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면 핑 돈다..? 아침식사·다리근력 중요

2011. 4.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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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인 찾아오는 '실신' 원인과 예방법

급격한 성장기의 청소년과 고령 노인들이 많이 겪는 증상이 있다.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거나 오래 시간 서 있을 때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실신'이다.

4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70세 남자 L씨는 몇 달 전부터 힘이 없어서 걷기가 힘들고 때때로 정신을 잃는 이유가 궁금해 병원을 찾았다. 가족들도 중대한 병 때문이 아닌가 싶어 불안해했다. 검사결과 그는 가만히 누워 있을 때 120㎜Hg을 기록하던 수축기 혈압이 일어서면 60㎜Hg로 낮아지고 맥박도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흔한 '기립성(체위성) 저혈압'의 전형적 증상이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 조아현 교수는 10일 "건강한 사람도 오래 쪼그려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눈앞이 흐려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몸에 질병이 있거나 피곤한 상태에서는 약간 어지러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의식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실신이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특별한 후유증 없이 금방 회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 인구의 약 30%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실신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근력이 약한 노인과 젊은 여성에게 흔하다.

실신은 수축기 혈압이 갑자기 60㎜Hg 이하로 떨어지거나 뇌혈류가 6∼10초 이상 중단될 때 나타난다. 이렇게 혈압을 떨어트리고, 뇌혈류도 일시 끊기는 유형과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별표 참조).

우선 오랜 시간 소변이나 배변을 참았다가 화장실에 도착한 뒤 바지를 내리기 직전, 풍선을 세게 불거나 기침을 할 때, 등산을 하다가 잠깐 쉴 때, 목욕탕 한증막(사우나)에서 나와 온탕에 들어갈 때 실신을 하는 유형이 있다. 그런가 하면 매운 것을 먹거나 담배를 피울 때, 헌혈을 하거나 치아를 뽑을 때, 심지어 피를 볼 때 실신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실신의 가장 흔한 유형은 '미주신경성 실신'이다. 혈관 및 미주신경(운동과 지각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 중 가장 큰 신경)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이 때는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휘청거리며 쓰러질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잿빛으로 변하고 얼굴과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끊긴(뇌허혈) 상태일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극심한 통증이나 격한 감정이 실신을 유발하기도 한다. 뇌 속에서 본능과 감정을 조절하는 곳(변연계)이 급격한 감정 변화로 혼란을 일으킨 탓이다. 의사들은 이를 '상황 실신(Situational syncope)'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미주신경성 실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전립선 질환이나 고혈압 또는 당뇨병 치료를 받는 남자 노인들이 약을 먹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일도 있다. 이는 '기립성 저혈압'에 해당된다. 머리와 다리 쪽 혈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줘야 실신을 막을 수 있다.

실신의 원인은 더 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는 "주위 사람이 실신을 했을 때 의사나 환자 모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문제는 심장 및 신경질환 때문일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심장판막증, 비후성심근증, 폐동맥고혈압,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가진 노인이 실신을 한 번 이상 경험할 경우 향후 5년 이내 사망할 위험이 무려 50%에 이른다.

실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고, 술이나 카페인 음료를 피하며 다리 근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가급적 천천히 일어서야 한다.

아울러 속이 메스껍거나 안색이 창백해지는 등 실신 조짐을 보일 때는 빨리 엎드리거나, 앉거나, 머리를 낮추어서 뇌로 가는 혈류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신 위험 상황에서 앉거나 누울 자리를 찾을 동안에는 주먹을 세게 쥐고 엉덩이와 다리에 힘을 주어 혈압이 떨어지지 않게 한다. 노인들은 평소에도 이런 훈련을 자주 하면 갑작스런 실신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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