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흡연이 결정적 요인이라는데 담배 한번 안피운 성직자도.. 그 비밀은 'DNA'

2010. 9. 12. 17: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천한 목사 '옥한흠'과 중 '법정'. 한평생 교회와 절에서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산 두 사람에겐 뜻밖에도 남다른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몸담은 세계에 각각 큰 족적을 남긴 종교인으로, 평생 담배 한 개피 피운 일이 없는데도 치명적인 폐암에 걸려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폐암은 흡연이 결정적인 발병 원인이라는데, 한 번도 담배를 피운 경험이 없는 종교 지도자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그 비밀의 열쇠는 유전자(DNA)에 숨겨져 있다.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박인원 교수는 "폐암발생에는 여러 유전자의 변이가 관여하게 되는데, 평생 담배를 피운 일이 없는 사람이 폐암에 걸리는 유력한 이유 중 하나로 13번 염색체에 있는 두 가지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양핑(Ping Yang) 박사팀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고도 폐암에 걸린 377명과 정상인 377명을 대상으로 개인별 DNA 염기서열 변이를 나타내는 단일염기다형성(SNP)을 검색하고,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 발병 위험이 거의 60%에 이르렀다.

또 비흡연 폐암 환자의 폐 조직은 정상인에 비해 체내에서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단백질(GPC5)의 발현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양핑 박사팀은 이 같은 현상이 13번 염색체의 두 특정 유전자 변이에 의해 GPC5 단백질의 활성이 약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임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 잡지 란셋(Lancet) 최신호에 보고 됐다.

이 변이유전자를 움직이는 위험인자는 현대인이 일상생활 중 흔히 접하는 공해물질, 비소, 인간유두종바이러스 등이다. 이들은 변이 유전자에 의한 폐암 발병을 촉진시키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비(非) 흡연자 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을 포함 아시아권의 경우 30∼40%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옥 목사는 2006년에 처음 폐암을 발견, 1차 수술 후 항암 치료를 계속 받아왔다. 그럼에도 끝내 폐암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기도의 힘이나 재활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폐암 환자의 예후(병의 경과 및 결말)에는 이밖에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예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위험요인은 암세포의 악성도다. 암세포의 성질은 저분화도 암일수록 악성도가 높다. 저분화도 암이란 원래 세포의 특성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단계를 말하며, 상대적으로 암세포가 본래의 세포 형태나 활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고분화도 암이라고 한다. 저분화도 암은 고분화도 암에 비해 증식이 왕성하고 암세포의 악성도도 높다.

실제 박 교수팀이 1985년에서 2005년까지 10년 동안 중앙대병원에서 비소세포 폐암으로 진단돼 수술을 받은 환자 75명을 최소 3년 이상 추적 관찰해 본 결과, 정상조직의 세포 형태나 활성을 상실한 저분화도 암일수록 재발 확률이 높았다.

박 교수는 "이들은 모두 눈에 보이는 암 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근치적(根治的) 폐암 절제술을 받았으나, 5년 이내 재발률이 57.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눈에 띄는 것은 이 중 저분화도 폐암 환자의 재발률이 무려 75%에 달했다는 사실. 반면 종양의 크기와 위치, 환자 나이, 흡연 정도, 진단 당시 증상이 있었는지 여부는 암의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폐암은 수술이나 항암치료 이후에도 재발이 매우 잘 되는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특히 중분화도 및 저분화도 암인 경우 꾸준한 관찰과 철저한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