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두 시간 남짓 '남국'은 곁에 있었다

오키나와 | 글·사진 이윤정 기자 입력 2011. 7. 19. 21:31 수정 2011. 7.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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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레포츠 천국 일본 오키나와

일본이되 일본이 아닌 곳. 일본 열도의 남쪽 끝 '오키나와'. 그런데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다. 화산활동으로 이뤄진 일본 본토와 달리 오키나와는 산호섬이다. 태생부터 남다른 오키나와는 일본보다는 대만에 가깝고, 지진보다는 태풍을 걱정하는 섬이다. 오키나와는 또 다른 일본이 아니고 전혀 다른 일본이다.

후쿠시마에서 서울까지는 1240㎞. 그런데 후쿠시마에서 오키나와까지는 1760㎞다. 올해 3월 일본 대지진에도 원전 피해가 전혀 없는 땅. 한때 무너졌던 일본 관광지 중 가장 먼저 회복된 곳도 오키나와다. 인천에서 오키나와 본섬까지 약 2시간10분.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오키나와 공항은 마치 국내의 간이역처럼 아담하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강렬한 햇살과 후텁지근한 습기. 거리는 온통 아열대 관상목이다. '일본의 하와이'로 불릴 만하다. 오키나와의 거리는 '일본어'와 '한자'로 된 간판 이외에는 '일본'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뿐, 일본 특유의 목조 건물도 찾아볼 수 없다. 지진, 화산보다는 바닷바람을 막는 게 건물 설계의 주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주라우미수족관 내 4층 건물 높이의 대형 수족관 안에서 몸길이 8m의 고래상어가 유유히 관람객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오키나와는 크고 작은 60여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오키나와를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오르기로 한다. 사실 오키나와는 일본이 아니었다.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무역중심지로 450년간 독자문화를 꽃 피우던 류큐(琉球)왕국. 고유의 언어인 류큐어는 이제 몇몇 촌로 사이에서만 통한다. 일본의 침략을 받아 1879년 오키나와현으로 '창씨개명'됐다. 설상가상 2차 세계대전 당시 화려했던 류큐왕국의 흔적은 모두 불타고 훼손됐다.

그 옛날 류큐왕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오키나와 남쪽에 위치한 '오키나와월드'다. 오키나와 전통 가옥을 이곳에서 만난다. 고려장이라 불리는 빨간 기와 위에 우리네 사자와도 비슷한 전설 속의 동물 '시사'가 서 있다. 입을 벌린 것은 숫시사, 다문 것은 암시사다. 복을 받기 위해 한 마리는 입을 벌리고 이미 들어온 복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한 마리는 입을 앙다물었다.

오키나와 옥천동 석회동굴. 천장 가득 촘촘하게 솟은 종유석의 모양이 다채롭다.

오키나와월드 중앙 무대에서는 하루에 4차례 '에이사' 공연이 펼쳐진다. 류큐 전통춤인 에이사의 춤꾼들은 '핫 하'하는 추임새와 함께 어깨에 커다란 북을 짊어지고 땅을 힘껏 박차며 흥을 돋운다.

오키나와월드 입구에는 5㎞ 길이의 석회동굴인 옥천동(교쿠센도)이 있다. 일반에 개방한 800m를 걷다보면 천장 가득 촘촘하게 솟은 종유석의 위용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거인 돌, 황금의 잔 등 다양한 모양의 돌기둥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속에는 민물고기와 새우, 게 등이 헤엄친다. 오키나와월드를 나올 때에는 '뱀술'도 맛볼 수 있다. 1년에도 몇 명씩 뱀에 물려 목숨을 잃을 정도로 독사가 많다는 곳. 그 뱀과 각종 약초를 달여 만든 뱀술은 의외로 달고 향긋하다.

류큐 전통춤인 에이사의 춤꾼들은 '핫하'하는 추임새와 함께 어깨에 커다란 북을 짊어지고 땅을 힘껏 박차며 흥을 돋운다.오키나와 중부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리성'이 있다. 류큐왕국의 도읍, 우리로 따지면 '경복궁'에 해당하는 곳이다. 오키나와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가 1992년 복원됐다.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국왕의 집무실인 수리성 정전, 성의 정문인 슈레이문, 제를 지낸 소노햐안우타키 석문 등을 돌다보면 류큐왕조의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중부에는 또 나하를 중심으로 오키나와의 주요 관청이 있다. 나하시에서 가장 번화한 '고쿠사이(국제)거리'는 우리네 남대문과 닮았다. 약 1.6㎞의 거리에 백화점, 특산물 가게, 시장, 레스토랑, 선술집 등이 이어진다. 어둠이 깔리면 거리는 더욱 활기를 띤다. 각양각색의 인종이 뒤섞이고 다양한 대륙의 언어가 오간다. 서울의 이태원처럼 문화와 문화가 얽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오키나와 특산 소주인 '아와모리' 한 잔에 이곳의 흥취는 더욱 고조된다.

오키나와의 문화를 만끽했다면 이제 자연을 맛볼 차례다. 섬 중부에 위치한 만좌모는 석회암이 침식돼 만들어진 기괴한 모습의 절벽이다. 18세기 류큐의 쇼케이왕이 '만인이 앉아도 넉넉한 벌판'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였다. 코끼리 코 모양의 절벽이 아름다운 바다와 절경을 이룬 오키나와 명소다.

오키나와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다 왕국'의 면모가 더욱 짙어진다. 특히 주라우미 수족관 코스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기자기한 수족관이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4층 건물 높이의 대형 수족관이 있다. 총길이 8m의 고래상어와 대형 가오리가 헤엄친다. 대형 수족관의 위쪽도 볼 수 있도록 돼있다. 3~9월에는 돌고래와 범고래 공연이 열린다.

오키나와 전통 기와 위에 상상 속의 동물인 '시사'가 올려져 있다. 보통 암수 2마리가 함께 있는데 수컷은 복을 모은다는 의미로 입을 벌리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꼭 해봐야 할 것은 바로 '해양스포츠'다.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이 인기다. 다이버들에게 명소로 꼽히는 가미야마(神山) 섬 앞바다에서는 다이빙 강습을 연다. 수심 18m의 바닷속에 들어가면 이 세상의 풍경이라 할 수 없는 총천연색의 세계가 펼쳐진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는 신기하리만큼 투명하다. 바다 밑바닥의 협곡 사이로 물고기 떼가 각양각색의 빛을 뿜으며 꼬리를 살랑인다.

전 세계 전문 다이버들도 인정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물 위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보는 것이 더 깨끗하고 빛이 난다. 다이빙을 마치고 요트 위에 앉아 오키나와 토종 맥주인 '오리온맥주'를 마신다. 태평양 저 멀리 노을이 붉다.

▶여행길잡이

아시아나항공이 화·수·금·토·일요일 한 차례씩 오키나와로 출발한다. 하나투어에서는 오키나와 스쿠버다이빙 3일, 4일 상품을 내놓았다. 오키나와관광청(02-318-6331)에서 오키나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키나와의 별미로는 사탕수수로 만든 흑설탕이 있다. 현지에서 생산한 쌀로 빚은 아와모리 소주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25~40도까지 다양하다. 오키나와인들이 장수비결로 꼽는 삶은 돼지고기 맛도 뛰어나다. 소바(국수) 국물도 돼지고기로 맛을 낸다.

< 오키나와 |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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