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탓에 '삭제'된 동네서점, '복구 로딩중'

입력 2016. 1. 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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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라인 손잡고 재기 나선 동네서점

서울 청계천에 위치한 덕인서점의 백석민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설레어함’에 담을 책을 고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의 헌책방 ‘밍키’. 채오식(58) 사장이 수천권의 책이 꽂혀 있는 책장 앞에서 심사숙고하며 한 권, 한 권 책을 뽑아 들었다. 22년째 이곳을 지켜온 채 사장의 ‘안목’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주제’에 맞춰 3권씩 책을 ‘간택’해달라는 주문을 수행중이다. 그가 선택한 책은 ‘설레어함’이라는 이름의 상자에 담겨 독자에 전달된다.

청계천 헌책방 밍키 등 ‘설레어함’
누리집서 독자가 주제를 고르면
그에 맞춰 책 골라 보내줘

책소개 사이트에 공모한 사연 따라
책 선물 골라 대신 보내주는 곳도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도 등장

이날 독자들이 선택한 주제는 각각‘성찰’과 ‘여유’였다. 채 사장은 성찰 쪽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등을, 여유 쪽엔 박완서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등을 담았다. ‘책을 골라달라’는 주문은 한 달에 30상자 정도 수준. 아직 큰 수익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채 사장은 “이 서비스에 참여하면서 독자들이 어떤 책을 찾는지 최근 트렌드를 배우고 있다”며 ‘손님이 끊이지 않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키워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165㎡(50평) 미만의 동네서점은 2005년 2287개에서 2013년 1674개로 27% 정도 줄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서점 등장이후 내리막길로만 치닫던 동네서점들이 자신들을 위협했던 온라인 플랫폼을 역으로 공략하며 반등을 꿈꾸고 있다. 각종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동네서점만의 특색을 홍보하는 틈새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선택한 주제에 맞춰, 서점 주인이 고른 책이 담긴 ‘설레어함’ 상자 4개가 포장을 마친 뒤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설레어함 서비스는 연세대 동아리 ‘인액터스’의 ‘책잇아웃 프로젝트팀’이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기획이다. 책 종류와 관계없이 1만5000원 정액인데, 설레어함 누리집(oldbookbox.modoo.at)에서 원하는 주제의 책을 선택하면 안목을 지닌 서점 주인들이 관련 서적 3권을 골라 보내준다. 독자들이 상자를 열기 전까지 어떤 책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어 설레는 감정이 생길 것이라는 점에서 ‘설레어함’이라고 이름 붙였다. 근처 덕인서림도 설레어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수경(23) 팀장은 “중고서점마저 대기업이 독식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한때 대학 도서문화의 거점지였던 청계천 헌책방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책을 주문할 때 선호하는 작가와 장르, 책의 품질 등 요구 사항을 상세하게 밝힐 수 있어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며 “이런 플랫폼 덕인지 온라인 주문에 익숙한 20~30대에서 60% 이상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의 ‘동아서점’은 개점한 지 60년을 앞두고 지난해 사연에 맞는 책을 보내주는 연말 이벤트를 열었다. 책 콘텐츠를 소개하는 스타트업인 ‘퍼블리’의 박소령(35) 대표가 “동네서점에도 좋은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자”고 제안한 데 응한 것이다. 퍼블리의 인터넷 사이트에 사연을 보내온 독자 60여명에게 동아서점 김영건(29) 팀장이 책을 골라 대신 선물을 보내줬는데, 독자들의 호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다. 김 팀장은 “동네서점이 책을 매개로 사람들의 삶에 개입할 수 있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동네서점들에 관한 정보를 망라해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독립출판 오픈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퍼니플랜’도 지난해 8월부터 동네서점 정보를 구글 지도에 표시하는 ‘동네서점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퍼니플랜의 남창우(43) 대표는 “현재 전국 90여곳 서점 정보가 나와 있는데 직접 정리한 것은 60곳이고, 나머지는 누리꾼들이 직접 참여해 추가했다. 동네 공동체 역할을 하는 지역 서점을 알리자는 취지에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도서정가제가 정착하고, 이 같은 자생적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덕에 동네서점에도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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