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들에게 배워야할 것은 성찰하는 삶

2012. 12. 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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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의 컬처노트] KBS2 < 이야기쇼 두드림 > 김조광수 감독 "게이라서 행복하다"

[미디어오늘 최지연·문화평론가]

로이터사가 선정한 < 2012 로이터 올해의 사진 > 중에 우크라이나 키예프 거리에서 한 동성애자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진이 있다. 국가를 막론하고 동성애 혐오증은 만연해 있기에 동성애자에 대한 이유없는 폭행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국내에서도 동성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트위터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맞았다는 피해 사례가 자주 올라온다. 동성애자는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피의 대상, 혐오의 대상 심지어는 폭력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드러내놓고 살기 쉽지 않다.

지난 8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 이야기쇼 두드림 > 에서 '멘토'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영화감독 김조광수가 출연했다. "게이라서 행복한 남자"라고 자기소개를 한 '멘토'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로서의 삶에 대해 풀어 놓았다. 달동네 살던 어린 시절에 동네에 살았던 명문대 재학중인 동성애 커플을 만났던 경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게 된 중학교 시절,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과정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으면서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동성애자의 생활과 생각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가 이해가 안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인정해 달라"고 하며, "더불어 함께 살자"고 사회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이성애자들에게 호소했다.

< 이야기쇼 두드림 > 의 김조광수 감독편을 두고 방송 전부터 시청자 게시판이 들끓었다. 동성애는 죄인데 동성애를 미화시키고 조장한다며, 동성애자가 어떻게 '멘토'가 될 수 있냐며 제작진과 방송사에 대한 성토가 게시판 몇 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몇 주전에도 이와 비슷하게 시청자 게시판을 가득 메우게 했던 편이 있다. "아~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로 유명한 천호실업의 김영식 회장이 '멘토'로 나온 편이다. 그런데 게시판을 가득 메운 글들은 김조광수 편과는 대조적으로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많은 인생의 굴곡을 겪었지만 결국 성공한 CEO의 경험담을 통해 감동받고 유익한 교훈을 얻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이야기쇼 두드림 > 과 같은 강의쇼나 아침방송에 성공한 CEO들이 자주 나온다. 많은 실패와 어려움을 겪지만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한 사람, 독특한 아이템으로 소위 '대박'을 친 사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체를 가진 사람 등이 나와 그들의 실패 극복기, 성공 비결 등에 대해 들려준다. 경제적 성공에 목말라 있는 대중들에게 그들은 본받아야 할 롤모델이며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되새겨야할 교훈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원하고 그래서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CEO들은 방송 게스트로 인기가 높다. < 이야기쇼 두드림 > 특강 멘토 추천 게시판에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사람도 성공한 젊은 한 CEO이다.

그들의 분투와 노력은 박수받을 만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경제적 성취를 이룬 것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현재는 성공의 자리에 있지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거나 다시 실패한다면 대중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 여전히 롤모델로, 멘토로 바라보며 이들의 철학과 삶의 방식에 공감할까?

김조광수 감독은 그의 경제적 혹은 사회적 성취와 관계없이 그의 철학과 삶의 방식으로 가르침을 준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불이익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더군다나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커밍아웃한 용기에 박수치게 한다. 그리고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사는 동성애자나 동성애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성애자를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그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고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김조광수 감독이 내보이는 삶의 철학은 그가 성공한 사람이라서, 가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수의 일원이었다면 볼 수 없는 것을 오히려 소수자이기 때문에 볼 수 있음을 김조광수 감독은 알려주었다. "게이라서 행복하다"는 그의 말은 그가 '게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게이'라는 것으로 인해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소수자로서의 삶을 통해 다수는, 기득권자는 알지 못하는 또는 하지 못하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더 가치를 둔 말인 것이다.

그러한 성찰은 사회의 다른 소수자와 약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멘토'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이러한 성찰이다. 성공할 수 있는 비법, 성공하는 과정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롤모델이고 멘토인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멘토이어야 한다.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는 바로 이렇게 성찰하는 삶으로 인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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