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한국' 年23조 손실.."나를 돌보는 시간 가져라"

2013. 8. 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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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감소·자살 등으로 GDP 2% 갉아먹어우울증 테스트 15점 넘으면 의사와 상담해야美기업은 80%가 직원 스트레스 적극적 관리

◆ 정신질환 편견을 없애자 ② ◆

대기업에 근무하는 50대 초반의 이필영 부장(가명)은 올해 들어 잠을 잘 못 들고 깨는 일이 잦아졌다. 출근하면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피곤해 의욕이 나지 않았다. 속이 답답하고 자신의 심장 소리가 크게 느껴져 인근 내과의원에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만성위염 외에 특별한 병은 없었다. 급기야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일과처럼 돼버렸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부장은 중년에 발생하는 대표적 정신질환인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정신과를 편하게 찾아가 상담과 치료를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신과 상담이 여의치 못한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근무시간은 연간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50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실적이나 승진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 대인 관계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가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2010년 한 해 동안 23조5298억원, 국내총생산(GDP)의 2.01%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정신질환 치료에 소요된 직접비용 1조1356억원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결근, 일의 효율성 감소, 직무 수행의 어려움 등과 같은 사회ㆍ경제적 간접비용 22조3942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우리나라는 '낙인 효과'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정신질환자들이 많지만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정보 부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오해가 많아 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반면 근로자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판단한 다국적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근로자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ㆍ근로자 지원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EAP는 현재 100인 이상 기업 80%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신과전문의 외에 직업치료사, 행동분석가, 예술치료사, 결혼 및 가족치료사 등과 같이 정신건강 전문가를 세분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8월 기업의 정신건강 강화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은 예방 관리→초기 대응→본격 치료→사후 관리로 구성된 4단계 시스템을 통해 단계별 징후와 상황에 따라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가정 내 부부 관계, 자녀 양육과 교육, 노부모 부양, 이성관계, 결혼 문제와 같은 사적인 영역까지 포함한다.

존스앤드존슨은 건강 증진(Health Wellnes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신질환 상담 서비스 이용 및 치료 이력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직원에게 상담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포드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정신건강 전문가와 근로자 간 자발적인 대화와 상담 기회를 제공한다. 또 사내 게시판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예방을 환기시켜주는 내용을 붙여 놓거나 사보에 우울증 극복 성공 사례를 싣기도 한다. 구글은 업무스트레스 전문가를 사업장에 배치하고 휴식을 위한 시설과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M재팬과 도시바는 시간 외 근로가 월 80시간을 넘으면 정신건강전문의와의 면담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해외 출장이 잦고 해외 파견 근무가 많은 직원은 문화 충격과 가족과의 이별에 따른 정신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 인쇄업체 쿼드그래픽스는 중간관리자의 경우 정신질환 징후가 발견되면 전문가에게 신속하게 연결해줘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SAS는 헬스케어센터에 혈압, 혈당, 혈관 노화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와 함께 스트레스 및 우울증을 체크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놨다.

젖힘형 안락의자(리클라이너)를 생산하는 노르웨이 에코르네스는 U헬스(Ubiquitous Healthcare)를 이용해 직원이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측정하고 전문의료진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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