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는.. '불'의 과학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2011. 4. 1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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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고수 요리사 브로더릭씨 비법 공개

스테이크는 고기를 소금 외 별다른 양념 없이 불에 굽는, 어쩌면 가장 단순한 요리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기에 그만큼 더 어려운 요리이기도 하다. 미국 육류수출협회 초청으로 최근 서울 에 온 유명 스테이크 요리사 티모시 브로더릭(Broderick·45· 사진)씨를 만나 이 '난제(難題)'에 대한 답을 구해봤다.

브로더릭씨는 뉴욕 르 서크 2000 (Le Cirque 2000), 윈도즈 온 더 월드(Windows on the World) 같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한 뒤 홍콩 만다린오리엔탈호텔 수석주방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홍콩 최대 외식기업 A.S.왓슨즈(Watsons) 총괄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스테이크는 '불의 과학'이었다.

―스테이크가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했다는데.

"인간이 인지하는 맛이란 정확하게는 맛(taste)과 풍미(flavor)로 분류된다. 맛은 혀의 미뢰(tastebud)가 감지한다. 단맛·신맛·짠맛·쓴맛·우마미(umami·감칠맛) 다섯 가지다. 풍미는 코의 후각기관(olfactory rec eptor)이 감지한다. '맛있다'고 하는 총체적 경험은 맛보다 풍미가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생고기에 맛은 있지만 풍미는 없다. 고기를 구우면 풍미가 더해진다."

―풍미가 더해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달라.

"열을 가하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고 뜨거워지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난다. 탄소가 질소·산소 따위와 결합한다. 이러한 화학적 결합물질들이 풀, 양파, 향신료, 꽃 등의 향을 발산한다. 갈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브라우닝 반응(browning re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정에서 요리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불 조절이다.

"너무 뜨거우면 표면은 타고 속은 차갑다. 중간불이 알맞다. 오븐이 꼭 필요하진 않다. 앞뒤를 구운 다음 약불로 줄이거나 끄고 남은 열로 익히면 된다."

―뜨거운 불을 이용해 먼저 고기 표면에 껍데기(crust)를 만들어야 육즙이 빠지지 않아 맛있다고 하던데.

"낭설이다. 센불로 표면에 크러스트를 만드는 걸 '시어링(sear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어링을 해도 육즙이 빠진다는 걸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스테이크 구울 때 불길이 활활 올라오게 하는 요리사도 있다.

"내 주방에선 절대 금지다. 불꽃이 닿으면 가스 냄새가 고기에 밴다."

―고기가 얼마나 익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얼굴 테스트(face test)'란 게 있다. 스테이크를 손가락으로 눌러봐서 턱 정도의 탄력이면 레어(rare), 코 정도면 미디엄(medium), 이마 정도면 웰던(well-done)이다."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는 상태는.

"미디엄레어(medium rare)다. 표면은 풍미를 품고, 속은 촉촉하다."

― 한국 에선 바짝 익힌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이 원하면 웰던으로 구워드린다. 하지만 내 생각에 웰던으로 굽는다는 건 고기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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