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그때 그 사람들"의 비밀 촬영은 내가 요구했다

2005. 2. 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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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력을 향한 욕망 “커져라, 세져라” 매일 메일을 열면 스팸메일을 지우는 것이 일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일상인들의 최근 풍경이다. 그런데 근래 자주 눈에 들어오는 불법 메일이 있다.

“확실하게 크게 해 드립니다.” 크게 해 준다고? 뭘? 대충 짐작은 갔지만호기심에 몰래 열어보니 작은 ‘거시기’를 크게 만들어준다는 광고였다.

이런 억지 광고가 인터넷을 통해 빈번하게 흘러든다는 것은 크기에 대한 남성들의욕망을 반증한다. 공중 목욕탕에서 남의 것을 힐끔거리는 일도 그런 까닭이다.

사춘기 무렵 대개 한번씩 해보는 일이 자로 길이재기, 친구하고 대보기가아니었던가. 크기는 성적 만족이나 생식능력과 무관하다는 의사들의 심심찮은교화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크기에 대한 집착과 콤플렉스는 줄어들지 않는 것같다. 여성들의 성형 열풍 곁에 남성들의 또다른 성형 열정이 기립해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이 ‘더 크게’의 비밀에 대해 신화는 어떤 실마리를 줄 수 있을까? 신화가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큰 것에 대해서는 신화도 할 말이 적지 않다. 잠시눈을 감고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울산 반구대의 바위그림을 떠올려 보라. 춤을추고 있는 남성상에 돌출된 거대한 성기를. 그게 안 떠오른다면 신라 토우의 두다리 만한 가운뎃 다리를 생각해 보라. 이런 그림을 새기고 조각상을 만들어낸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겠는가? 반구대 암각화나 신라 토우의 커다란 성기는풍요로운 생산력 소망넘어국가권력의 상징으로 변형 제주도의 ‘설문대할망과 설문대하르방’ 이야기를 보면 두 남녀신은 성기로고기를 잡는다. 몹시도 배가 고팠던 두 신, 설문대하르방이 남근으로 설문대할망의여근 쪽으로 고기를 몰아넣어 잡아 먹었다는 것이다. 웃음을 자아내는음담패설처럼 들리지만 자신들의 성기로 먹을 것을 얻는 두 신의 모습에는 거대한성기를 통해 풍요로운 생산력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려고 했던 원시사유가 새겨져있다. 반구대의 암각화와 신라의 토우에 담겨 있는 바로 그런 소망이다.

그런데 신이든 사람이든 거근(巨根)을 소지하려면 거근에 걸맞는 몸집을 지녀야한다. 성기로 고기를 잡아먹은 설문대할망과 설문대하르방처럼 거대한 몸집을소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임석재 선생이 모아놓은 <한국구전설화>‘경상북도 편’(12권)을 보면 남근이 여근을 보기만 하면 ‘썽’을 내는 까닭이나온다. 조물주가 처음에 남근과 여근을 아주 크게 만들어 주었는데 남녀가불편하다고 불평을 해서 지금처럼 작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알맞아야한다는 것. 거대한 성기를 달고 다니려면 그만한 몸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거근 이야기는 거인 이야기로, 거대한 몸집을 지녔던 창조신의 창조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창조신의 거인 형상은 세계 창조신화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우리 신화의 미륵과중국 신화의 반고는 천지를 밀어 올려 세계를 창조할 정도로 몸집이 크다.

창조신의 몸집의 크기는 바로 그가 창조한 세계의 크기이다. 천지를 개벽한창조신의 몸이 해체되어 해와 달, 별과 산천 등 만물로 변형되는 것은 창조신이세계 자체라는 것, 다시 말해 ‘창조신=자연’이란 뜻이다. 이는 마고할미나설문대할망과 같은 창조여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한겨레>12월21일치 7회참조??) 거대한 몸집을 가진 설문대할망이 수수범벅을 먹고 똥을 싼 것이 오름이되었고, 오줌을 싼 것이 내가 되었다는 제주도 신화나 마고할미가 똥을 눈 것이오리섬이 되었다는 경기도 화성 지역의 구전신화가 그런 사례다. 한번 싼 것이산이 되고 시내가 되려면 그 배설기관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거대한 거시기’에서 자연의 풍요로운 생산력의 상징만을 보고 말 일은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와는 전혀 다른 단군의 탄생 이야기가 그런의문을 갖게 한다. 옛날 밥나무에서 밥을 따 먹고 옷나무에서 옷을 따 입던 시절하늘에서 사람이 하나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데 그의 신(腎)이 예순 댓발은 될정도로 길었다. 그래서 동물들이 모두 마다했는데 곰이 굴 속에 있다가 그 신을맞이하여 단군을 낳았고, 그 후 여우가 받아서 기자(箕子)를 낳았다는 것. 역시<한국구전설화>(3권)에 실려 있는 이야기인데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은 ‘단군신화’에 근거한다면 환웅일 터이다. 그러나환웅이든 아니든 문제는 모든 동물들이 마다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남근이다. 물론이 남근에는 창조신의 모습이 박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창조신의 남근을 곰이맞이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점이다. 단군이 누군가? 바로 고조선의 건국주가아닌가. 그럼 기자는 누군가? 소위 기자조선의 창업자가 아닌가. 이 구전신화는그저 웃고 넘길 이야기가 아니라 창조신의 상징인 거대한 남근이 국가권력의상징으로 변형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김수로왕이 자신의 거대한성기로 낙동강에 다리를 놓았다는 이야기, 부인 허 황후가 나라 잔치에서 앉을자리가 없자 자신의 성기로 방석을 깔았다는 음담패설에 숨어 있는 뜻도 이런것이리라. 이처럼 권력의 담론으로 변형된 거대한 거시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옛문헌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잘 알려진 것이 지철로왕의 경우다. <삼국유사>를보면 지철로왕은 남근이 한 자 다섯 치나 되어 배필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사신을 곳곳에 보내 짝을 구하게 했는데 사신이 모량부의 나무 아래서 개 두마리가 북만한 똥덩이를 물고 다투고 있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떤 계집아이가 재상 댁 따님이 여기서 빨래를 하다가 숲 속에 들어가 눈똥이라고 했다. 찾아가 보니 여자의 키가 일곱 자 다섯 치나 되었다. 궁중으로맞아 왕후로 삼았다.

실제로 지철로왕이 거구여서 이런 이야기가 생겨났는지도 모르겠지만 거대한남근에는 크기 이상의 뜻이 숨어 있다. 신라 22대 지철로왕(500˜514)은 평범한왕이 아니라 60대에 왕위에 올라 국호를 신라로 정했을(503년) 뿐만 아니라순장법을 폐지하고 우경법(牛耕法)을 시행하고 왕이란 칭호를 처음으로 사용하는등 신라의 국가체제를 정비한 인물이다. 우산국(울릉도)을 공격하여 영토에편입시켰고, 죽은 후 지증(智證)이란 시호를 최초로 받은 왕이기도 하다. 이런왕의 남근이 거대했다는 것은 그가 강력한 왕권을 지녔거나 강력한 왕권을추구했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거대한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힘찬 오줌도 거대한 남근이 지닌 파워의 변형이다.

<고려사>를 보면 왕건의 선조인 보육이 지리산에서 수도를 하던 중에 송악(松嶽)에올라가 오줌을 누었는데 홍수가 나서 삼한 땅이 잠기는 꿈을 꾼다. 꿈 이야기를들은 형이 장차 천하를 얻을 자식을 낳을 꿈이라면서 자신의 딸을 주어 혼인을시켰다는 이야기다. 이 보육의 오줌 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홍수를 일으킬정도의 오줌발이 단순히 생산력만이 아니라 천하를 삼킬 정도의 권력을 상징한다는사실이다.

허나 명심할지어다신라 경덕왕의 경우에서 보듯크기에 대한 반성없는돌진은세계의 불임을 부를 수 있음을… 오줌 꿈으로 더 유명한 것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유신의 누이 보희의 꿈이다.

어느 날 서악(西岳)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는데 오줌이 장안에 넘치는 꿈을 꾼다.

꿈 이야기를 들은 동생 문희가 비단을 주고 꿈을 샀고, 꿈을 산 문희가 후에 왕이되는 김춘추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장안을 잠기게 하는 오줌 꿈 역시 권력의획득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권력은 스스로 얻는 것이 아니다. 김춘추를 통한권력의 획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문희가 산 꿈을 통해 간접화된 거대한여근은 거대한 남근의 변형인 셈이다. 이는 문희의 짝인 김춘추, 곧 태종무열왕의거인적 면모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김춘추는 백제를 멸망시킨 후부터는 점심을없애고 저녁만 먹는데도 하루에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를 먹어치운대식가가 아니었던가. 이쯤에서 크기에 집착하는 남성들, 제인 구달의 표현을 빌리면 밤낮‘알파수컷(Alpha Male)되기’를 추구하는 남근들이 기억해 두어야할 인물이 있다.

경덕왕이다. 그는 지철로왕보다는 못하지만 8치나 되는 옥경(玉莖)을 지녔음에도불구하고 아들을 낳지 못해 괴로워한 왕이다. 물론 그는 하늘줄을 끊으면서까지억지로 아들을 얻지만 그것이 결국 신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고 말았다.(??<한겨레>2004년 12월17일치 5회 참조??) 크기에 대한 편집증, 거대한 거시기를 향한 반성없는 돌진은 세계의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 mytos21@hanmail.netⓒ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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