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오랑주 페스티벌 프로덕션 '라 보엠'
'개선 과제 남은 절반의 성공'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서울시향의 민간오페라 참여, 그것도 국립오페라단과 시향이 바로 올봄에 함께 공연한 작품의 되풀이, 저가 티켓 수가 너무 적고 태반이 초고가 티켓인 기형적 가격 구조, 결국 저조한 예매율로 4회 예정 공연을 2회로 축소, 티켓 덤핑판매,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두 차례나 연기된 첫 공연….
글자 그대로 말 많고 탈 많았던 (주)ADL 기획의 야외오페라 '라 보엠'이 드디어 지난 1일 저녁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무사히 첫 공연을 마쳤다. 출연진도 스태프도 지루한 기다림 또는 오랜 맘고생에서 마침내 해방된 밤이었을 것이다. 전체 객석 7천 석 중 6천300여 석이 차 객석 점유율도 90%에 다다랐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야외극장 오페라에 관객과 주최 측 모두 얼마간의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다.
공연 시작 시각인 오후 7시30분이 되어서도 채워지지 않은 좌석이 상당히 많았고, 줄지어 입장한 관객들은 부지런히 좌석번호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다수 관객이 지각했을 뿐 아니라 진행상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예정보다 10분을 훨씬 넘겨서야 공연이 시작됐지만 그 뒤로도 관객 입장은 계속됐고 음료수 캔이나 페트병 쓰러지는 소리, 주차장 쪽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 등으로 1막 내내 공연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공연 중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녹음하는 몇몇 관객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공연 내용은 그간의 여러 일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가난한 시인 로돌프와 아름답고 병약한 미미의 슬픈 사랑 이야기에 관객들이 서서히 빠져들었다.
세 차례의 내한공연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수영하듯 편안하다'는 자신의 단골 배역 미미를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대담한 연기로 보여줬다.
게오르규의 역할 해석은 푸치니가 창조한 청순가련형의 미미보다는 뮈르제의 원작 '보헤미안 삶의 풍경'에 등장하는 '경험 많은' 미미에 더 가까웠고, 음영이 짙은 게오르규의 중저음은 외롭고 신산한 삶의 무게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냈다.
로돌포 역의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감정선을 유연하고 섬세하게 처리하는 능력과 날렵하고 활달한 연기, 미성의 고음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미미가 죽기 전 두 주인공이 첫 만남을 회상하는 이중창을 부를 때 두 가수 간의 화학작용은 완벽에 가까웠다. 라 스칼라 극장이 올가을 '라 보엠' 공연에 이 두 사람을 함께 캐스팅한 것도 당연하다.
이날 공연에서 두 주역 못지않게 관객을 매혹해 인기를 누린 무제타 역의 소프라노 라우라 조르다노는 가창과 음색, 연기 면에서 아쉬움이 없는 무제타의 현신이었다.
조르다노 또는 그리골로와 함께 위트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낸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마르코 카리아, 쇼나르 역의 바리톤 토비 스태포드 알렌, 콜리네 역의 베이스 비탈리 코발료프, 베누아 및 알친도로 이중배역의 베이스 임승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척척 맞아들어가는 연기호흡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다만 서울시향의 연주는 지난 4월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 공연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긴장과 밀도가 떨어졌다. 지휘자 정명훈은 1막과 2막에서 빠른 템포로 가볍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럽과는 다른 엄청난 습도에 적응해야 하는 무대 위 가수들의 템포를 거의 배려하지 않았다.
20분간의 인터미션 뒤 3막과 4막에서는 다행히도 무대와 오케스트라 전체의 호흡이 조화로워지면서 푸치니의 센티멘털리즘이 살아났다. 수원시립합창단, 서울오페라앙상블합창단, PBC 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참여한 합창은 넓은 무대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었지만 적절한 효과를 거뒀다.
이번 공연은 2012년 7월 정명훈 지휘, 나딘 뒤포 연출에 에마뉘엘 파브르가 무대 디자인을 맡았던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 프로덕션을 서울에 옮겨온 것.
오랑주나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하듯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야외공연을 치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공연은 예전에 상암이나 잠실 경기장에서 이루어졌던 '운동장 오페라'보다는 한결 오페라 공연다웠다.
오랑주, 베로나, 브레겐츠 등 유명 야외오페라 페스티벌 무대가 높고 넓고 견고한 후면 벽으로 음향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반면, 오랑주보다는 베를린 발트뷔네와 구조 면에서 유사한 연세대 노천극장은 지붕이 있어 비교적 낮은 후벽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가수들의 목소리는 맨 뒤 좌석까지 비교적 또렷이 전달됐다. 좌우에 도드라지게 빛나는 자막은 읽기에 편했고, 자연스러운 자막 번역(노승림 역)도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늦여름 햇살에 달구어진 연세대 노천극장의 원형극장식 돌계단 좌석은 어둠이 깔린 뒤에도 미지근했다.
여주인공 미미가 무대 위에서 숨을 거둘 때, 숨죽인 관객들의 머리 위에는 별 하나가 밝게 빛났고 객석 뒤쪽 숲 위로는 극 중 미미가 잃어버린 열쇠를 찾게 해 줄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랐다. 2일 저녁, 한 번의 공연이 남았다.
rosi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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