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日 방송용홀에도 있는 파이프 오르간.. 국내 최고라는 예술의전당에는 없다

김기철 기자 2013. 9. 2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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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앞둔 정명훈·라디오프랑스 필.. 파이프 오르간 없어 전자악기 대체

24~25일 내한 공연을 갖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정명훈 <사진>이 이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서 마지막 갖는 고국 무대일 것 같다. 2000년 취임한 정명훈의 계약은 2015년까지로 핀란드 출신 지휘자 미코 프랑크(34)가 차기 감독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베를리오즈와 라벨, 비제, 생상스 등 프랑스 작품으로만 꾸민 내한 공연은 여느 프랑스 지휘자보다 더 프랑스 작품 해석에 정통하다고 평가받는 정명훈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25일 연주할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때문. 2악장으로 이뤄진 이 교향곡의 백미(白眉)는 각 악장 후반에 등장하는 파이프 오르간의 화려한 연주다. 그런데 정작 라디오 프랑스 필이 연주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엔 파이프 오르간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 관객은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을 파이프 오르간이 아닌 전자 오르간으로 감상해야 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이 한국에 뒤이어 오르간 교향곡을 공연할 일본 공연장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30일 연주할 도쿄 산토리홀이 대표적이다.

정명훈은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오르간 교향곡을 녹음한 음반을 내놓았을 만큼 이 작품은 그의 대표 레퍼토리다. 파이프 오르간이 없는데도 오르간 교향곡을 굳이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는 뭘까.

공연을 준비한 기획사 빈체로는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마지막 내한 공연이고, 정명훈의 대표적 레퍼토리인 '오르간 교향곡'을 국내 청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르가니스트들은 생각이 다르다. 전자 오르간은 전자 제품일 뿐 파이프 오르간의 자연 음향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오르간 교향곡은 가짜"라고 얘기할 정도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둘러 개관하느라 파이프 오르간을 갖추지 못했다. 2002년 파이프 오르간 설치를 위해 예산까지 마련했으나 이듬해 음악 분수를 설치하는 데 써버렸다. 전국 각지에 뒤이어 들어선 예술의전당들도 오르간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국내엔 파이프 오르간을 갖춘 오케스트라 콘서트 홀이 단 한 곳도 없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에 오르간이 설치됐지만 클래식 전용 홀이 아닌 데다 오르간 상태도 좋지 않아 연주자들이 꺼린다. 이웃 일본은 도쿄 산토리홀, 오페라시티는 물론 방송용 다목적 홀로 쓰는 NHK홀에도 오르간이 있다. 오르간 음악은 바흐나 헨델뿐 아니라 멘델스존에서 풀랑에 이르기까지 현대에도 계속 창작될 만큼 서양음악의 핵심을 차지한다. 세계경제 10위권이라는 우리나라에 파이프 오르간을 갖춘 클래식 전용 홀 하나 없다는 게 그저 섭섭함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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