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당시 경제 규모 반영하니.. 저평가된 피해.. 태풍 서열 확 바뀐다

조원일기자 2012. 9. 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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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14위 아그네스 재산 피해액 4위로 껑충17위 쥬디가 6위로.. 곤파스는 20위권 밖으로"경제 규모 따라 체감 달라 정밀한 산출 방식 필요"

하루 강수량이 547.4㎜로 역대 하루 최다 강수량 태풍 2위를 기록했던 1981년 가을태풍(9월2일) 아그네스는 당시 940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하지만 이를 건물, 사회간접자본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국가자산규모를 현재 가치에 맞춰 태풍 피해액을 산출했더니 무려 2조8,834억8,189만원이 나왔다.

그간에 소방방재청이 산출하는 태풍 피해액은 태풍 강타 당시 집계된 피해금액에 물가 상승률만 고려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산정방식. 전체 국가자산규모에 입힌 피해를 현재가치로 따져보니 태풍 서열에 엄청난 파란이 일어났다. 과거에 발생한 태풍이 위력 면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국가자산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 평가 받아왔기 때문이다. 가령 1979년과 2010년에 서로 다른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해 각각 80조원 가량의 피해를 남겼다고 한다면 1979년에는 전체 국가자산이 반토막 나는 셈이지만 2010년의 경우 10% 정도의 손실에 그친다.

태풍 아그네스는 기존의 피해 산정액으로는 역대 14위지만 국가자산규모 변동을 현재가치에 맞춰보니 역대 4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기존 17위에 머물렀던 쥬디(당시 피해액 502억602만원)는 2조4,690억3640만원으로 무려 11단계 상승했다. 반면 2010년 강풍피해가 막대했던 곤파스는 역대 7위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1979~2010년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강도와 그에 따른 피해평가'에 따른 것이다.

허 교수팀은 태풍 피해액에 국가자산규모 등의 요소를 추가 반영해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상위 20개 태풍 중 17개의 순위가 뒤바뀌었다고 3일 밝혔다.

이 기준을 적용해보니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70년대 말과 80년대에 발생한 태풍의 피해액 순위가 상승한 반면 90년대 중반 이후 발생한 태풍의 순위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곤파스 등 기존 20위권 내에 있던 4개 태풍은 순위 밖으로 밀려났으며 1982년 발생한 엘리스 등 4개 태풍이 새로 진입했다. 기존 기준으로 1, 2, 3위 자리를 기록했던 태풍들은 기존 순위를 유지했지만 피해액에서 큰 차이가 났다. 1위인 2002년 루사는 5조1,479억원→약10조2,009억원로 2위인 2003년 매미는 4조2,224억원→7조3,716억원으로 피해액이 두배 가까이 늘었고 3위인 1987년 델마는 3,910억원→5조6,348억원으로 14배 이상 늘었다.

태풍 피해액 산정이 이처럼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1979~2010년 동안 전체 물가는 약2.4배 증가(생산자 물가 기준)한 반면, 국가자산은 1979년 약158조1710억원에서 2010년 약7,778조5,630억원으로 49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현재의 기준은 경제 규모의 변화에 따라 체감하는 피해가 크게 달라지는 점을 놓치고 있다"며 "소방방재청의 태풍 피해규모 산출 방식이 더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호 국가태풍센터 기상연구관은 "미국의 경우에는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허리케인의 진행 경로에 따라 지역별로 몇 억불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는다"며 "피해규모 예상이 정확 할수록 과학적인 방재 예산 책정과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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