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 도입 논란, 대학생들 찬반토론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2013. 10. 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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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장려한다기 보다는 예산 확보 수단"

【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저출산시대 대학생들의 책임의식 고양을 위한 2013 전국 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가운데 서울대팀 조율과 한양대팀 더클라스가 '출산·양육에 따른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제로 찬반 자유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해 합계출생률 1.297명. 초저출산국 기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30명으로, 우리나라는 2001년 합계출산율 1.30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국가에 들어선 이후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OECD 가입국 평균인 1.70명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다 헝가리(1.23명) 덕에 겨우 꼴찌를 면한 정도다.

출산율 저하를 불러온 혼인인구 감소, 혼인율 저하, 초혼연령 상승 현상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택난, 결혼비용 상승, 출산 양육 부담 등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혼인기피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곧 결혼·출산 세대에 진입할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장이 열렸다. 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는 96명의 대학생 32팀이 참여한 가운데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한국방송, 대학내일, 씽굿이 후원하는 '2013 전국 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다문화정책이 인구 안정화에 기여한다', '출산․양육에 따른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싱글세(1인 가구세)를 도입해야 한다'라는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총 32팀이 찬반 주장을 펼쳐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결승에는 '싱글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제로 조율팀(서울대학교, 강재구·이다솔·이한빈)과 더 토론 라이브팀(연세대학교, 안상우·서정길·임대현)이 올라 싱글들에게 별도의 세금을 걷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방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피력했다.

◇ "싱글세 도입해 보탤 수 있는 보육 예산 연간 5500억 원"

먼저 싱글세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 선 조율팀은 "소득이 있는 32~49세의 독신 남녀에게 싱글세를 걷어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데 싱글들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근거로는 "우리나라 헌법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녕, 행복 등을 밝히고 있는데 결혼을 한 사람들은 이것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본다. 결혼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국가적 문제로 접근했을 때 싱글은 저출산 문제에서는 국가에 역할을 다 하고 있지 못하니 싱글세를 부과해 일조를 하자는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어 "평균 혼인연령이 32살이라고 가정했을 때의 기준이고, 사회생활 연차로 봤을 때 이 나이는 결혼 의지가 없어서 안 했다고 봐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청장년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꼴인데, 저출산 문제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멀지 않은 2040년에 2명의 청년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고 싱글 증가가 가져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싱글세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연말 세금공제에서도 이미 싱글과 자녀가 있는 부부에 대한 간접적인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을 때 추가 공제를 더 해주는 방식인데, 이것은 OECD 가입국 평균 10분의 1일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싱글세의 목적을 다시 강조하며 "저출산 사태 해결이 주목적이다. 싱글세가 도입되면 현재 220만 명이 싱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이를 걷으면 5500억, 공공 보육 시설 400여 개를 더 지을 수 있는 정도이다. 싱글세를 걷어 보육 지원에 투자하고 이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싱글세를 통해 결혼을 장려한다기보다 예산 확보 수준으로 생각하고, 청장년층의 노인 부양률을 다 같이 줄일 방법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돈 없어 결혼 못 하는 사람에게 세금 부담만 더 얹어주는 꼴"

싱글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율팀의 주장에 대해 더 토론 라이브 팀은 "대다수 싱글은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고, 설문조사 자료들을 보면 '경제적 여건이 준비가 안 돼서' 결혼을 못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민감한 그들에게 이 싱글세를 내라고 하면 그들을 결혼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라고 반박했다.

이어 "결혼은 해야겠다고 마음먹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매우 복합적인 문제"라며 "혼인율 상승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주택마련, 결혼비용 융자 등이 주로 언급되는 것을 보면 싱글들에게 시급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싱글세는 미혼 층의 경제부담 강화만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성의 문제를 들어 "국가의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해도 되느냐"며 "싱글세에 대한 과세표준은 명확히 정하기 어렵고 자칫 위헌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문제를 특정 계층에 부과하는 것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다.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는 실효성이 담보돼야 할 텐데 그 실효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싱글세 부과 대상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부양 능력이 충분하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평균 결혼비용이 남성 1억 5000만 원, 여성 5000만 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는 소득이 있다고 해서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아이를 낳아 2세까지 키우는 돈은 평균 3063만 원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소득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싱글 개인의 경제력을 강제로 통제해야 하는 부분은 아님을 강조했다.

아울러 "싱글세를 두고 찬반조사를 한 결과 찬성은 19%에 그쳤고, 다른 방식의 양육 관련 세금을 더 내자는 것에는 찬성이 33% 있었다. 특정 연령에 전가하지 말고 전 국민에게 조금씩 더 걷는 게 저항이 적을 것"이라고 도입 반대에 관한 대안을 내놓으며 "결혼을 못 하는 이유가 경제적, 비경제적인 부분이 모두 있을텐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비용지원, 매칭프로그램 등 해결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강화해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을 결혼하게 만들 수 있게 하는 게 먼저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 싱글세 도입 '반대'에 설득력 기울어

토론을 심사한 최진호 아주대학교 교수, 김영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전상혁 여성가족부 과장, 모은희 한국방송 선임기자는 싱글세 도입 반대를 주장한 더토론라이브팀을 결승전의 우승팀이자 대상 수여팀으로 선정했다. 각 주제에 관해 미리 조사한 자료를 기초로 토론하지만, 찬반이 즉석에서 결정돼 순발력이 요구되고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차분하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관객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단은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훌륭하게 준비했다", "각자의 주장이 다를텐데 논제에 맞게 협업하는 부분이 돋보였다", "헌법, 정치, 통계자료 등 제반 사항이 다양하게 준비된 훌륭한 토론이었다"는 등 심사평을 밝혔다.

더토론라이브팀의 안상우(27) 씨는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결혼 가치관이 변한 것도 출산율 저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토론을 준비하며 알게 됐다. 우리 부모님 세대와 다르게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아 결혼 이후에 대한 불안, 겁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평소 결혼이 아주 멀다고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토론을 통해 결혼에 대한 긍정적, 구체적 생각을 더 깊이 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저출산시대 대학생들의 책임의식 고양을 위한 2013 전국 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가운데 서울대팀 조율과 한양대팀 더클라스가 '출산·양육에 따른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제로 찬반 자유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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