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그린 직장만화, 김대리 심정을 어쩜 그리 잘 알까
네이버 만화 '가우스전자' 작가는 곽백수(40)다. 본명이다. 수(洙)자 돌림에 백(百)자는 부모님이 작명소에서 받아왔다. 직장인들은 '백수'가 그리는 직장인 만화에 열광한다. 2년 반 동안 400화 넘게 그렸는데 회당 조회수가 150만건에 이른다. 댓글도 보통 2000~3000개씩 달린다. 30대 남자·20대 여자회사원이 주 독자층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에 유머를 섞은 게 비결이다. 정작 그는 직장에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가우스전자'는 재벌기업 주력회사다. '와플'사의 '와이폰'에 맞서는 글로벌 기업이다. 자매회사로는 '가우스건설', '가우스카드', '가우스생명', '가우스상조'까지 다양하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가우스전자 마케팅3부 이야기를 다룬다. 기러기 아빠인 위장병 부장, 악역 전문 기성남 차장, 눈치만 보는 차와와 과장, 성형수술로 표정이 고정된 성형미 과장, 문청(文靑) 출신 김문학 과장, 존재감 없는 나무명 대리, 까다로운 차나래와 칠칠치 못한 이상식 등이 나온다. 어느 회사에나 꼭 한 명씩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부서인 셈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회사는 대책 회의를 소집한다. 회의가 끝난 뒤 몇몇이 모여 "오늘 같은 날 한잔 안 하면 섭섭하지?" 하더니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겨 "브라보!"를 외친다. '가우스 기러기 아빠 동호회' 회원들이다.
"뉴스와 드라마, 인터넷에서 정보와 힌트를 얻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얘기를 듣기도 하죠. 그렇지만 대부분은 제가 유추하는 거예요. 본능적으로 잡아내는 게 있다고 할까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곽백수는 "만화 아이디어 수준이 떨어진 적은 있어도 고갈된 적은 없다"며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된 독서도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했다. 이날 그의 손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고전 '멋진 신세계'가 들려 있었다. 그는 "책 읽기는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의 하나"라고 했다.
현재 네이버의 모든 웹툰 중 주 5회 연재하는 작가는 곽백수가 유일하다. "만화 그리면서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다"는 그는 이전에 만화 '트라우마'를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에 7년간 2400여회 연재했었다. 그 시절 그는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투명 플라스틱 300개를 가지고 다녔다. 각각의 플라스틱에 생각나는 단어를 써넣고, 그 중 무작위로 10개를 뽑아 책상에 늘어놓은 뒤 그 단어들을 연결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가우스전자'를 연재하면서 직장생활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그렇지만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을 회사생활을 통해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997년 만화잡지로 데뷔한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잠깐 미술학원 다닌 것 외에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중·고교 때 '만화 잘 그리는 아이'로 통했고 강원도 고성에서 군 복무하던 시절,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데뷔한 뒤 그는 부모님께 "사법고시생 아들 둔 셈 치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라우마'의 성공이 그에겐 사법고시 패스였던 셈이다.
관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공부 잘하는 재능은 없었지만 경영학 배운 것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회사 이름을 '가우스'로 지은 것도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브랜드에 받침이 없는 게 좋다는 경영학 이론을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 '가우스전자'는 마케팅부 이야기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삼성이나 LG전자 회사원들을 만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취재할 생각"이라고 했다. '가우스전자'는 주인공인 상식과 나래가 결혼해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까지 그릴 계획이다. 길면 10년 정도 연재할 생각을 갖고 있다. '가우스전자'는 단행본으로 이미 두 권이나 묶여 나왔다. 그는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필독서'라고 써 달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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