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휴가, 다른 휴가] (1) 古宅 체험

안동 입력 2012. 6. 21. 04:09 수정 2012. 6. 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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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비친 햇살.. 시간이 멈춘 사랑채 마루.. 또다른 멋을 느낀다

올여름 휴가 때는 어떤 추억을 만들어볼까.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주말매거진이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여행 아이템을 제안한다. 휴가 계획 세우고 계신 분들, 적극 고려해 보시길!

간밤에 내린 비로 물기를 머금은 한옥 기왓장이 촉촉하게 빛났다. 처마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섬돌 앞 흙마당에 작은 물길을 만들었고, 담벼락 아래 피어난 노란 야생화와 이름 모를 풀들도 이슬을 머금고 선명한 빛깔을 드러냈다.

해 뜨기 전 여명(黎明). 밤사이 산에서 내려온 구름이 고택(古宅)을 온통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하얀 구름과 점점 짙어지기 시작한 녹음(綠陰)의 대조가 선명했다. 그 구름은 산 너머에서 비쳐오는 햇살을 받으면서 산기슭을 따라 서서히 흩어지며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경북 안동 의 수백년 된 고택(古宅)에서의 하룻밤은 달콤했다. 낙동강 상류 청량산 자락에 있는 농암(聾巖) 종택(宗宅)이다. 한지로 바른 방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간접 조명으로 방안을 밝혔다. 오랜만에 하얀 고무신을 신고 마당에 나서니 발밑으로 자갈과 모래, 이름없는 풀들이 느껴졌다. 밤새 들려온 물소리는 고택 앞을 흐르는 강물이 여울목 부근에서 자갈과 맞부딪치면서 내는 소리였다. 담을 넘는 고양이가 아침 안개 자욱한 고택의 정적을 깨뜨렸다.

◇600여 년 이어진 선비의 풍모

농암 종택은 '어부가'로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 문인 농암 이현보(李賢輔·1467~1555) 선생의 17대 종손 이성원씨와 종부 이원정씨 부부가 지키고 있다. 1370년경 건립되었으나 1975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水沒) 위기에 처하자 이성원씨가 이곳에 새로운 터를 잡고 안동 시내 등에 흩어졌던 유적·유물들을 모아 복원했다. 안채를 중심으로 사랑채, 별채, 문간채 등으로 본채를 구성하고, 긍구당(肯構堂)·명농당 등의 별당이 있는 구조다. 특히 별채인 긍구당은 농암 종택의 상징적인 건물로, 방을 뒤로 배치하는 대신 앞면에 기둥을 세우고 마루를 달아 개방해 운치를 살렸다.

농암 종택 사랑채 마루의 앞뒤 문을 열어젖히니 낮은 담장 너머로 낙동강과 층층절벽, 그리고 은빛 모래사장의 목가적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택을 에워싼 산과 강, 그 가운데 집이 문자 그대로 합일(合一)되는 듯한 풍경이다. 사랑채 마루 벽에는 선조가 친히 이 집안에 내린 '적선(積善)'이란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었다.

농암 종택 인근에는 후학들이 농암 선생을 위해 지은 분강서원(汾江書院)과 농암이 부모님을 위해 지은 정자 애일당(愛日堂) 등이 모여 자그마한 한옥촌을 이루고 있다. '애일'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하루하루를 아낀다'는 뜻으로, 농암의 효심을 전해준다.

종부가 손님들을 안채로 안내해 아침상을 냈다. 콩가루 시래깃국에 안동의 명물인 간고등어, 배추전, 콩가루를 묻힌 부추무침, 무말랭이, 호박무침 등을 내놓았다. 소금 간을 많이 하지 않은 정갈한 밥상이다. 이성원씨는 "일부러 이 오래된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며 "나이가 들면서 향기 나는 사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낙이자 복"이라고 했다.

◇퇴계와 농암이 걷던 길을 걷다

농암 종택에는 TV가 없다. 그러니 도시에서보다 하루가 길어졌다. 투숙객들은 앞뒤 문을 열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산촌과 강촌 풍경이 어우러진 고택 주변을 돌아보곤 했다. 돌 징검다리가 놓인 강변에는 오토캠핑족이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낚시꾼들도 보였다. 고택 앞은 청량산에서 내려온 산자락이 낙동강과 서로 휘감아돌며 어우러지는 절경이다.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열 길 티끌 세상에 얼마나 가려 있었던가/강호에 달 밝아오니 더욱 무심하여라'(농암 이현보 '어부단가 2장')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이 강물에 비친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면서 농암이 노래한 강호(江湖)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퇴계 이황은 청량산에 공부하러 들어가는 길에 본 이곳을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이성원씨는 "이 강변길은 80편 이상의 기행문과 1000편 이상의 시가 남아 있을 정도로 영남 문인과 지식인들이 한번은 거닐었던 꿈의 순례코스였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예던 길'이란 이름이 붙었고, 지금은 청량산에서 도산서원을 잇는 '퇴계 오솔길'이란 트레킹 코스로 확대됐다. 낙동강변 길을 따라 퇴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다.

내친김에 길을 나서면 퇴계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는 퇴계 종택을 비롯, 안동군자마을, 도산서원 등 안동의 양반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적지들을 만날 수 있다. 퇴계 종택은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와 안채가 연결된 'ㅁ'자형으로 지어져 있다. 이곳에서 2㎞ 정도 가면 퇴계의 숨결이 깃든 도산서원이다.

서원 앞에는 안동호가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고, 뒤편으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에워싸고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산기슭을 따라 10여 채 기와집들이 단정한 모습으로 들어서 있다. 전교당, 도산서당, 농운정사 등의 건물마다 학문에 정진하는 선비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도산서원 앞 너른 마당에는 나이 들어 잔뜩 휘어진 나무들이 홀로 늙어가고 있었다.

여행 수첩

■ 숙박:농암종택에는 사랑채, 긍구당, 명동당, 대문채, 별채 등이 있으며, 방 크기와 숙박인원에 따라 1박에 7만~15만원이다.

종택 인근의 분강서원과 애일당, 강각 등도 숙박이 가능하다. 성수기에는 요금이 비수기보다 20~30% 정도 비싸진다.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각방에 현대식 욕실이 붙어 있지만 세면도구와 수건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www.nongam.com

, (054)843-1202

■ 교통:

안동시청→퇴계로→도산서원 방향(35번 국도)→도산면 온혜리→가송리→농암종택.

대중교통 이용 시 안동터미널 옆 교보생명 앞 67번 버스를 타고 가송마을 앞에서 내리면 된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612번지.

■ 안동고택 체험(지역번호 054):

안동에서는 50여곳의 고택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수애당(822-6661), 치암고택(858-4411), 안동김씨 태장재사(843-3328), 안동군자마을(852-5414), 지례예술촌(852-1913), 정재종택(822-6205), 하회마을 북촌댁(010-2228-1786) 등이 유명하다. 주말이나 휴가철엔 예약 필수.

[InfoGraphics] 고택(故宅), 옛 삶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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