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한국만 '독극물' 취급.. 감칠맛 잃어 간다

입력 2013. 3. 4. 16:59 수정 2013. 4. 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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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미료이니까 몸에 좋지는 않겠죠. 그래서 MSG가 들어간 음식은 기피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한테도 항상 주지시켜요. 길들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죠."

주부 박명숙(35·경남 하동)씨는 슈퍼나 음식점에 갈 때 꼼꼼히 체크하는 게 있다. 바로 MSG다. 박씨는 "몸에 안 좋다고 하는데 굳이 안 좋은 첨가물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지 않냐"며 "간혹 식당음식에서 MSG 냄새가 아주 강하게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비위까지 상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식재료와 식품첨가물에도 웰빙 바람이 극성이다. 그 바람에 애꿎은 MSG만 억울한 상황이며, 감칠맛 또한 잃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많은 이들이 MSG를 인공조미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MSG는 효모와 마찬가지로 발효소재다. 90년대 초반 한 식품업체에서 MSG를 마케팅에 활용한 후부터 나쁜 인공조미료 중에 하나로 인식돼 왔다.

뒤늦게 정부도 MSG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미 불량 재료로 낙인찍혀 소비자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가 된 지 오래다.

◇MSG는 감칠맛 천연재료= MSG의 정식명칭은 'L-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필수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구성돼 있다. 글루탐산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에 한가지로 우리 주변 자연식품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성분이다.

약 100년 전 일본의 이케다 기쿠니에 박사가 천연 재료인 다시마에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돼 왔다.

식품 전문가들에 따르면 MSG의 나트륨 함량은 12% 수준이다. 이 때문에 MSG로 인한 나트륨 과다섭취 우려는 알려진 사실보다 현저히 적다. 오히려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나트륨 과다섭취 문제를 찾아야 한다. MSG 무첨가 라면이나 냉면 한 끼분의 나트륨 함량이 거의 1일 권장섭취량과 맞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MSG를 사용하면 소량 사용에도 그 감칠맛이 나기 때문에 소금이나 설탕의 사용량을 줄일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G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1968년 미국에서 제기된 중화요리증후군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12월 (주)럭키(현 LG생활건강)가 '맛그린'을 시판하면서 MSG 유해성 논란이 점화됐다.

럭키가 '맛그린'을 내놓으면서 기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다시다' 등에 유해한 MSG가 다량 함유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내에서 MSG 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소비자들에게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식품회사들은 대부분의 먹거리에서 MSG를 빼기 시작했다.

알고 보면 '맛그린'도 실질적으로는 MSG만 제외했을 뿐, 핵산이나 합성향 등 다른 화학적 첨가물을 여전히 사용해 실상 자연조미료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결국 MSG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만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좋은 MSG= 전 세계적으로 MSG의 사용을 금지한 나라는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MSG를 안전한 조미료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MSG의 물량은 2008년 4166톤에서 2009년 6494톤, 2010년 1만274톤, 2011년 1만2730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MSG는 과학적으로도 존재하는 천연 재료 중에 하나다. MSG는 음식에서 맛있는 맛을 내는 맛 중에 하나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독약처럼 취급하고 있어 억울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너무 한 쪽으로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MSG는 된장 간장 고추장 우리나라 발효식품에 다 들어가 있다. 소금으로 간을 보는 것보다 천연재료로 간을 보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도 "오히려 한국에서만 MSG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유독 편파적이다. 소비자도 유난히 민감하게 생각한다. 이러다 보니 식품업체도 꺼려한다. 문제는 사용하는 MSG 양이다. 어떤 요리든지 MSG를 적절히 사용하면 여러모로 효과적인 재료"라며 "사용하는 적정량을 잘 지킨다면 해가 되는 물질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MSG 취재 중 서울과 지방 일부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 교수들은 MSG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보도되기를 꺼려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마도 MSG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기를 꺼려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규봉 쿠키건강 기자 ckb@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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