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외형만 성장한 '관광 한국'의 부끄러운 실태

남형석 기자 2014. 8. 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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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의 관광산업, 수치만 보면 분명 눈부신 성장인데요.

그런데 이 관광객들이 떠났다가 다시 우리나라를 찾는 재방문율은 40%에 불과합니다.

10명 중 6명은 다시 안 온다는 거죠.

과연 우리는 외국 손님들을 잘 맞이하는 걸까요.

오늘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실태를 집중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남형석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천공항에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출구를 나서기 무섭게 한 남성이 다가섭니다.

◀ 불법 콜밴업자 ▶

"명동, 명동. 두 사람에 8만 원."

남성을 따라 탄 승합차.

미터기도 없는 불법 콜밴입니다.

시내에 도착해 들어간 유명 쇼핑몰.

옷가게 어디에도 가격 표시는 없습니다.

여름용 자켓을 구입한 중국인.

◀ 옷가게 주인 ▶

"12만 원. 고품질인데 싼 거에요."

옷 3벌에 21만 6천 원을 줬습니다.

취재진이 같은 상점에서 같은 옷을 사봤습니다.

◀ 옷가게 주인 ▶

"(이거 얼마예요?)현금으로 주시면 5만 5천 원까지 드려요."

똑같은 옷 3벌인데 1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저녁에 찾은 남대문시장.

유명 상표를 베낀 짝퉁 신발 하나를 골랐습니다.

◀ 신발가게 주인 ▶

"4만 5천 원. 엄청난 할인이에요."

뒤이어 한국인이 들어가니 역시 가격은 절반 가까이 떨어집니다.

◀ 신발가게 주인 ▶

"2만 5천 원 주세요. 더 깎아줄게."

인근 명동에서는 호객꾼들이 극성입니다.

싫다는 외국인에게 끈질기게 따라붙고, 강제로 손이나 어깨를 잡기까지 합니다.

◀ 우언시웨/중국인 관광객 ▶

"한류가 좋아 한국에 와봤는데, 생각과 달리 거리에 호객 행위도 많고 쇼핑할 때도 바가지를 쓴 느낌이어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이러한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관광경찰대가 출범됐는데, 출범 10개월 만에 무려 9백 건이 넘는 불법과 바가지 상술 행태가 적발됐습니다.

2만 7천 원어치 밥을 먹은 홍콩 관광객에게 밥값으로 20만 원 넘게 받은 한 음식점.

◀ 제프리/홍콩 관광객 ▶

"돈을 더 냈는데 음식점 주인이 그냥 가라고 했어요. 뒤늦게야 돈을 더 낸 것을 알았습니다."

외국인만 타면 미터기를 꺼버리는 바가지 택시는 단골 단속 대상입니다.

◀ 외국인 승객 ▶

"얼마요? 2만 원이라고요?"

이러한 낯뜨거운 손님 대접 탓인지, 늘어나는 관광객 수에 비해 한국을 다시 찾는 '재방문율'은 갈수록 떨어져 OECD 하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음식점과 상점, 택시의 불법과 바가지 행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관광산업의 핵심은 잘 자는 문제, 즉 다양하고 질 높은 숙박시설인데요.

우리나라 숙박시설 관리 실태는 어떨까요.

전예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서울 신촌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봤습니다.

주소대로 찾아갔지만, 숙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 게스트하우스 주인 ▶

"(무슨 건물이에요?) 제가 거기로 갈게요."

주인이 안내한 곳은 한 연립주택 반지하 방.

◀ 게스트하우스 주인 ▶

"요새 예약이 많이 들어와서, 오늘 아침까지도 누가 있었는데."

벽에는 곰팡이가 서려 있고 베개와 이불에도 묵은 때가 잔뜩 끼어 있습니다.

이 방을 빌려주고 주인은 하룻밤에 4만 원을 받습니다.

인터넷에 현대적 호텔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 직원 ▶

"(게스트하우스로 등록돼 있는 거에요?) 예."

찜질방 일부를 개조해 만든 불법 시설입니다.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공간.

인터넷만 믿고 찾았던 외국인 손님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 관광객 ▶

"호텔예약사이트에서 가장 싼 숙소를 찾았는데 에어컨도 없고 숙박하기 힘든 조건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5명 중 한 명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천여 개의 게스트하우스 가운데, 허가를 받은 업소는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 오교정/관광경찰대 수사팀장 ▶

"숙박관련 민원접수가 연간 1백여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부분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합니다. 법 개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관광공사는 숙박업소나 상점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먼저 숙박업소는 보시는 것처럼 인증 제도가 모두 4개나 되고, 쇼핑몰도 따로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증 제도가 많다 보니 관광객도 헷갈리고, 사후 관리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인증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홍콩의 사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준범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홍콩 완차이에 있는 상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최근 이 상점은 외국인 손님이 20%나 늘었습니다.

지난달 홍콩 관광청이 운영하는 관광품질 인증제도, 'QTS'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사장의 설명입니다.

◀ 알렉산드라 마운트/상점 주인 ▶

"QTS 로고를 보면, 우리가 훌륭한 서비스와 믿을만한 상품을 취급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점과 음식점은 물론 숙박업소까지 통합 운영하는 QTS는 품질과 서비스 등 16개 항목을 모두 통과해야 인증을 해주고, 사후 점검도 철저합니다.

◀ 제임스 텅/홍콩관광청 ▶

"미스터리 쇼퍼 테스트(고객을 가장한 불시점검)까지 모두 통과해야 QTS 인증업소로 등록되고 자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짝퉁 천국'으로 불렸던 홍콩은 이 제도를 시행한 뒤 이미지가 바뀌면서 관광수입도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관광인증제도가 홍콩 전체 관광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관광협회가 우수 업소로 인증한 중국 관광객 전용 식당.

경찰이 주방을 확인해 보니, 유통기한 지난 음식이 냉동실에서 나오고, 심지어 먹다 남은 음식까지 보관해 뒀습니다.

◀ 경찰 ▶

"(유통기한이) 3년이 지났네. 3년이…."

우수업소로 인증만 해주고, 사후 점검과 관리는 하지 않은 겁니다.

숙박시설도 마찬가지여서 인증을 받은 숙소 가운데 70%는 인증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구나 숙박업과 식당, 상점마다 인증 기관이 제각각이어서, 인증 업소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집니다.

◀ 신홍철/경희대 호텔관광학과 ▶

"이것을 하나로 묶어서 운영을 하면 참 좋은데,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거 하나만 믿고 아무 의심없이 살 수가 있잖아요."

정부는 2017년까지 해외 관광객을 2천만 명으로 늘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인증 제도만이라도 통합해 제대로 운영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남형석 기자 namgiz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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