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고루·홍련봉보루는 고구려 제사터"

2008. 6. 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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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오 교수 유적유물 분석 결과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임진강 북쪽 연안 현무암 지대 수직 단애(斷崖)에 자리잡은 삼국시대 고대성곽인 경기 연천 호로고루성(瓠蘆古壘城)에서는 2006년 여름 토지박물관이 벌인 발굴조사에서 깊이 3m에 이르는 방형 '지하창고'가 발견되고 그 안에서는 각종 동물뼈와 탄화한 곡물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이런 성과를 조사단은 "이곳에서 장기간 주둔하던 고구려 병사들이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던 식량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고구려 고고학, 특히 기와 전공인 충주대 백종오 교수는 이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백 교수는 한국고대학회와 서울 광진구가 지난 13일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 '2008 고구려역사문화계승을 위한 학술대회' 발표문 '남한 내 고구려 유적 유물의 새로운 이해'라는 논문을 통해 호로고루성 뿐만 아니라 아차산 일대에 포진한 고구려시대 보루 유적 중에서도 같은 지하식 혹은 반지하식 건물터와 함께 연화문 수막새가 확인된 홍련봉 1보루 또한 제사와 같은 "상징적인 의례(儀禮) 행위가 이루어지던 공간"이라는 견해를 제출했다.

그의 주장은 이들 두 성곽이 군사적 기능을 강하게 띄는 시설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와 더불어 천신(天神)이나 수신(水神)을 제사하는 제천(祭天) 행사나 수신제(水神祭)가 아울러 거행되던 곳이기도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증거로 이들 두 성곽에서 모두 확인되는 독특한 유적과 유물의 성격을 꼽는다.

이 중에서도 식량 비축창고라고 하기에는 "(출토된) 탄화곡물의 양이 지극히 적으며, 그런 곡물 또한 잘 익은 곡식으로 추정되는가 하면, 무엇보다 이곳에서 출토된 동물뼈를 분석한 결과 고구려가 각종 제의에 희생물로 사용했음이 명백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동물로 밝혀졌다"는 점을 든다.

토지박물관이 동물고고학 전공인 이준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에게 동물뼈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하악골을 중심으로 소ㆍ말ㆍ멧돼지ㆍ사슴ㆍ노루ㆍ개 등 최소 6종임이 밝혀졌다.

아울러 이 '지하창고'는 구조 또한 '지하식 벽체 건물터'로서 고(古) 토양층을 너비 6m, 깊이 2.5m 가량 되는 방형으로 파낸 다음 그 안쪽에는 다듬은 현무암 석재를 질서 정연하게 쌓아 벽체를 구축하고, 현무암 암반 위 바닥에는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오리나무 등의 통나무를 깐 구조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이 인접한 지점에서 확인된 구덩이 유적에서 출토된 관모형(冠帽形) 토제품과 토제 삼족 벼루, 토제와 석제 저울추 등은 "일상적인 생활 기물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의례 행위에 사용되는 특수기물로 추정"되며, 나아가 호로고루성이 임진강을 낀 점 등을 들어 백 교수는 고구려시대 이 성(城)에서는 수신제가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더불어 백 교수는 지금까지 남한 지역에서 확인된 90여 군데에 이르는 고구려 유적 중에서도 오직 호로고루성과 홍련봉1보루에서만 연화문 수막새가 출토되었으며, 더구나 그 중 각각 1점씩의 연화문 와당이 일부러 일정한 부분(앞면 테두리 등)을 깨어 낸 점을 주시하면서 "이는 제의에 와당을 사용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에 대한 토론을 담당한 양정석 수원대 교수는 "몇몇 세부 주장은 재검토 여지가 있으나 기존에는 일상적인 군사시설로만 이해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유적과 유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새로운 기능을 생각케 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백 교수 연구성과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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