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작가, 문단 아웃사이더의 '문단 공격'?.. 이외수, 이외수문학상 만들다

입력 2012. 11. 19. 03:11 수정 2012. 11. 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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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국내 문단에는 문학상이 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2 문예연감'에 따르면 공식 집계된 문학상만 376개(2011년 기준)다. 하루 한 명 이상의 작가가 상을 받는 셈이다.

여기에 상 하나가 추가됐다. 소설가 이외수(66)가 만든 사단법인 격외문원이 주관하고, 식품 브랜드 청정원으로 익숙한 대상이 후원하는 '청정원과 함께하는 이외수문학상'이 제정돼 내년 2월 19일까지 공모에 들어갔다. 공모 부문은 중편소설로, 수상자는 1억 원의 상금과 등단 기회를 얻는다.

'…이외수문학상'은 생존 작가의 이름을 딴 최초의 문학상이라고 문단에서는 말한다. 문단에는 문학상 제정에 관한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유명 문인이라도 주위에서 문학상 제정 제안이 오면 '겸손하게' 이를 거절하고, 사후에 제자들이 고인이 된 작가의 유지를 받들어 상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낮추는 게 미덕인 문단 분위기에다 문학상 제정이 생존 작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제정하는 것은 향후 작가의 작품 활동에 선을 그어버리는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외수문학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작가 이외수는 지난해 8월 문학단체인 격외문원을 설립한 후 문학상 제정을 추진했다. 올 7월 경영자 세미나의 강연자로 대상을 찾은 작가는 명형섭 대상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학상 지원을 요청했다.

작가가 대상에 처음 제안했을 때 상의 이름은 '이외수와 함께하는 청정원문학상'이었다. 그 후 상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대상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갑작스럽게 후원이 결정됐다. 회사 내에서 '청정원문학상'이란 이름을 부담스러워했다. (격외문원에) 이름 변경을 요청해 '…이외수문학상'이 됐다."

이외수 작가는 문학상이나 문예지로 대변되는 '문단 권력'과 친하지 않다. 춘천교대 출신으로 강원도에 살고 있는 그는 학연과 지연 등에서부터 문단의 주류와 거리가 멀었다. 197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중편 '훈장'으로 1975년 잡지 '세대'의 신인상을 받으며 재등단했다. 하지만 1979년 잡지가 폐간돼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문단 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독립군' '아웃사이더'라 불리던 문단의 외톨이는 '장수하늘소'(1981년) '들개'(1981년) '칼'(1982년)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이름을 알렸고, '벽오금학도'(1992년) '괴물'(2002년) '장외인간'(2005년)으로 확실한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를 보는 평단의 눈은 내내 싸늘했다.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그의 문학을 본격 조명한 평론은 찾기 힘들다.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메이저 문학 출판사들은 그의 책 출판에 선뜻 나선 적이 없다.

여태껏 그가 받은 작품상은 1975년 세대에서 받은 신인상이 전부다. 공교롭게도 신인상 하나 받은 작가가 생전 자신의 이름을 단 문학상을 가지는 첫 번째 작가가 됐다. 이외수와 가까운 지인은 이렇게 귀띔했다. "'평생 문학상을 못 받았으니 내가 한번 문학상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문단을 한번 공격해보자'는 뜻이 아닐까요."

올해 등단 41년째를 맞은 이외수. 정치권마저 그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지만, 그는 문단 권력과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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