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나쁜 게 아냐!

이우일 2002. 8. 2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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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내가 다닌 곳은 초등학교가 아닌 분명한 국민학교였다) 시절, 왼손잡이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래서 돋보인다는 점이 어린 내 호기심을 자극했음이 틀림 없다.

더 신기하고 부러웠던 것은 양손을 자유롭게 쓸 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사용하는 그 기기묘묘함이라니. 하지만 그런 동경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왼손잡이라는 사실은 호된 꾸지람과 혹독한 교정훈련을 친구들에게 강요했다.

누구도 왼손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와 오른손만을 써야 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저 오른손을 쓰는 것이 바른 것이며, 왼손을 쓰는 짓은 옳지 못한 버릇없는, 부정하면서도 불량한 짓이라고만 반복해서 주입했던 것이다.

이런 원인 없는 편견과 이유 없는 억압이 어디 왼손잡이에게만 해당될까? 평범하고 올바른 길이라고 규정된 그리고 귀가 따갑도록 배워온 방식에서 벗어나면 여지없이 낙오자, 패배자, 문제아라고 낙인을 찍으며 배척하는 세상.낯설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이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가로막고 억누르며 하지 말라 반대하고 나서는 세상.이 책 <다르게 사는 사람들>은 단지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힘겹게 살아야 했던 우리 시대 소수자들의 절절한 외침을 모아 엮은 수난의 고백록이다.

<진보평론>의 "발언대"에 실렸던 글들을 다시 손봐 엮은 것으로 다르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한 사람은 트렌스젠더 "김비"씨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여성성을 발견하면서 겪어야 했던 많은 고통과 좌절.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의 다름에서 오는 고통으로 몇 번씩 쓰러지고 다시 일어났던 그는 마침내 혼재된 성의 한 부분을 걷어내고 여성이라는 자신에게 적합한 성을 확정하게 된다.

김비씨는 자신은 물론 드러나지 않은 트렌스젠더들의 성 결정과 전환수술에 대해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결코 없던 성을 새롭게 가지거나 하나의 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성을 선택하고 새롭게 부여받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성을 되찾은 김비씨는 여전히 왜곡되고 편견에 가득찬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거둬달라고 말한다. 그들 역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행복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엄연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넝마주이로 전국을 떠돌며 쓰레기를 뒤졌던 윤팔병씨의 글과, 또 다른 성적 소수자인 레즈비언 김송혜숙씨가 꼬집는 우리 시대의 그릇된 망상과 애정에 대한 고정관념, 장애인인 동시에 여성으로 철저하게 소외된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김효진씨의 글, 외국인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김해성 목사가 대신 엮은 "제발 때리지 마세요",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보고서 "누가 이 아이들의 작은 소망을 들어줄 수 있는가?",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온 몸으로 떠받치며 살아온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 "지옥 일기",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인간들의 보다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사이버 세계 코뮤니스트의 글까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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