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질병관리본부 혈세로 구입한 에어컨 수백 대 방치

2011. 7. 1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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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질병관리본부 잠입취재결과, 혈세 낭비 현장 포착

[쿠키 건강] 2008년 보건복지부가 과천정부청사에서 계동현대사옥으로 이사 중에 멀쩡한 사무집기를 버리더니, 이번에는 질병관리본부가 구입한 지 채 3년도 안 된 에어컨 200여대를 방치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 이낙연(민주당) 의원실 양재원비서관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질병관리본부를 잠입 취재한 결과 에어컨 수백 대가 무더기로 지하실에 방치돼 있는 현장을 포착했다.

에어컨은 질병관리본부가 청사 이전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이사 후 8개월째 지하실에서 썩고 있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사용가능한 것들로 구입한 지 3년도 채 안 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이전해온 오송생명과학단지는 냉난방시스템이 중앙냉난방으로 별로의 냉난방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조달청에 따르면 국민 세금으로 구매한 제품의 경우 내구연한(사용 가능한 기간)이 8년이다. 그 기간 중에 팔려면 팔수도 있고, 쌓아 둘 수도 있었다.

질병관리본부가 혈세낭비를 조금이라도 막으려했다면, 이전 당시 에어컨을 경매나 중고 처분을 통해 세금으로 환수해야 했다. 국민 세금으로 구입한 만큼 묵히면 묵힐수록 감가상각비가 하락해 나중에는 폐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잠입취재 과정에서 내구연한에 관계없이 이미 불용을 결정한 에어컨도 있었다. 불용제품들은 매각이나 양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지하실에 8개월 동안이나 묵혀두기에 바빴다. 결국 불용제품들을 가지고 이전하느라 이전비까지 추가로 들었을 게 분명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전하는 곳이 중앙냉난방시스템이지만, 여름에 폭염을 대비해 보관해 둔 것"이라며 "실험실 등 연구실에 설치하려던 제품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해명대로 하더라도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푹푹 찌는 장마철이 오기 전인 4~5월에 에어컨 설치를 마무리했어야 했다. 궁색한 변명이 오히려 에어컨 방치 사실을 더 확실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낙연 의원은 "폭염에 고통 받는 국민들을 생각하는 공무원이라면, 지하 창고에 사용 안하는 에어컨을 쌓아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경로당 같은 복지시설에 무상양여라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까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수백 대의 에어컨을 지하실에 묵히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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