 언제나 있는 것이므로, 인지적 구두쇠인 사람이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예능 강자로 등극한 '정치인' 강용석이 불편한 이유

정치인 강용석이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등장하면서 시사는 물론 예능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는 한다. 강용석이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아나운서에 관한 '다줄 각오' 발언 때문이었다. 이 발언 하나로 강용석은 엉망인 사람으로 규정되었다. 우리는 보통 그와 대화를 나누거나 그의 말소리를 들은 적조차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방송 진행자로 나서지 않았다면 그의 음성조차 대부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7월4일 방송된 JTBC < 썰전 > 화면캡처

강용석은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 아니 괜찮은 사람이어서 말을 실언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강용석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면 다되는 것일까? 역시 이조차 인지적 구두쇠 현상이다. 미디어를 통한 스펙과 이미지 세탁 효과 때문이다.

강용석이 방송에 나온 것은 단지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방송에 재능이 있다는 점을 모여서 프로 방송인으로 진출하기 위해서일까. 만약 프로 방송인을 표방해 버리고 싶었다면 보통의 토크 버라이어티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어느새 우리들은 정치인 강용석이 방송 후광에 힘입어 국회의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용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질문이 잘못됐다. 강용석은 괜찮은 사람인가? 가 아니라 강용석은 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는가이다. 그 세탁비누는 물론 방송 프로그램이다. 그것도 예능 비누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강용석이 스펙자산에 자신이 없었다면 본인이나 방송 제작진들은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근래 하버드 출신 교수와 불자의 책과 강연이 불티나게 팔리고 만원사례를 보인 것과 같다. 강용석의 스펙 자산을 통한 이미지 치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결국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스펙 자산을 통한 이미지 치장, 한국 민주주의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

특히 이러한 행위들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하게 왜곡된 인식과 실천 행태를 보여 왔고, 이를 축적시켜왔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이들은 내가 얼마나 똑똑하고 잘났는지를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1등을 하고 수석, 고시패스를 안 해도 지역 주민을 대리할 역량과 열정이 중요하다. 또한 똑똑하고 잘남을 증명하는 것이 스펙이다. 이력은 이것저것 화려할수록 좋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스펙 자산을 갖기 위해 오로지 그 감투와 이름을 얻기 위해 분투한다.

예컨대 대학은 학문이 아니라 권력지배를 위한 스펙이 된다. 이런 인식에서는 고졸학력자가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해외 학위를 가질수록 우대된다. 이 과정에서 표절 학위 논문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잘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잘 대표할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다. 얼마나 지역주민의 입장과 복지를 잘 대변하고 구축해줄 수 있는 역량을 지녔는가가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포지션으로 지역주민을 대변할 수 있을지 보여야 한다. 만약 지역 주민을 대표할 명분이나 역량을 지니지 않았다고 할 때 국회의원 선거에 뜻을 둔다면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역량과 능력은 하루아침에 답안지 쓰듯 되는 게 아니며 미디어 이미지를 잘 구축한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인지적 구두쇠 현상에 영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6월9일 방송된 700회 특집 KBS < 개그콘서트 > 화면캡처

물론 강용석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방송출연은 정치적 권력을 위한 수단이며 시민들의 정책적 요구는 부차화 했다. 스펙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신화화 혹은 이미지 세탁하는 현상들은 결국 국회의원 선거에 수렴된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이들의 세탁비누가 되거나 그들을 거꾸로 방송 이벤트의 소모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은 얼마든지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강용석을 폄하 할 수는 없다. 그의 재능은 재능이다.

그러나 정작 소외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다. 만약 지역주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려면 방송 프로그램에 올인 하기보다는 지역민들의 삶을 더 챙겨야 한다. 방송 TV프로에서 세상 오만가지 일에 판관처럼 설왕설래하기보다는 지역민들의 현안 문제를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도 시간은 부족하다.

만약 자신의 진짜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면 지역 현안 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고 묵묵히 실천하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진정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 그가 정말 나쁜 것은 미디어를 활용해 이미지를 세탁하고 정치적 진출의 발판을 삼는 가운데 이를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다줄 각오' 발언 보다 더 나쁘다. 특정 직업이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우리 사회의 정치ㅡ미디어 역학의 모순현상이다. 그런데도 김구라처럼 그를 타 방송에서 띄워주는 방식은 의회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지적조차 강용석의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되어 버려 민주주의에 수치감을 주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안 읽기를 바라는 이유다. 비판이 가해질수록 즐거워하는 새디스트 셀러브리티(Celebrity)가 부와 명예를 누리는 대한민국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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