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 "SNS는 허구도 진실로 포장..여론 왜곡 너무 심각"

2012. 4.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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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열 씨 오랜만에 입 열다안철수 현상아직 검증 안된 인물…언론이 만든 '아바타'총선 결과여당에 면죄부 준 게 아니다…승리에 도취되면 毒새 소설 연재신라가 唐 불러 동족에 칼?…김유신 통해 새 화두 던질 것

봄보다 초여름에 더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소설가 이문열 씨(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64)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부악문원(負岳文院)을 찾았다. 문인 양성을 위해 1998년 그의 사재로 지은 현대판 서원(書院). 밖에선 평범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탁 트인 잔디 정원이 펼쳐진다.

김유신을 다룬 역사소설 《대왕, 떠나시다》를 월간중앙에 연재하기 시작한 그는 문학과 정치, 역사와 사회를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최근엔 정치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면서도 선거 결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문제에 대해 '위험수위'를 오르내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새 소설도 역사가 '존재했던' 사실보다 '존재했어야만 하는' 것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왔다고 했다.

▷새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김유신을 주인공으로 신라시대를 재조명하는 소설입니다. 김유신이 사후에 삶을 회고하는 형식이에요. 다양한 얘기를 하기 위해 죽은 뒤의 회상으로 설정했죠. 신라는 통일 후에 수도를 경주에서 대구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신문왕 때 중앙 귀족들의 반대로 실패했고, 이후 부패한 소수 귀족에게 좌우되는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그때부터 김유신이 회고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요."

▷왜 이 시대를 다루려고 하죠.

"통일이라는 우리 민족의 원형을 제공한 건 좋든 싫든 신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70%가 신라인의 후예예요. 하지만 일부 진보사관은 신라의 통일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요. 고구려 중심 사관인데, 북한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역사입니다. 신라는 이민족을 불러서 동족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지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럼요. 당나라의 힘을 빌린 건 사실이지만 나중에 당과 엄청나게 싸웠지 않습니까."

▷1980년대에 대한 소설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계획 중입니다. 1980년대는 지금을 낳은 시대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현재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시대에 관해 말해선 안 된다는 이상한 금기가 있는데 일단 그런 금기부터 깨고 싶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지, 말 못할 시대는 없죠."

▷1980년대를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보통은 암울했던 시기로 인식되는데.

"그건 어떻게 보면 배은망덕한 소리입니다. 적어도 그 시기에 사회적 여건이나 위상이 높아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들은 소수가 아닐까요.

"엘리트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산층이 그 당시에 번성했지요. 중산층들이 현재 대통령도 만들고 제1정당도 만들었습니다. 소수가 어떻게 집권여당을 만드나요."

▷얼마 전 미국 잡지 '뉴요커'에 선생님의 작품 《익명의 섬》이 실렸습니다. 최근 K팝에 이어 K릿(Lit·문학)이라는 조어도 있는데요.

"K릿은 신경숙의 경우가 가깝습니다. 뉴욕 출판사가 판권을 아주 비싸게 사줬고 성과도 좋았으니까요. 다만 '뉴요커'가 출판시장보다는 문학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진지한 매체니까 인정받는 듯한 건 있죠."

▷한국 문학이 해외로 더 많이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 문화가 다른 나라로 진출하려면 기본적으로 한국을 알고 싶다는 동기유발을 시켜야 합니다. 국력이 뒷받침돼야죠. 일본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간 것도 국력이 절정일 때였습니다. 문학은 번역이 따라줘야 하니 더 어렵죠. 해당 언어를 잘 구사하면 삶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어는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안 읽는 게 현실입니다.

"심각한 상황이에요. 소설 수요가 SNS에서 대체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SNS는 영화나 소설과 마찬가지로 진실 여부에 대해 묻지 않습니다. 소설은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SNS의 내용은 허구까지도 진실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하루 몇 시간씩 들어가 있으면 소설 읽을 시간도 없겠죠. 통속 소설이 잘 팔리듯 자극적인 게 잘 소비되고 전파되고…. 그런 정보들이 넘치는데 읽고 생각해야 하는 소설을 찾겠습니까."

▷이번 선거 결과가 SNS 여론과는 달랐습니다.

"SNS가 부각되니까 그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는 왜곡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어쨌든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당선자가 훨씬 많았지만."

▷진짜 민심은 어땠을까요.

"야당이 역풍을 맞을 만한 실수를 몇 개 했죠. 예를 들면 강정마을에 가서 해군기지 만드는 사람들에게 '집권하면 가만 안 둔다'고 하는 것 같은…. 이게 정당으로서 말이 되는 행동인가요. SNS의 힘을 믿고 그렇게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거예요. 그런데 SNS를 안 보는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죠. SNS의 독소가 부메랑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이런 게 추세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SNS의 힘은 센 것 같아요."

▷새누리당에 이번 선거 결과는 어떤 의미일까요.

"승리에 도취되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운 좋은 결과였지 국민들이 면죄부를 준 게 아닙니다. 다행히 새누리당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의석은 더 많이 얻었지만 득표 수를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야당도 낙심할 것 없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은 누가 돼야 한다고 봅니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안철수 현상은 이해가 잘 안 돼요. 대통령이라는 건 5000만명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립니다. 그런데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이 전혀 진지하지 않고 조심스럽지도 않아요. 언론에서는 실체 없는 '아바타' 만들기에 열중이고…. 안철수 교수의 능력과 자질을 따져야 하는데 그런 얘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나중에 하겠다는 건지 몰라도 그러면 검증이 아니라 흠집내기밖에 안 됩니다."

▷선생님도 환갑을 훌쩍 넘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안 보이던 게 보이곤 합니까.

"그 반댑니다. 예전엔 보였던 게 지금은 안 보여서 걱정이에요. 그전엔 명확하진 않더라도 세상일에 대해 이해하고 알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신이 없어졌어요. 문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얘기와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고민입니다."

▷그런 고민을 솔직히 말하고 인정하는 게 오히려 여유있게 들립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당연히 편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옛 독자들과 함께 늙어가는 거지 뭐…'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불만을 가질 수가 없는 게 저만큼 사랑받은 작가도 없으니까요. 《사람의 아들》을 쓸 때 이걸 읽어줄 사람이 2만명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200만부나 팔렸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2만명만 있어도 된다는 그 겸손함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이제는 다시 제 이야기를 뜻깊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천=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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