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조상 중 상당수는 한국인이다" 도발적 학설 제시한 美 사학자 코벨

2006. 12.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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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부여기마족과 왜(倭)'는 10년 전 세상을 떠난 한 미국인 여성 사학자에게 대한 헌사로 보인다. 존 카터 코벨(John Carter Covell·1910∼1996). 미국 태생의 동양미술 사학자로 서양인으로는 맨 처음 일본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고,캘리포니아 주립대와 하와이 주립대에서 동양미술사를 가르쳤던 인물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시작으로 '코벨의 한국문화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조만간 나올 2권의 제목은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이름도 낯선 서양 사학자를 뒤늦게 재조명하고 나선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코벨은 1978년부터 1986년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일고대사,한국미술,불교,도자기 등에 대한 1400여편의 칼럼을 썼고,'한국이 일본문화에 미친 영향' '한국문화의 뿌리' 등 5권의 한국문화 관련 책을 냈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코벨만큼 정력적으로 한국문화를 연구한 서양 학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

그러나 코벨의 존재가 진정 빛나는 것은 연구의 양이 아니라 그 질 때문이다. 그녀의 연구는 한일간 역사전쟁의 한복판을 통과한다. 바로 한일 고대사 분야다.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전수받았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되려 임나일본부설을 통해 자신들이 한국을 지배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 미술사 분야의 거장을 꿈꾸던 코벨은 일본에서 발굴되는 고대 유물의 대부분이 한국 땅에 뿌리를 두었다는 '고대사의 진실'을 눈치채게 된다. 그때부터 그녀의 시선은 한국미술사에 집중되었고,일본의 고대유물에 남아있는 한국의 흔적들을 찾아내는데 매진하게 된다.

코벨은 1970년대 후반부터 매우 대담한 주장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4세기경 한국인들이 일본에 건너가 문화를 전수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건설을 주도했다" "일본인의 조상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건너간 한인이다" "일본 왕실은 한국에서 말을 배에 싣고 건너간 모험가들이 건국한 왕실에서 시작된 것이다" 등 그녀의 주장은 당시의 한국 사학계에서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글 대부분이 영문으로 발표되는 바람에 대중에게 닿기 어려웠다. 코벨이라는 이름은 얼마 지나서 잊혀지고 만다.

죽은 코벨을 되살려낸 편역자는 김유경(59)씨다. 언론인 출신인 김씨는 1980년대 초반 문화부 기자로 코벨의 글을 받아 1년간 신문에 연재했던 인연이 있다. 그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후에 코벨을 다시 기억해낸 이유가 뭘까? 김씨는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코벨만한 사람이 없다"면서 "코벨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한국문화 해설자"라고 소개했다. 제3국 학자라는 객관적 위치,유물과 예술품을 통한 고고학적 접근,누구나 읽기 쉬운 칼럼 형식 등 코벨의 미덕이다. 김씨가 코벨의 글을 수집하고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1999년 출간된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무속에서 신라 불교까지'(학고재)는 그 첫 결과물이었다.

이번 책은 바다 건너 일본을 정벌한 부여족과 가야에 대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부여족의 야마토 정벌 과정과 왕권 수립의 증거,일본에 남아있는 한국문화의 흔적,한국이 일본에 전한 영향,일본의 역사왜곡 등을 다룬 62편의 칼럼이 수록돼 있다.

코벨은 부여의 일본 정벌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수의 외국 학자들을 동원한다. 미국의 그리피스,페놀로사,게리 레저드 등이 코벨보다 앞서 일본문화의 근원이 한국이라고 주장했고,일본인 학자 중에도 에가미 나미오,기다 사다기지 등이 기마민족 정벌론을 인정했다. 한국 사학자로는 북한의 김석형과 남한의 천관우,최태영의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김유경씨에 따르면 코벨의 연구에 대해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베푼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코벨은 6개월마다 있었던 비자갱신 때 입출국을 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 수 있게 되기를 바랐지만 그런 도움도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코벨은 말년까지 "나는 한국의 가야사가 분명하게 확립되는 것을 볼 때까지 오래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 책의 출간은 그녀에게 빚진 마음을 다소 덜어준다. (부여기마족과 왜(倭)/존 카터 코벨/글을읽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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