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2000만 시대로>‘요우커’의 힘… 스위스 뛰어넘는 ‘관광대국’의 기적 낳다

문화일보

올 한 해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 숫자가 21일 오전 1000만 명을 돌파한다. '외래관광객 1000만'이란 숫자를 셈해보자면 이렇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만여 명의 외래관광객이 입국하고, 매일 30만 명의 외래관광객이 국내에 체류한다.' 비자발급 완화 등 제도개선과 '한국방문의 해'의 계기로 강화된 환대서비스, 여기에 한류효과까지 더해져 외래관광객 증가의 상승곡선이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2020년 2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운 한국 관광산업의 성과와 과제를 2회에 걸쳐 분석해봤다.

◆ 6·25전쟁 직후 31명에서 1000만 명으로 =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6월 15일.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부산항에 정박한 프랑스 국적의 1만8000t급 크루즈선박 '라오스'호에서 내린 다국적 관광객 31명. 정부 공식집계로는 최초의 외래관광객인 이들은 해운대와 동래온천 등을 돌아보고 떠났다. 산동네마다 판잣집이 빽빽이 들어선 부산을 '관광'하면서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57년이 지난 뒤,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 수가 최초로 한 해 1000만 명을 넘어서게 됐다. 연말까지 계산하면 외래관광객은 전년대비 150만여 명(15.4%) 늘어난 11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1년 기준 네덜란드가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과 비슷한 숫자로, 일본(621만9000여 명)은 물론이고, 관광대국이라 일컬어지는 스위스(853만4000여 명)와 체코(877만5000여 명) 등에 비해서도 100만 명 이상 많은 숫자다.

◆ 관광객 증가 추이 언제까지 갈까 = 외래관광객 1000만 명 기록 달성의 원동력은 '중화권 관광객의 폭증'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숫자는 지난 2003년 이후 9년째 연속 성장하고 있다. 성장률 또한 가파르다. 지난 2008년 전년 대비 9.3% 증가했던 것만 제외하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전년대비 39.7%나 증가했으며 2011년에도 18.4%가 늘었고 올해 역시 증가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중화권인 대만과 홍콩 역시 전년대비 32%와 38%가 증가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중화권 시장의 잠재력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것.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300만 명에 달했지만 이 숫자도 한 해 동안 출국하는 전체 중국인의 고작 3.2%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2016년 1430만 명, 2020년에는 지금보다 2배가 늘어난 2000만 명의 외래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0만 명이란 기록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태국, 그리스, 캐나다 등 보다 많은 숫자다. 유엔관광기구(UNWTO)의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오는 2020년이면 유럽을 제치고 전세계 관광수요의 16∼17%를 점유하는 '세계최대의 관광권역'으로 부상하게 된다. 국가별로도, 권역별로도 호황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8년 뒤 외래관광객 2000만 명이란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 전방위적인 관광객 유치 노력의 결실 = 외래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환율 가치하락 등의 경제적 요인도 있긴 했지만, 정부의 제도 개선과 한국관광공사의 관광객 유치노력 등도 주효했다. 관광공사는 일찌감치 중국시장의 타깃별 관광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했고, 한류체험과 의료관광 등 중화권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이와 함께 2010년부터 올해까지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한국방문의 해' 사업도 관광객 증대에 큰 힘이 됐다. 32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대표로 구성된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3개년의 운영 기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과 정부, 민간과 민간의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객 유치관련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냈다. 특히 위원회가 추진해 온 외국인 관광객 환대 교육과 캠페인은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고, '코리아그랜드세일' 등 국내 프로모션과 '케이팝(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을 비롯한 해외 프로모션도 잇달아 호평을 받았다.

중국인 관광객 비자발급 완화 정책이나 숙박업소 설립 규제완화 등이 정부의 공이라면, 의료관광과 인센티브 관광 등 신규 관광수요 창출은 관광공사의 노력에 힘입었다. 여기다가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모션과 내국인의 환대 분위기 확산은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의 몫이었다.

이 같은 협업의 성과는 눈부셨다. 올해 크루즈 관광객 유치실적은 25만여 명으로 2007년 대비 590%가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의료관광 목적의 관광객도 5년 전 1만6000여 명에서 올해 15만 명으로 무려 838%나 증가했다. 1, 2월 관광 비수기를 타개하기 위해 빈손에서 시작한 코리아그랜드세일의 매출도 올해 345억 원에 달했다.

◆ 외래관광객, 국내 경기 어떻게 데우나 = 외래관광객이 늘면서 관광산업의 경제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외래관광객 총 지출액은 12조 원. 이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21조 원이었고, 관광분야에서만 38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외래관광객 10명이 국내 체류하는 동안 소비하는 평균 금액을 환산하면 42인치 LCD TV 60대를 수출하거나 반도체 7000개를 수출해서 얻는 경제적 효과와 맞먹는다.

관광분야의 경제적 효과는 곧바로 경제 현장의 온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화권 관광객이 늘면서 서울 명동 일대의 상권이 되살아나고, 관광지 인근의 쇼핑센터 매출액이 급증하는 게 그 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변두리 모텔촌이 외래관광객 유치로 활로를 찾은 사례도 있다. 경기 시흥시 월곶동의 모텔촌 업주들은 지난 6월 자발적으로 시설을 개보수한 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지원 아래 외국인을 대상 세일즈 활동을 펼쳐 4개월 만에 외국인 관광객 1만5000명을 유치했다. 이로 인해 6억 원의 신규수입이 창출된 것은 물론이고 인근의 식당과 가게들도 덩달아 성업을 이루고 있다. 조진호 월곶동 외국인유치위원장은 "내년에는 참여 모텔이 7개에서 40개로 늘고 외국인 유치 실적도 13만5000여 명에 달할 것"이라며 "외래관광객 증가가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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