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 누울자리 보고 다리 뻗어라

2007. 7. 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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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은국 기자] 예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연봉'이다. 연봉은 노동수단이라고는 달랑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자존심이자 성감대다. 연봉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수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얼마를 버는가'는 타인과 비교되는 자긍심의 원천이자 수치심의 근원이다.

미혼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주요한 기준 중의 하나 또한 '연봉'이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직업의 목적을 경제적·개인적·사회적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 꿈의 실현, 사회적 역할 수행을 통한 사회 발전 기여가 그것이다.

개인적·사회적 목적에 앞서 경제적 목적이 1순위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라. 승진과 연봉인상 가운데 양자택일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사오정, 삼오정으로 치닫는 최근 직장 내 분위기에서는 아마도 연봉인상에 낙점이 될 것이다.

혹자는 얘기한다. "인생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이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에게 돈이 없다면? 새 차를 구입할 수도 없고 아파트 할부금은커녕 자녀 학원등록도 불가할 것이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를 메워야 하는 초조와 불안에 삶의 기쁨은커녕 존재의 의미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연봉협상에 앞서 업계 현실부터 파악하라

직장인의 몸값인 연봉은 '양날의 칼'인 연봉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연봉협상은 고용주가 고용인들의 옥석을 가리는 거름망이다. 최근 국내 1053개사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인력구조조정의 방법으로 '연봉협상 시 자발적 퇴직유도'를 꼽고 있다. 즉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될 경우에는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연봉협상에 앞서 필수적인 사전지식은 업계와 회사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부처나 관공서는 엄격하고 정확한 규정에 따라 연봉인상과 승진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논외로 하자. 기업체의 경우 성장산업·사양산업, 지난해 실적에 따라 대략 연봉인상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진다. 예를 들어 규모가 작지만 급성장하는 회사는 연봉협상에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규모가 크지만 하락세가 뚜렷한 대기업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다.

회사는 정당한 보수를 주고 싶어한다

연봉협상의 시기가 되면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적대적으로 변한다. 자신이 제안한 프로젝트의 성패, 경영진의 무능과 태만,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복지혜택 등을 삼삼오오 모여 '뒷담화'를 한다. 그러면서도 직속상관인 팀장과 본부장에게 평소와 달리 친절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 순간의 실수가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는 학습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허나 아무리 절친한 직장동료에게도 자신의 연봉수준은 결코 밝히지 않는다.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객관적인 평가자다. 경영자의 관심은 직원의 임금 삭감이 아니라 '당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했고 앞으로 할 것인가'이다. 연봉협상의 실패로 인해 직원들이 이직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을 뿐더러 앞으로 더 많은 성과로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하고 싶어 한다. 당신이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면, 당신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경영자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3~5년차 실무자를 채용하는 절차는 힘들고 피곤한 작업이다. 신문과 온라인채용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고, 수백 명에 달하는 지원서류를 처리해야 한다. 요즘 구직자들은 개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본인의 능력을 200% 과시하는 법에 통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과는 아무 관련 없는 프로젝트도 모두 '상세경력'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간관리자를 채용하는 과정은 '헤트헌팅 의뢰' 등 이보다 최소 2배 이상의 회사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협상 필요 없어! 일만 잘하면 다 알아서 준다?

'일만 잘하면 다 알아서 주겠거니'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때가 되면 연봉을 올려주고 승진도 시켜주리라 믿고 있는 직장인은 자신의 직장인생에 그다지 관심이 없거나 취미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묵묵히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회사가 무턱대고 임금을 올려주지는 않는다. '연봉협상'이 필요한 이유다.

경영자의 주된 관심은 '직원들의 연봉인상'보다는 '회사의 리스크 관리'거나 '신 성장동력 발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회사가 가장 높은 연봉을 주는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존재목적은 '이윤추구'지 '당신의 종신고용'과 '당신의 연봉인상'은 아니다. 직원은 기업의 존재목적을 위해 고용된 것이지, 당신을 고용하기 위해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신의 그저 그런 업무성과는 동료의 탁월한 업무성과에 파묻힐 수도 있다.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정조는 보호할 가치가 없듯이' 자신의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의 고용인이 당신의 직업관리까지 해주길 바란다면, 목적지를 엉뚱한 곳으로 잡은 격이다.

낮은 연봉을 제시하면 회사가 반길 것이다?

'싼게 비지떡'이란 속담이 있다. 사람의 몸값은 신차 가격과는 다르다. 낮은 연봉을 제시하는 당신의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고용주의 눈에는 어리석거나 개념 없는 직원으로 비칠 수도 있다. 차라리 경영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

"혹시 제 연봉을 얼마나 책정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연봉인상은 내 직장경력에서는 중요한 이슈지만, 회사로서는 여타 예산항목의 일부분일 뿐이다.

연봉인상의 이슈를 예산의 개념으로 접근하라(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봉의 책정폭이다). 경영자는 '회사의 예산'을 파악하려는 직원의 의도를 결코 나쁘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인 당신의 시도에 대해 종종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기도 한다. 더불어 경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부가 외 점수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분기별, 반기별, 일년 단위로 기록하라!

"당신의 올해 희망연봉은 얼마입니까?"

회사는 당신이 얼마나 받기를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여기서 질문의 핵심은 '연봉인상폭'이 아니다. 그 어떤 회사도 당신이 지난해보다 높은 연봉을 불렀다고 해서 해고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희망연봉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이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올해 연봉과 승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남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남보다 앞서간 연봉협상력을 보유해야 한다. 분기별, 반기별, 일년 단위로 당신의 탁월한 성과와 성공한 프로젝트를 기록하라. 연봉인상의 관건은 경영자에게 당신이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알리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더 과감하고 적극적이고 참신한 방법으로 지난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고용인에게 호소했을 때, 당신의 연봉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돈을 크게 강조하고 장광설을 늘어놓았을 때 연봉협상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탐욕스러운 불평불만직원으로 낙인찍히고 연봉협상 또한 실패했을 때의 정답은? 이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제 일이 더많은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준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경력과 앞으로의 경력을 위해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의 지혜다.

/김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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