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두 개의 문', 이례적 흥행 돌풍
'용산 참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시민 배급위원들 관람 캠페인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용산 참사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불과 16개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8일 만인 29일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총 관객 3만 명 이상을 동원했던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보다 빠른 흥행 속도이며 2009년 독립영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워낭소리' 이후 최단 기간 1만 명 돌파 기록이다.
'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 20일 용산 재개발 지역의 철거민들이 옥상 망루에서 농성하던 중 경찰특공대원의 진압 작전이 이뤄지면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사건 책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까지 끝나고 철거민들이 징역형을 받아 복역 중이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던 상황이어서 이에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 사실은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 '연분홍치마'가 만든 이 작품은 마케팅·홍보 비용 부족으로 개봉이 불투명한 상황이었고 배급사 측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배급위원'을 모집했다.
이 같은 전략은 주효해 배급위원 모집과 후원 캠페인 소식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834명의 배급위원이 모였고 3천만 원가량의 후원금이 마련돼 개봉이 성사됐다.
시사회와 개봉 이후 영화는 더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다큐의 주요 내용이 희생자 측의 진술 중심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두 개의 문'은 경찰의 채증 영상과 현장에 있었던 인터넷TV 매체의 객관적인 기록으로 이뤄져 있다. 당시 상황을 전하는 회고 역시 법원 공판에서 나온 경찰특공대원들의 진술과 사건 직후 대원들의 자필 진술서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돼 '경찰-철거민'이라는 대립 구도를 벗어나 사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평단과 대중 양쪽에서 모두 호평이 나왔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봉 첫날 4회차 매진행렬에 이어 단체관람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쟁쟁한 상업영화들 틈에서 예매율이 10위 안에 올라 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상영관도 전국 25개 관으로 확대됐다.
배급사인 시네마 달 측은 기대 이상의 흥행에 대해 "작품에 대한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다"며 "기본적으로 용산 참사라는 사안에 대한 관심이 있겠지만, 영화적인 재미도 있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서 좋은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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