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대는 상상도 하고 멋도 부린다.. 야구·축구·갈매기 등 테마로 등대길 조성

2014. 3. 2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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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부산은 등대의 고장이다. 태종대 절벽에 우뚝 솟아 108년째 불을 밝히고 있는 영도등대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덕도등대, 그리고 남해와 동해의 경계선을 지키는 오륙도등대 등 유·무인 등대 68개가 부산의 밤바다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등대는 백색의 원통형 기둥 모양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등대는 조금씩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부가 나선형 계단으로 이루어진 등탑이 먼저 선보였다. 원통형은 태풍 등 비바람에 강한 구조이다. 그러나 최첨단 건축공법이 동원되면서 원통형은 팔각형 등 다각형으로 변신했다. 어떤 등탑은 배흘림기둥처럼 중간이 불룩하기도 하고 어떤 등탑은 석가탑을 닮기도 했다.

등대에서 가장 높은 등롱도 변화의 흐름에 동승했다. 캄캄한 밤바다에 빛줄기를 쏘아내는 등롱은 등대 건축의 핵심으로 오랫동안 반구형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조형등대가 유행하면서 균형미를 무시하거나 생략해버린 포스트모던한 등롱이 선을 보였다. 등롱의 색깔도 하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등대가 기능성과 함께 예술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에서도 이색적인 형상을 한 조형등대가 가장 많은 곳은 기장군의 해안선이다. 동백섬에서 해파랑길이나 갈맷길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기장읍 연화리 서암항에서 첫 번째로 젖병등대를 만난다. 아기 젖병을 닮은 젖병등대는 2009년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출산장려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젖병등대의 정식 명칭은 서암항 남방파제등대.

뭍에서 보면 서암항 오른쪽에 위치한 젖병등대는 아기가 젖꼭지를 쪽쪽 빨면 금방이라도 우유가 방울방울 나올 것 같은 형상이다. 젖병등대 벽면에는 부산에 사는 영유아 144명의 손과 발을 양각한 타일이 붙어있다. 등대 주변에는 젖병등대 축소판인 편지함도 설치되어 있다.

젖병등대 왼쪽 방파제에 위치한 붉은 등대의 이름은 닭벼슬등대이다. 원래는 차전놀이등대인데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닭벼슬처럼 보인다고 해서 별명을 얻었다. 나무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서면 난간마다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자물쇠를 채워 놓았다. 닭벼슬등대는 등대는 높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첫 작품이다.

서암항과 잇닿은 대변항은 멸치가 생선으로 대접받는 유일한 항구이다. 전국 멸치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대변항의 기장멸치는 기장미역과 함께 임금에게 진상하던 특산품. 특히 요즘 잡히는 봄멸치는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한데다 씨알도 굵어 국물 맛을 내는 조연이 아니라 횟감으로 사랑받는 주연급 생선이다.

그물을 흔들어 멸치를 털어내는 작업이 한창인 대변항(大邊港)은 '가장자리가 큰 항구'라는 뜻. 한 때 부산과 포항 사이에 위치한 항구 중 가장 큰 어항이었다. 죽도라는 섬이 가로막아 호수처럼 잔잔한 항구는 반달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 건어물을 파는 가게와 음식점, 그리고 좌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변항을 상징하는 등대는 월드컵기념등대와 장승등대. 방파제 끝에 위치한 월드컵기념등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와 4강 신화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빨간색 등대에 세 개의 다리가 달려있고 다리 사이에 축구공을 끼고 있다. 이 축구공은 2002년 월드컵 공인구였던 '피버노바'로 등대 밑부분에는 출전국가의 국기와 경기 성적이 새겨져 있다.

월드컵기념등대 앞에는 외해의 파도를 막기 위해 인공섬 형태의 '뜬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다. '뜬 방파제' 끄트머리에 우뚝 솟은 두 개의 장승등대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모델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하얀색 등대가 천하대장군이고 등을 돌린 채 빨간 비녀를 꽂은 듯한 노란색 등대가 지하여장군이다. 장승등대는 등롱의 모습이 로봇 얼굴을 닮아 각각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로 불리기도 한다. 대변항의 번영을 기원하는 장승등대의 정식 명칭은 대변외항 남방파제등대.

대변항에서 영화 '친구' 촬영지를 지나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기장읍 죽성리가 나온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곳에 있는 두호마을은 고산 윤선도가 6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던 곳. 골목길이 정겨운 두호마을의 바닷가 언덕에는 이국적 풍경의 작은 성당과 등대가 눈길을 끈다. 황금색 갯바위에 세워진 성당과 등대는 드라마 '드림'의 촬영세트장.

부산의 등대는 칠암항에서 조형미를 완성한다. 고리원전이 보이는 칠암항에는 개성미가 극대화된 등대 세 개가 일직선으로 서 있다. 오른쪽 방파제의 하얀 등대는 야구등대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고 야구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었다. 배트 형상의 등탑을 중심으로 야구공과 글러브 모양 조형물이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야구공 조형물 안쪽 벽면에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모습을 담은 사진과 선수들의 친필사인, 우승소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야구등대 옆에 설치된 빨간색 등대는 갈매기등대이다. 부산에 야구명예의전당을 유치하기 위해 2012년에 야구공 모양의 원형 조형물과 등대를 세우고, 원형 조형물 안에 갈매기 조형물을 설치해 갈매기등대로 불린다. 춘분과 추분 때는 원형 조형물 안에서 해가 뜨는 장관을 연출한다. 갈매기등대 북쪽에는 칠암항 앞바다에 잡히는 붕장어를 상징하는 노란색 붕장어등대가 눈길을 끈다.

등대의 조형미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부산웨스틴조선호텔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 '캠피싱'을 이용하면 낚싯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도 하고 가까이서 등대도 볼 수 있다. 캠피싱은 캠핑과 피싱의 합성어로 선상낚시를 즐긴 후 인근 캠핑장에서 호텔 주방장이 마련한 BBQ를 즐기는 힐링 프로그램.

캠핑장과 가까운 연화리 서암항에서 출발한 낚싯배가 닻을 내리는 곳은 장승등대 앞바다의 미역양식장이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도다리를 비롯해 붕장어, 보리멸, 노래미, 게르치 등이 입질을 한다. 순간 낚싯대를 힘차게 걷어 올리면 봄바다에서 뛰어놀던 물고기가 장승등대와 월드컵등대 사이 허공에서 춤을 춘다.

부산=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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