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시대, 일상이 된 마술
지난 16일 저녁 서울 합정동에서 열린 한 마술 강연회. 30여명의 남녀가 모여 손가락으로 글씨 읽기, 카드 숫자 맞히기 등을 배우고 있었다. 이들은 전문 마술사 지망생이 아니다. 참가자들은 고객 상담에 마술을 활용하려는 영업사원에서 수업에 활용하려는 교사, 경찰관, 기업체 CEO 등으로 다양했다. 앱 개발 업체 '블루에볼루션'의 서대원 대표는 "마술을 통해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마술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명절에나 가끔 볼 수 있던 마술은 TV조선의 '최현우· 노홍철 의 매직홀'처럼 이제는 TV의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크고 작은 마술 교육과정, 전문 카페·바들이 생겨났고, 영화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나니아연대기' 등의 판타지물이 10년 이상 인기를 끌어왔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즈'는 2009년 TV에 나와 '아브라카다브라' 서양 마술 주문을 외웠고, ' 소녀시대 '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대중들을 향해 '소원을 말해봐'라고 노래했다.
최첨단의 IT·통신 회사들이 '마술 코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지난 2008년 LG텔레콤 은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를 '오즈'(오즈의 마법사)로 정했고, 같은 해 SK텔레콤 은 '생각대로T' 광고에서 신데렐라의 주문 '비비디바비디부'를 차용했다. 삼성전자 는 1990년대 처음 내놓은 멀티미디어PC에 '매직스테이션' 이름을 붙인 데 이어, 올해 나온 2012년형 스마트TV 신제품에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를 모델로 기용했다. 삼성전자는 "우리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와우' 하는 느낌(wowness)을 줄 수 있는, 마술처럼 놀라운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현진 한국교육마술협회 회장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이뤄주고 있는 IT 제품의 속성에는 분명 '마술'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과거 마술사들이 동료나 사제 사이에도 쉽게 가르쳐주지 않고 꼭꼭 숨겨뒀던 각종 마술 기술은 이제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유튜브와 P2P 사이트 곳곳을 떠다니고 있다. 대학생 정동환(23)씨는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으로 혼자 마술을 익혔고, 고등학교에선 동아리 활동도 했다"며 "웬만한 기본 기술을 혼자 익힌 뒤 응용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선 축구 다음으로 가장 빨리 정원이 마감되는 것이 마술 과정이다. '전국교사마술동호회' 회원은 2400명에 달하고, 교사 대상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마술수업' 온라인 강좌를 이수한 이들도 3년 만에 3000명을 넘어섰다. 인천 불로초등학교 교사 김택수씨는 "거의 모든 과목 수업에서 마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마술을 통해 아이들의 원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수업 참여도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직업 마술사들은 세계무대에서 '빠르고, 개성 있고,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전문 마술사 양성 과정이 동아인재대학에 처음 만들어진 데 이어, 2008년 만들어진 동부산대학 마술엔터테인먼트학과에선 각종 세계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는 수상자를 매년 1~2명씩 배출하고 있다. 이들 두 개 학과에서만 해마다 50~60명의 젊은 마술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밤무대와 서커스를 전전했던 1세대와 달리, 이은결 최현우로 대표되는 3세대 젊은 마술사들의 위상은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넘어선다.
영어 '매직'은 고대 페르시아 사제 계급을 뜻하는 '마기'(magi)에서 유래했다. 함께 출발한 종교·과학·철학은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마술은 여전히 초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에 고대인들이 느꼈던 '놀라움'의 감정을 지금도 현대인들에게 전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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