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전 지상 갤러리]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최진환기자 2013. 6. 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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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습니다. 행복합니다. 정말 오리지널이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번씩 다시 가서 감상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술사 전공의 한 전문가의 말이다. 앙리 폴 고갱(1848~1903)의 대표작으로 보스톤미술관이 이 작품을 소장한 이후 2002년 파리,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번에 보험료만 3,000억원에 이르러 세계에서 현존하는 미술작품 중에는 최고가이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897년 둘째 딸이 사망한데다 자신도 습진과 매독으로 고생하던 고갱은 마침내 삶을 접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대작을 남기기로 한다. 꼬박 한달 동안 밤낮으로 그린 작품은 그의 유언장인 셈이다. 작품 완성후 실제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친 후 그는 동료화가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지금까지 그렸던 그 어떤 것보다도 뛰어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를 능가하거나 비슷한 작품은 결코 그릴 수 없다고 믿네. 나는 죽음을 앞두고 모든 열정을 쏟아 최악의 조건에서 고통 받으며 정열을 불태워 이 작품을 그렸어."

오른쪽에서 자고 있는 어린아이로 시작해, 맨 왼쪽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늙은 여인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인생무상의 메시지를 넘어 수수께끼 같은 매력과 다양한 상상을 자극함으로써 '복음서에 비견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전시커미셔너는 "이 작품은 죽음과 탄생이 반복되는 윤회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면서 "벽화양식을 빈 거대한 이 작품이 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나 샤갈의 '유대인극장'등에도 영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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