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내가 소울메이트? 그건 가장 흔한 착각"

민경원 2016. 9. 1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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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야기꾼을 찾아서 <5> '닥터 러브' 알랭 드 보통"소설 속 가짜 사랑이 현실 왜곡사랑은 열정 아닌 배워야 할 기술"
21년 만에 장편소설 발표한 작가 알랭 드 보통.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사랑과 관계에 천착해 온 그답게 낭만적 사랑 그 이면에 있는 지리한 일상을 심도 깊게 담아냈다. 소설은 국내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사진 Mathias Marx]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47). 그의 출신을 언급하는 것은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으로 옮겨간 드 보통은 비단 유럽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쓴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한 곳에 정착한 삶을 살지 않는 것처럼 그의 글은 부드럽게 장르간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부유한다. 『여행의 기술』(2004)부터 『뉴스의 시대』(2014)까지 다루는 주제 역시 방대하 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사진)을 들고 나왔다. 한국 출간을 위해 정이현 작가와 함께 쓴 『사랑의 기초』(2012)를 제외하면 세계무대에서는 21년 만의 신작 소설이다. 거기다 스물 셋에 쓴 데뷔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후속판이라니. 드 보통의 작품 중에서도 사랑과 인간관계의 3부작(『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을 특히 아끼는 문학팬이라면 관심가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달 25일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 2주 만에 7만부가 팔려나갔다. 8월31일~9월6일 베스트 셀러 2위다. 그가 논하는 사랑 역시 한층 층위가 깊어졌다. 너무 흔해서 뻔한 “사랑해”라는 말 대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라고 말하던 달달한 남자 주인공은 이제 결혼 16년차 남편이자 아빠로 바뀌어 일상의 무료함과 부부 사이의 권태로움을 힘들어한다. 그리고 경고한다.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우리가 결혼한 바로 그 사람이 우리를 파멸시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이다.

과연 그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어서 이런 소설을 쓰게 됐을까. e메일로 질문지를 보냈더니 한 편의 강의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Q : 무엇이 다시 소설을 쓰게 했나.
A : “사실 그동안 언제 다시 소설을 쓸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이라고 답해왔다. 사람들은 소설 속 사랑 이야기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은 실제 사랑과 닮은 정확한 청사진을 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요즘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걸 힘들어하는 이유가 아닐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이를 바로잡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Q : 가장 바로잡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A :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는 커플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면 끝이 난다. 하지만 현명한 사랑 이야기라면 진짜 문제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진짜 문제는 그들을 참아내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니까. 이건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Q : 그래서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한 건가.
A : “그렇다. 우리 사회는 교육에 굉장히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만 매우 편향적이다. 수학과 과학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목으로 여기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읽어내고, 화를 달래고, 이해시키고, 함께 살아가는지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

Q :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A :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다. 내가 아는 가장 유용한 기술은 어떻게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지를 아는 것이다. 흔히들 재밌는 사람을 보면 그것이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학습의 결과다.”
소설 속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 역시 사랑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들이다. 라비에게는 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이별이 가슴 속 큰 구멍으로 남았고, 커스틴에게는 어릴 적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부재가 스스로 자해를 하게 만들 만큼 아픈 상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외도와 불신으로 파국 직전에 치달아 심리치료실에 들어설 때까지 상대방 안에 있는 겁에 질린 가여운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 거라 여기는 것들은 말로 옮기고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Q : 유년시절 경험이 중요하게 묘사된다.
A :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두 가지 종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성인 남녀간의 사랑, 다른 하나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다. 역설적이지만 부모는 아이로부터 사랑을 배운다. 그들은 우리에게 가장 순수하고, 진실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르친다. 아기가 울면 우리는 왜 우는지 원인을 찾아 나선다. 배가 고픈가, 졸린가 등등. 상대가 성인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행동의 이면을 읽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들의 분노와 심술이 어디서 나온지 알 수 있을 것이다.”

Q : 한국은 이혼율이 높지만 심리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A : “나는 심리치료를 광신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감정은 가끔 사실을 호도한다. 이성적인 분석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코 사랑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방법이다.”
이번 소설의 원제는 ‘사랑의 과정(The Course of Love)’이다. 한국판 제목에 대해 드 보통은 “낭만주의는 내 소설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며 “1750년 이후 유럽 전역에 퍼진 낭만주의는 주요 사조가 되었지만 우리는 그 개념들이 때로 재난을 낳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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