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괴담.."틀고 자면 사망" "아니다" 논란
ㆍ연구·논문 없어 '검증 안된 상식'
한여름 밀폐된 방에서 밤새 선풍기를 켜고 자면 위험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실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전문가들도 선풍기를 '한밤의 살인자'로 자신있게 지목하지 못한다. '질식사' '저체온증' '심장질환 유발' 등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추정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숨진 사람 옆에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23일 송형곤 성균관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선풍기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저산소증을 꼽았다.
송 교수는 "대기중에는 산소가 20% 정도 있는데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얼굴 쪽으로 향하게 하면 얼굴 쪽은 진공상태와 비슷하게 된다"며 "특히 술을 마시고 오랜 시간 얼굴 쪽을 향해 선풍기 바람을 쏘이면 서서히 산소가 희박해져 의식이 아른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강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선풍기 바람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이나 호흡곤란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선풍기가 직접 사인이든 아니든 사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반면 '선풍기로 인한 사망'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모은경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의학 서적에도 언급된 바 없고, 외국 쪽에서도 그런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선풍기 때문에 호흡기 장애나 저체온증이 발생해 사망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체온이 정상에서 8~10도는 떨어져야 하는데 선풍기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풍기 사망사고'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없고, 이와 관련한 논문 역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홍진수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목욕탕서 700장 이상 불법도촬한 외교관···조사 없이 ‘무사귀국’
- 서울 다세대주택서 20대 남성과 실종 신고된 10대 여성 숨진 채 발견돼
- 안현모, 이혼 후 한국 떠나려고···“두려움 있었다” (전참시)
- 尹, 9일 기자회견 유력…대통령실 “할 수 있는 답 다하겠다는 생각”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의 문제들 공론화”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