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피아노 소리에 내 바이올린이 춤춘다

김성현 기자 2012. 6. 2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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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가 꼽은 최고의 피아니스트 파트너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4)는 맘이 맞지 않는 피아니스트를 만나면 "데굴데굴 구르거나 머리를 쥐어뜯었다"고 했다. 천하의 베를린 필과 협연해도 성에 차지 않으면 복도에서 씩씩거리곤 했던 이 '아시아의 마녀'에게 음악의 동반자이자 이중주의 파트너인 피아니스트는 언제나 골칫거리로만 남아 있었다.

다음 달 대관령국제음악제 개막을 앞두고 정경화는 인터뷰에서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 공동 우승 이후 자신의 45년 음악 인생에서 잊지 못할 반주자들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 (68)와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정경화와 호흡을 맞췄던 반주자들은 당대를 주름잡았던 명(名)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1. 라두 루푸(1977년 드뷔시·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녹음)

"그가 25세 때인 1970년에 처음 만났다. 당시에도 음악적으로는 이미 나무랄 데가 없었다. 브람스와 슈만, 슈베르트의 독주(獨奏)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너무나 완벽주의자여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연주가 맘에 들지 않으면 피아노를 마구 두들겨댔다.

그는 리허설을 무척 싫어해서 베토벤은 한 번 연습하고 그대로 연주할 정도였다. 녹음할 때에도 지긋지긋할 만큼 나를 힘들게 해서, 호텔에 돌아오면 나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다. 하지만 스튜디오로 돌아오면 다시 시침을 뚝 떼고 녹음에 임했다. 드뷔시와 프랑크의 음반도 녹음하고서 3년이나 출시를 보류했다. 하지만 프로듀서(크리스토퍼 레이번)가 우리 둘을 스튜디오에 부르더니 가만히 이 녹음을 틀어주었다. 그때야 둘 다 마지못한 듯이 동의했던 기억이 난다."

2.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88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레스피기 바이올린 소나타 녹음)

"그가 22세 때 처음 만났는데 피아노를 다루는 솜씨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세게(forte)'와 '여리게(piano)'로 모든 걸 표현하려고 드는 연주자도 있지만, 반면 그는 강약을 아마도 수천 개로 쪼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할 때에는 옷과 악보, 연필의 무게를 일일이 재보고서야 짐을 쌀 정도로 편집증 기질이 있었다. 자신의 리허설도 모두 비디오로 촬영하고 모두 보관해둘 정도였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곧바로 음향을 알아차릴 정도로 귀가 예민하고 정확했다. 내 연습실에 와서도 음향이 글렀다고 타박을 놓더니, 정작 부엌은 소리가 좋다고 하더라."

3. 정명훈(정경화·정명화와 '정 트리오' 녹음)

"1962년 미국 시애틀 박람회 당시 '정 트리오'로 함께 연주했던 것이 정식 무대에서는 처음이었다. 미국에 이주하고 나서도 누나들의 반주를 많이 했는데, 명훈이는 새벽 7시부터 지독히도 연습했다. 그는 '1만 퍼센트' 노력가다. 워낙 속이 깊어서 평소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툭' 하고 한마디 던지는데 돌아보면 그 말이 언제나 정답이었다. 13세 때 명훈이가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을 피아노로 반주하던 모습을 지켜본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정명화의 스승)가 '타고난 지휘자'라고 말했다. 마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한 것 같았다."

4. 이타마르 골란(1999년 소품집 '수브니어' 녹음)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었는데, 어머니(고 이원숙 여사)가 먼저 듣고서 추천한 경우다. 때마침 그의 연주 일정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열흘 뒤에 그의 연주를 처음 듣고 곧바로 3개월 뒤에 한국에서 호흡을 맞췄다. 기절할 정도로 '반주 귀신'이며, 그의 음악은 마치 살 밑으로 쑥 들어오는 것 같은 마력이 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국과 영국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는데, 정작 후원자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던 아쉬움이 있다."

5. 케빈 케너(현재 정경화의 반주자)

"지난해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무척 내성적이었고 말도 없었지만, 내면에 보물이 숨어 있는 것만 같았다. 연주자라면 누구나 있을 법한 자만심이나 오만함이 전혀 없었으니까. 나보다 15세 연하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불필요한 충돌이 없으며, 가끔은 농담 삼아서 '내 최고의 제자'라고도 부른다. 앞으로 3년을 내다보면서 그와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7월 21일~8월 1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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