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왕릉 입장료 대폭 인상..선진국 수준 검토
정부가 선진국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궁궐ㆍ왕릉 관람료의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상폭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궁궐 관람료는 가장 비싸다는 경복궁과 창덕궁이 3000원이며 덕수궁 창경궁은 1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 여왕의 공식 거주지인 버킹검 궁전의 입장료는 11파운드, 우리 돈으로 1만8300원이다. 17세 이하 청소년은 5파운드(8300원)를 내야 한다. 런던탑은 입장료가 무려 12파운드(2만원)에 달한다.
이번 인상 방침은 관람질서 확립을 통한 효율적 문화재 관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인상폭이다. 현행 5배 정도인 선진국 수준까지 올린다면 저항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문화재청은 '고궁 및 능원 관람료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용역은 6월 착수했으며 이달 중 완료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문화재청 측은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종묘와 왕릉 등 능묘 관람료의 현실화 수준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관람료 인상에는 다른 국가의 요금 수준이 적극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적지인 고궁과 왕릉 관람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다. 캄보디아의 사원유적인 앙코르와트는 20달러(약 2만400원), 중국 쯔진청 100위안(약 1만6600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12유로(약 1만5800원) 등으로 대다수 국가 문화재 입장 요금이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높은 게 사실이다. 일본은 교토 니조성과 오사카성이 600엔(약 5800원), 교토 도후쿠사 300엔(약 2900원) 등으로 우리와 조금 높거나 비슷하다.
입장료가 비현실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우리 문화재 가치가 다른 나라보다 떨어진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그에 따라 관리상 문제도 늘 발생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화재청 판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별로 볼 것이 없던 시절에는 공원 개념으로 기본 금액을 받았더라도 이제는 상당수 문화재가 복원됨에 따라 품격 있는 문화재 관리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동안 문화재 관람료를 올리는 것은 국민 반발을 고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져왔다. 지난 2005년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문화청장 재직 시 경복궁 1000원에서 3000원, 창덕궁 2500원에서 3000원, 능묘 500원에서 1000원으로 한 차례 조정한 바 있다. 덕수궁, 창경궁, 종묘는 1000원으로 동결됐다. 전체 관람료 수입은 2011년 117억원을 기록했으며 2012년 입장객이 늘면서 133억원으로 증가한 이후 13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문화재 관람료 현실화 추진 배경에는 부족한 세수 확보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문화재 보수비를 관람료에서 조달하는 구조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는 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효율적인 문화재 관리 등 요금 인상에 따른 편익과 국민 부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인상 폭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한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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