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영세상인 "폭탄", 롯데 "경쟁력", 소비자는?

이정흔 2010. 10. 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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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현장르포]영세상인 "손님 절반 줄어" 롯데 "골목상권 아니다"]

최근 대학로 거리가 꽤나 어수선하다. 지난 10월11일, 하루아침에 간판을 달고 개장한 '롯데마이슈퍼' 때문. 롯데마이슈퍼는 롯데쇼핑의 슈퍼사업본부에서 운영하는 대기업 슈퍼마켓(SSM)이다. 예고 없이 등장한 이 슈퍼마켓을 두고 기존 동네 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아우성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롯데마이슈퍼의 기습 개업 현장을 찾았다. 주변 상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롯데마이슈퍼 당사자 측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북적대는 롯데슈퍼 vs 한산한 주변가게

10월19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큰길가에 자리한 롯데슈퍼 앞은 개장 이벤트로 한창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무료 배송' '특가 할인' 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인 광고판 옆으로 몇몇 직원이 주부들을 상대로 회원카드 가입을 권유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바로 옆으로 '럭키할인마트'라는 글자만 반짝거리는 광고판이 묘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중대형 슈퍼마켓. 업종이 같은데다 위치상 롯데마이슈퍼와 나란히 있어 타격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한산한 입구와 달리 매장에서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양 손 가득 든 주부들의 모습이 꽤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럭키할인마트 직원의 귀띔. 이 직원은 "이 시간이면 장바구니 든 주부들로 북적거렸는데, 일주일 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롯데슈퍼 개장 이후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며 "대책도 없어 그저 막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가판 부스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가판 장사가 안 된 지는 사실 여러 해 됐다" 면서 "손님들이 길거리 지나다니면서 손쉽게 신문이나 과자를 사는 게 우리 장사인데, 이제 시설 좋은 슈퍼마켓이 하나 더 들어섰으니 그마저도 끊기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 먹고 살라고 부스를 만들어 놓고서는, 바로 앞에 대기업 슈퍼마켓을 내주니 어째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주변 상인들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롯데마이슈퍼에서 장을 보던 김모씨는 "옆에 마트는 지하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여기는 바로 길가에 있어 편하다"며 "이벤트도 해서 호기심에 와봤는데 아무래도 편한 곳으로 발길이 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이모씨는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데, 품질이나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예전 동네 가게를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상생을 많이 강조하는데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개업을 하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럭키할인마트 "피자가게 인 줄 알았는데"

"그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원래 유명한 피자가게가 있던 자리에 진행된 공사였기에, 당연히 피자가게 리모델링 공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럭키할인마트 정은주 부장은 "11일 출근할 때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간판을 보고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날 바로 마트 임원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했지만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멍하게 있었어요.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이벤트와 가격정책을 어떻게 당해낼지 막막하기만 했죠."

롯데마이슈퍼의 개장 여파는 바로 나타났다. 지하에 위치한 럭키할인마트 대신 길가의 롯데슈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주일 만에 매출이 20~30% 정도 뚝 떨어졌다.

특히 타격이 컸던 건 대책을 마련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정 부장은 "단 며칠 전에라도 알았더라면 나름의 대책을 세웠을 것"이라며 "현재 사업조정신청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롯데슈퍼가 이미 개장한 상태여서 매우 갑갑하게 됐다"고 말했다.

럭키할인마트는 10월18일부터 할인 판매 이벤트를 시작했다. 롯데슈퍼가 개장한 지 딱 일주일만이다. 롯데슈퍼와 경쟁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할인 이벤트가 간단해 보여도 전단지를 찍고 준비하는 과정만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롯데슈퍼의 떠들썩한 개장 이벤트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이번 주부터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으니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죠."

간판과 관련한 문제도 고심 중이다. 럭키할인마트는 지하 1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길가에 눈에 띄는 간판을 다는 것조차 현재로서는 불법이다. 롯데슈퍼와 경쟁하기 위해 간판이라도 제대로 걸 수 있게 해달라고 종로구청에 허가를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줄어든 손님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인만큼 가격 할인 정책을 쓰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로서는 마진을 줄여야 하는 일이니, 어쩌면 마이너스까지 각오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위치 조건에서부터 간판 하나까지 지금으로선 모든 게 다 불리하지만,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직원들은 더 똘똘 뭉쳐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롯데슈퍼 "골목 상권 아닌 도심 상권, 공정한 경쟁할 것"

"아마 골목 상권이라면 우리 쪽 결정도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대학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상권입니다. 골목 상권이 아닌 이런 곳에조차 대기업 슈퍼마켓(SSM)을 못 들어오게 한다면, 우리 같은 기업은 존재할 곳이 없지 않습니까."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롯데슈퍼는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은 눈치였다. 먼저 사실 확인부터 했다. 주변 상인들의 말처럼 '피자가게 현수막'을 내걸고 급하게 공사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최형주 과장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유명 피자가게가 있던 곳인 건 맞습니다. 그 피자가게가 건물 계약 갱신 시점에 내부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자가게가 그 건물을 나가기로 결정이 되고, 공실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상인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사전에 롯데마이슈퍼의 개장이 공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슈퍼 측은 슈퍼마켓 개장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법률이나 의무사항이 없는데,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

최 과장은 "굳이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지 않냐"며 "이미 근처에 입점을 고려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상권 분석이 다 돼있는 곳이었다. 개장을 미룰 이유가 없는 만큼 일이 진행되는 대로 일사천리로 개장하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럭키할인마트만 하더라도 개인이 운영하긴 하지만 대형 슈퍼마켓이고 매출도 적지 않다"며 "동네 구멍가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SSM과 골목 상권의 갈등에 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상생 대책을 마련 중이다"고 전했다.

유대수 롯데마이슈퍼 대학로점장은 "개장한 지 얼마 안돼서 매장이 깨끗하고 무료 배송의 혜택이 있으니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은 편인 것 같다"며 "개인 슈퍼마켓과 SSM은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등의 몇몇 품목은 오히려 우리쪽 가격이 더 높다"고 말했다.

"본사에서 전체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 외에 주변의 경쟁 마트를 의식해서 우리 지점만 따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은 없습니다. SSM이라고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라고 무조건 불리한 것도 아닙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으니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맡겨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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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흔기자 viva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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