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발해사가 금·청나라 역사라니.."

황윤정 2012. 7. 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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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역사왜곡 전방위로..역사현장 왜곡도 본격화

'역사대중화 작업' 통해 동북공정 논리 전파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중국의 역사 왜곡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넘어 고조선, 부여 등 고대사까지도 송두리째 왜곡하고 있어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또 고구려·발해 유적지 등에 박물관과 공원, 대규모 상징조형물을 건설해 중국의 논리를 일반인에게 주입하는 등 역사대중화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고려학회 서울지회는 지난 6일 고려대에서 '한중관계와 한반도'를 주제로 제8차 전국학술대회를 열고 중국의 역사 왜곡이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동북공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 2002년에 시작된 중국의 국책 학술사업인 동북공정은 2007년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 왜곡 작업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윤휘탁 한경대 교수는 "동북공정은 2007년 5월에 종료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계속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동북공정의 주도 기관을 중국 정부 직속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변경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에서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의 지방정부로 바꿨을 뿐 역사 왜곡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지린(吉林)성은 지린성 사회과학원 산하 역사연구소 기관지인 '동북사지'(東北史地)를 동북공정이 끝난 뒤에도 계속 간행해 한국 고대사 관련 논문을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다.

랴오닝(遼寧)성은 2008년 고구려연구중심을 설립해 고구려사 연구를 오히려 강화했다.

여기에 역사 왜곡의 범위도 확대돼 고구려사와 발해사는 물론 고조선, 부여 등 한국의 고대사까지도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 하고 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랴오닝성이 '요하문명론'이라는 새로운 문명 개념을 내세워 한국의 선사문화를 중국문화로 왜곡하고 중국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요하문명론은 만주 일대의 역사를 중원 중심의 역사에 편입하는 것을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다"면서 "북방의 모든 소수민족은 황제의 손자라는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하문명론의 핵심은 만주 일대가 신화시절부터 중국 황제족의 영역이었고, 이 일대에서 발원한 모든 민족이 황제의 후예이며 그들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만주 일대에 터를 잡은 고조선, 부여 등도 중국의 역사가 된다.

중국은 랴오닝성박물관에 요하문명전을 상설 전시하며 이 같은 논리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조 교수는 "요하문명론의 문제는 이 문명이 우리 민족의 신석기, 청동기 문화와 연결되는 문화라는 점"이라면서 "특히 비파형 동검문화와 고인돌로 대표되는 한국의 청동기 문화를 중국문명으로 바꾸어 전시함으로써 중국 청동기와 확연히 차이 나는 한국 청동기 문화 내용을 중국 문명의 일부로 설명, 우리 선사 문화의 토대를 제거하는 학술적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구려·발해 역사가 금·청나라로 이어진다? = 한민족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백두산을 '중국의 산'으로 만드는 작업도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백두산의 중국화'를 위해 내건 논리는 이른바 '장백산(백두산) 문화론'.

중국의 역대 왕조가 백두산을 관할해왔기 때문에 백두산이 중화문명권에 속한다는 논리다.

지린성은 장백산 문화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2001년 '지린성 장백산문화연구회'를 만들어 관련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어 2002년에는 백두산을 '중국의 10대 명산'으로 선정, 중국의 관광지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중국의 역사 논리를 주입시키고 있다.

윤휘탁 교수는 "중국이 장백산 문화론을 주창하는 목적은 '백두산의 중국화'를 통해 만주에 대한 한반도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간도 문제 등 영토분쟁의 단초를 제거함으로써 남북통일 이후 백두산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장백산 문화론은 백두산 일대를 영역으로 삼았던 고구려·발해의 역사가 만주족의 금·청나라 역사로 연결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국내 학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호섭 한성대 교수는 "중국이 동북공정과 장백산 문화론을 결합시켜 백두산을 중심으로 고구려사와 발해사가 만주족의 금과 청으로 연결되는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이 2003년부터 진행해 온 청나라 역사 편찬 프로젝트인 '청사공정(淸史工程)'도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동북공정, 장백산 문화론 등을 내세워 우리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기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 현장' 왜곡도 본격화 = 중국은 고구려·발해의 역사 문화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중국의 역사 논리를 일반에 전파하고 있다.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한 돈화 지역에 발해 광장을 조성하고 육정산 고분군을 공원화하면서 청나라 시조의 사당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고구려의 대표 산성인 용담산성 일대를 국가 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공원의 정문은 한나라 양식으로, 박물관은 당나라풍으로 만들고 발해 왕이 당나라 황제의 조서를 받는 조형물과 청나라 건륭제 사당 등도 설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법종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최근 동북 3성에 자기들의 역사 논리에 맞는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역사 왜곡을 위한 소프트웨어(논리)를 구축한 데 이어 자신들의 역사 이념이 투영된 하드웨어(공간) 구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호섭 교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비단 학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점차 일반 대중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이어 요하문명론, 장백산 문화론 등 역사 왜곡을 위한 논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동안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국내의 경우 동북공정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이후 관련 연구성과가 많지 않다"면서 "또 중국의 동북공정 후속 작업의 특성에 대해서는 천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역사 왜곡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대책을 마련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총괄적인 정책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세계적인 학술행사 개최 등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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