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리는 디자인

최고은 2014. 8. 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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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했던 지역을 문화의 중심지로 일으켜 세운 쇼디치 트러스트의 이야기

슬럼화로 위기를 맞았던 옛 런던 동부 지역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바꾸는 데 일조한 쇼디치 트러스트 재단.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를 실현해 나가는 쇼디치 트러스트 이야기.

↑ 쇼디치 트러스트의 사무국이 위치한 런던 동부의 리젠트 카날.

런던 동부 지역을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브릭 레인 거리와 세계적인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 '피프틴', 화이트 큐브 갤러리, 테이트 모던을 비롯해 수많은 젊은이들과 개성이 넘치는 패션과 디자인 숍이다. 그러나 약 15년 전만 해도 런던 동부는 세련되고 활기찬 중심지인 서부 지역과는 매우 대비되는 곳이었다. 19세기부터 전 세계에서 모이기 시작한 이민자들과 노동자 계급 가족들 혹은 가난한 유학생들이 모여든 동부 지역은 세계 6대 살인마로 유명한 '잭 더 리퍼'가 출몰할 만큼 무서운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그러던 이곳이 2000년, 테이트 모던을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어둡고 위험천만했던 런던 동부 지역은 이제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레스토랑과 갤러리, 감각적인 디자이너의 숍이 즐비한 런던의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쇼디치 트러스트 Shoreditch Trust' 재단이 있었다. 2000년에 설립된 쇼디치 트러스트는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지원을 위해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단순히 국민들의 세금과 국가의 지원에만 의존한 기존의 복지단체가 아닌 공익성을 바탕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이것을 다시 지역 주민을 위한 지원 사업을 위한 투자로 환원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훌륭한 요리를 선보이고 그 수익을 자선 기금으로 사용하는 워터 하우스와 아콘 하우스 레스토랑,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개선하고자 만든 쇼디치 스파, 도시 텃밭 등의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에 대한 이윤을 다시 지역민들에게 환원하고 발전시키는 사업 구조를 확립했다. 너무나 이상적인 아이디어라 실현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쇼디치 트러스트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거대 도시 안에서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와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이루어내면서 오늘날 낙후된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을 위한 훌륭한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기까지는 쇼디치 트러스트의 설립자인 미카엘 파이너 Michael Pyner의 역할이 컸다. 쇼디치 트러스트 재단의 대표를 역임한 그는 자크 로버트 Jacqui Robert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 후 현재 북아일랜드 재건 사업의 책임자이자 국제 난민 정착 후원 기획자로서 더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리젠트 카날은 임대료가 저렴해 많은 예술가들이 정착해 있다.

1 테렌스 콘란이 운영하는 ‘알비온 Albion’ 카페는 많은 크리에이티브 피플의 만남의 장소다. 럭셔리 패션 편집숍 '호스템 Hostem'.

↑ 톰 딕슨이 디자인한 '쇼디치 하우스'.

쇼디치 트러스트의 설립자인 미카엘 파이너가 워터 하우스 레스토랑 앞에 서 있다.

쇼디치 트러스트는 어떤 단체이며,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쇼디치 트러스트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직의 형태입니다. 저는 이 조직의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기보다 서로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비전이 쇼디치 트러스트를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의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믿습니다.

쇼디치 트러스트를 통해서 당신이 하고자 했던 일은 무엇입니까?공상가 같을지 모르겠지만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저는 오랫동안 가난한 공동체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이제까지와 다른 방법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군가가 왜 제가 되었는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여기 이렇게 쇼디치에 앉아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쇼디치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까?우리는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 공동체가 영국의 중산층과 무엇이 다른지를 봅니다. 쇼디치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 중 인디언, 아프리카, 무슬림 국가에서 온 여성의 36%가 아이를 낳기 전에 유산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파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테라피와 임산부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또 쇼디치 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식사 문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식탁이 없이 생활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을 레스토랑으로 초대하여 나이프, 포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워터 하우스 레스토랑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레스토랑의 펀딩을 늘리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자원으로도 사용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아콘 하우스도 운영하고 있죠. 레스토랑의 수입 중 대부분은 우리가 해마다 열고 있는 쇼디치 지역 주민을 초대하는 무료 축제인 '쇼디치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사회적인 문제를 찾아내는 기준이 있습니까?저에게 특별히 어떠한 문제를 찾아내는 눈은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문제를 찾아내는 방법에는 몇 가지색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임산부 사망률은 공중 위생국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3년 동안 매년 크리스마스에 약 350명의 노인들을 모시고 크리스마스 런치 파티를 했을 때는 쇼디치 지역에 살고 있는 혼자 사시는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에게 외로움을 달래줄 수 없을까 해서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여러 문제를 놓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가난한 지역에 대한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고민도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까?정말 모르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생을 가르치다가 사회를 위한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였는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일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다음에야 사람들이 재건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하는 일이 바로 재건 사업이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워터 하우스' 레스토랑이 오픈했을 때 그에 관한 기사를 읽고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로 디자인적인 면을 강조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공동체와 관련된 사업은 무척이나 가난하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저희는 그저 공동체를 위한 카페가 아니라 정말 디자인이 훌륭한 레스토랑을 원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깜짝 놀라고는 합니다. 이 분야는 창의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혹스턴 스퀘어를 보세요. 거의 모든 곳이 건축, 디자인 사무실 같습니다. 쇼디치 지역은 디자인 산업과 사회 문제가 공존해 있는 독특한 곳이지요.

변화한 쇼디치 지역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듭니까?예전 쇼디치 공원은 무척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불탄 오토바이가 굴러다니는 등 사건, 사고가 많이 있었죠. 우리는 이 공원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배기 가스 조명등과 공공 미술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이제 쇼디치 공원을 지나가면 `가로등이 잘 켜져 있을까?` 혹은 `우리가 이렇게 했구나` 같은 생각이 들면서 뿌듯합니다. 이런 일들을 해내고 나니 쇼디치 지역을 바라볼 때마다 더욱 특별한 마음입니다.

당신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입니까?저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난한 동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더 이상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난과 패배 그리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위축되고 정신적으로 망가집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으며 당신은 분명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지요. 모두가 백만장자가 될 거라는 헛된 희망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때문에 우리는 더욱 현실적이고자 노력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늘 말하는 것이 있는데 완벽한 것을 바라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한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1 공장 건물을 재구성한 아티스트 스튜디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쇼디치의 레드처치 스트리트.  비스킷과 티를 만들던 공장 주변은 런던에서 가장 트렌디한 곳으로 바뀌고 있다.  컨테이너로 만든 쇼핑몰 '박스파크'는 쇼디치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에디터 최고은│ 인터뷰 김명한│ 구술정리 강승민│ 사진 레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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